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차기 당 대표로 호남 출신 3선 이정현 의원이 선출됐다. 보수정당 대표로 호남 출신이 선출된 것은 우리나라 정당 역사상 최초 일이다.
이 신임 대표는 9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차기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제4차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합산 총 4만4421표를 득표, 3만1946표에 그친 대구·경북(TK) 출신의 주호영 의원을 따돌리고 당선됐다. 전신인 한나라당, 신한국당, 민주자유당 등을 포함해 호남 출신 대표가 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지난 2012년 대표에 오른 황우여 전 대표에 이어 4년 만에 친박 주류가 당권을 거머쥐었다.
이 신임 대표는 범친박계 주 후보와 엎치락뒤치락 경쟁 끝에 사실상 친박계 낙점을 받으면서 막판 표가 집중됐다. 전남 곡성이 고향인 이 대표는 그간 호남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워 보수정당의 당 대표로서 정치적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또 청와대 정무·홍보수석을 지내면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았던 점도 당선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신임 대표는 선출 직후 당선 소감에서 “대표가 됐다는 기쁨보다는 엄청난 무게로 어깨를 누르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에는 친박, 비박 그 어떤 계파도 존재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 패배주의·지역주의도 없음을 선언한다”고 역설했다.
비주류, 비엘리트, 소외 지역 출신이 집권여당 대표가 될 수 있는 대한민국은 진정 기회의 땅이라고 밝힌 그는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인기가요 `거위의 꿈`에 들어간 가사를 인용하면서 “국민의 여망을 등에 싣고 담을 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새누리당은 조원진·이장우·강석호·최연혜 후보 등 4명의 최고위원과 유창수 후보 등 1명의 청년최고위원도 각각 선출했다. 지도부 자리 대부분을 친박계가 장악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2014년 7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참가했던 전당대회와 똑같은 옷차림으로 참석해 이목을 끌었다. 당을 상징하는 색인 붉은색 재킷에 회색바지를 입고 단상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새누리당에 여권 단합과 정치 대변혁을 주문했다. 자신감과 도전의식으로 정부가 요구하는 구조조정과 경제정책에도 힘을 합쳐 줄 것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전당대회를 계기로 새로운 변화와 화합을 이뤄 국민에게 신뢰와 믿음을 줄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새누리당 새 지도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투철한 국가관을 갖고 나라가 흔들리거나 분열되지 않도록 바로 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정치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야말로 새누리당에게 주어진 소명”이라며 “천막당사의 삭풍도 이겨내며 국민 신뢰를 다시 받았듯이, 다시 한 번 동지 여러분의 힘과 지혜를 결집해서 우리 당이 새로운 지도부와 함께 국가와 국민을 지키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성공의 역사를 써내려가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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