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변신하고 있다. 인터넷과 결제수단 발달로 소비자가 국경 넘어 해외 사이트에 접속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됐다. 이른바 `역직구`로 불리는 국경간 전자상거래(CBEC:Cross Border e-Commerce, 온라인 해외직판)의 폭발적 성장이다.
7월 수출이 작년 대비 10.2% 감소하면서 수출이 1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고속 성장하는 해외직판이 최근 수출 위기를 타개할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우리나라 수출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해외직판은 아직 초기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중국, 아세안 등의 급성장으로 온라인 직판 시장 규모는 2020년 1조달러 규모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2014년에 비해 4배 성장한 수준이다.
기존 기업간거래(B2B) 위주로 이뤄진 무역은 세계적으로 감소세를 보이지만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해외직판 시장은 현재 성장하는 시장이다. 전체 교역 시장에서 해외직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0.8%로 아직 초기 단계다. 중국은 2011년부터 폭발적 성장세를 보여 약 1.9%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해외직판 매출은 전체 무역 0.3% 수준에 불과해 추가 확대 여지가 크다.
무역 전문가들은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는 중소기업이라면 해외직판이 도전해볼 만한 시장이라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2013년 창업한 `말랑루나`는 디자이너인 김효은 대표가 만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이 회사는 파우치, 쿠션, 인형 등 200여가지 이상 디자인 제품이 주력이다. 디자인 소품을 판매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내수경기가 나빠지면 덩달아 제품 판매도 부진해진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 매출이 급감하면서 수출로 눈을 돌렸다.
말랑루나는 전형적 다품종 소량생산 기업이라 대규모 물량 위주인 기존 수출 방식으로는 해외 진출에 어려움이 있었다. 우선 한국무역협회가 운영하는 온라인 해외직판 쇼핑몰인 `케이몰24`로 해외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다. 해외 소비자 반응이 오면서 미국 아마존, 일본 아마존재팬에도 입점했다. 이후 일대 일 설명회 등을 통해 중국 유력 온라인쇼핑 `VIP닷컴`에도 제품 입점이 이뤄졌다.
하태원 말랑루나 실장은 “워낙 큰 시장이기 때문에 기본 주문 수량이 한국의 최대 서너 배가 된다. 올해는 매출의 50%를 해외에서 거두는 것이 목표”라며 “아직 성공이라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수출 자신감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소기업은 수출을 하고 싶어도 현지 시장정보나 사이트 구축 등이 어려워 해외직판에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해외직판 최대 시장인 중국은 세금, 규제 관련 정보 부족과 고객만족(CS) 등의 문제로 오픈마켓이더라도 직접 진출은 어렵다.
중국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티몰 등 해외 오픈마켓 입점에는 현지법인 보유 등의 조건과 함께 보증금, 연회비 등 약 4000만원 상당의 비용이 필요하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그동안 해외직구가 해외직판보다 규모가 컸다. 2015년 우리나라 소비자가 해외 사이트에서 제품을 구매한 해외직구는 1조7000억원을 기록했고, 해외직판은 1조2000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2분기 해외직판 금액은 497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83.0% 증가했으며, 해외직구 금액은 4118억원으로 5.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사오는 것보다 파는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한류와 연계한 해외직판이 늘어나면서 얻은 효과다.
김기현 한국무역협회 실장은 “세계적으로 온라인 해외직판 시장이 커지는데 아직 국내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중소기업 해외직판에 성공하려면 지속적인 현지시장 정보 확인은 물론이고 배송, 규제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
※ 국가간 B2C 전자상거래 시장동향
글로벌 전체 교역 규모 37조2000억달러
CBEC(온라인 해외직판) 3040억달러
중국 전체 교역 규모 3조8820억달러
CBEC 규모 739억달러
한국 전체 교역 규모 96320억달러
CBEC 규모 27억달러
자료:알리리서치(글로벌), 중국국가통계국, 아이리서치(중국), 통계청(한국), 2014년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