한국HP엔터프라이즈(HPE)가 대대적 조직 개편을 진행한다.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하드웨어(HW) 사업부를 하나로 합치고 클라우드 전담 부서를 강화한다.
4일 한국HPE 관계자에 따르면 본사 지침에 따라 다음 달까지 조직개편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제품 중심 사업구조에서 탈피, 솔루션과 플랫폼 사업으로 전환하는 게 골자다. 대규모 인원 감축은 예정돼 있지 않지만, 조직 통폐합으로 관리자급 임원 수는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조직개편 핵심은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엔터프라이즈그룹(EG)이다. EG는 한국HPE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EG 내 별도로 운영되던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사업부를 데이터센터인프라스트럭쳐그룹(DCIG)으로 재편한다. 한국HPE 내에서 가장 큰 사업부다. 기존 사업은 물론 하이퍼스케일, 저전력 서버, 사물인터넷(IoT) 등도 대거 흡수해 거대 조직으로 재탄생한다.
클라우드 사업부도 강화한다. SW부서와 기존 클라우드 비즈니스유닛을 합쳐 SW디파인앤클라우드그룹(SDCG)으로 운영된다. 클라우드 비즈니스유닛은 올해 초 신설된 조직이다. 국내 클라우드 사업기회를 포착하고 실무 사업팀과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소규모 조직으로 역할이 제한적이고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설된 조직은 버티카, 오토노미 등을 클라우드와 연계해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두 제품은 HPE 대표 SW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실적은 바닥에 머물러 있다.
영업조직을 재정비해 엔터프라이즈세일즈그룹(ESG)도 만든다. 형태나 운영 방침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테크놀로지서비스, 컨설팅 분야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HPE는 11월에 새로운 회계연도를 시작한다. 8~9월에 대대적 조직개편을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11월 PC와 엔터프라이즈를 분사한 이후 후속조치 성격이 강하다. 거대 조직을 둘로 쪼개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만든 만큼 내부 프로세스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 최근에는 기업 서비스부문까지 분사했다. HW, SW 등 산재한 사업부를 하나로 모으면서 슬림화한다.
시장 환경에 대응하는 것도 조직개편 배경으로 꼽힌다. 그동안 HPE는 서버, 스토리지 등 HW 사업에 편중됐다. 제품 간 경계가 옅어지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합친다. 한국에서도 HW 사업부가 통합되면서 시장 1위인 서버를 활용해 스토리지, 네트워크 교차 판매가 강화될 전망이다. 미래 주류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컨버지드 인프라(통합제품) 사업도 집중한다.
한국HPE 관계자는 “조직개편 핵심은 기존 제품 판매에 집중했던 구조에서 벗어나 솔루션, 플랫폼 중심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는 것”이라며 “큰 틀에서 조직개편 방향은 나왔지만, 세부 내용은 이달 말 중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