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중국이 자국 내 강화된 자동차 연비 개선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기차 판매를 크게 늘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휘발유·경유차 연비 개선만으로 역부족하기 때문이다.
14일 세계에너지협의회(WEC)가 최근 발행한 `세계 에너지 전망:E-모빌리티 2016`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유럽연합(EU)·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완성차 제조사들이 이들 시장의 정부가 요구하는 연비 개선 목표치를 충족해야 한다. 이들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으로, 연간 승용차 수요는 4000만대가 넘는다.
이들 세 시장의 정부는 2020년까지 큰 폭의 연비 개선을 달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간 5.7∼6.1%씩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연비 효율성을 약 30% 높이도록 했다.
이는 연비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하는데 미국은 연비(mpg·갤런당 마일), EU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주행거리당 ｇ)이 기준이다. 이를 맞추지 못하면 거액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미국은 차 한 대가 연비 0.1mpg를 초과할 때마다 5.5달러씩을, EU는 1㎞당 이산화탄소 1ｇ을 더 배출하면 95유로를 물어야 한다. 미국에서 연비 기준을 0.5mpg 초과한 차를 100대 팔면 벌금이 2750달러다.
문제는 현재의 기술로는 강화된 연비 기준을 맞추기 힘들 것이다.
보고서는 “연비 개선 목표치는 현재 예상되는 내연기관차의 연비 절감 역량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기차가 정책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교통 부문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핵심요소로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EU 2020년 승용차에 대한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기준은 95ｇ/㎞이지만 실제 기술 수준은 104ｇ/㎞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또 미국 경우 허용기준은 133ｇ/㎞이지만 실제 기술 수준은 145ｇ/㎞, 중국은 허용기준은 117ｇ/㎞이지만 실제 수준은 150ｇ/㎞에 머물 전망이다.
결국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거나 적은 전기차가 주목되는 이유다. 순수 전기차(BEV)와 플러그인(충전식)하이브리드전기차(PHEV)를 합친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이들 3개 시장에서 1%(2014년 신규 승용차 기준)가 채 안 된다. 연비 개선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전기차 판매량을 `전기차 격차(EV gap)`라고 부르는데 EU는 이 수치가 140만대로 산출됐다. 이는 2020년 승용차 판매량 예측치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미국은 전기차 격차가 전체 승용차 판매량의 11%인 90만대, 중국은 22%인 530만대로 추정된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