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운전자가 차선을 바꿀 수가 없어 부산까지 직진해 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런 농담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은 차선변경이 비단 초보운전자들 뿐만 아니라 모든 운전자에게 상당히 까다롭고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차선변경을 가장 어렵게 하는 것이 바로 사이드미러에는 보이지 않지만 불쑥 나타나는 사각지대의 자동차다.
이전에는 이런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사이드미러에 볼록거울을 장착하거나, 차선을 변경할 때 빠르게 육안으로 옆 차선을 확인하는 번거로움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에는 후측방 사각지대의 차량을 감지해 사이드미러에 경보등을 켜주는 `측면 사각감지시스템(BSD·Blind Spot Detection)`이 장착돼 있어 사각지대의 확인이 굉장히 쉬워졌다.
BSD는 초음파센서를 기반으로 한 것과 레이더센서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초음파 센서를 활용한 BSD는 가격이 저렴한 대신 감지거리가 짧고 날씨에 따른 외부 간섭이 있을 수 있어 고속 주행 시에는 성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레이더 BSD가 최근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모비스가 레이더 BSD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레이더 BSD는 차량 후측방에 달린 레이더 센서가 전자파를 발사해 다시 회수하는 과정에서 물체를 인식한다. 하지만 BSD 레이더 센서가 차량 뒷범퍼의 곡선 부분에 장착이 되기 때문에 신호를 다시 흡수하는 과정에서 난반사가 일어나 정보의 정확성이 조금 떨어지는 경우가 간혹 생겼다.
현대모비스는 LG화학과 공동연구를 통해 이런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레이더 투과 제어 소재를 나노카본 소재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난반사돼 간섭을 일으키는 신호들은 전부 흡수함으로써 정작 필요한 정보들을 보다 정확하고 또렷하게 인식시켜주는 것으로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BSD의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게 된다.
또 보다 능동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BSD도 개발되고 있다. 감지 및 경보에 그쳤던 기존 BSD에서 더 나아가 운전자가 사각지대 차량을 보지 못하고 차선을 변경하려 하면 조향 장치를 제어해 다시 원래 차선으로 복귀시키는 능동 측면사각감지시스템(Active BSD)이 그것이다.
자율주행자동차가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해당 기술의 적용이 필수적이다. 자율주행차는 외부상황을 인지해 자유롭게 차선을 전환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주행해야 하는데 Active BSD가 없다면 다른 자동차와의 사고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Active BSD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부품업체들은 해당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Active BSD의 선행개발을 완료해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공개하는 등 기술 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향후 해당 기술이 상용화돼 널리 적용되기 시작하면 운전자가 차선 변경을 하지 못해 부산까지 직진해 갔다는 이야기는 먼 옛날의 농담이 돼 버릴 것이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