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중국 시장 진출기, "현지 업체를 잡아라"

국내 중견가전 기업이 `제2 내수`로 불리는 중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인지도가 부족해 독자 브랜드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최근엔 하이얼, 메이디 등 중국 최대 가전 제조·유통기업과 협업해 진출하는 시도가 활발하다.

11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코웨이, 대유위니아, 쿠첸 등은 중국 업체와 손잡고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코웨이는 중국 글로벌 가전업체와 제조자 개발생산(ODM) 파트너십을 맺고 중국 시장에서 공기청정기를 판매하고 있다. 코웨이 해외 매출 중 상당 부분이 중국 공기청정기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순항 중이다.

코웨이는 공기청정기뿐만 아니라 정수기 판매 확대를 위해 하이얼과 제휴를 맺었다. 외국 기업 진출이 어렵기로 정평이 난 중국 정수기 시장 돌파를 위해 인지도 높은 브랜드와 고객 인프라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코웨이 하이얼과 MOU 체결
코웨이 하이얼과 MOU 체결

코웨이와 하이얼은 올해 말까지 중국향 제품 개발과 중국 정수기 시장 확대 방안을 포함하는 본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코웨이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지 않았다”며 “연말까지 세부사항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웨이 브랜드를 알리지 못한 공기청정기와 달리 정수기 만큼은 브랜드를 살리거나 제3의 브랜드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다.

대유위니아도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해 하이얼과 손잡았다. 전기압력 밥솥 `딤채쿡` 판매 협력을 위해 하이얼 프리미엄 브랜드 `카사떼`와 전략적 판매 협력을 맺었다. 하이얼의 약 3만3600여개 전문 유통망 내에서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중견기업 중국 시장 진출기, "현지 업체를 잡아라"

쿠첸은 중국 메이디와 합자회사를 세웠다. 쿠첸과 메이디 합자비율은 4대 6이다. 쿠첸은 한국에서 직접 수출을 진행하고 합자회사를 통한 중국 현지 판매도 병행한다.

쿠첸_리미티드_에디션
쿠첸_리미티드_에디션

한국 중견 기업이 중국 현지 업체와 손잡고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짧은 기간에 효율적이고 빠르게 사업을 전개하기 위한 방책이다. 중국 업체 입장에서도 한류 열풍으로 수요가 높은 한국 가전제품을 자사 유통망에서 판매한다는 점에서 이득이다.

하지만 현지 기업과 제휴는 우리 기업이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브랜드를 공유하고 유통망을 쉽게 장악하는 혜택을 누리는 만큼 수익 공유나 계약 조건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중국 대형 가전 업체와 협력하면 우리 기업 브랜드를 달고 판매할 수 있는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현지 브랜드, 한국 가전 브랜드, 제3의 브랜드 사용 등 브랜드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와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지 등을 합리적으로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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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