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대중문화부] 올해 3월 할리우드 영화 ‘13시간’이 개봉을 하면서 많은 밀리터리 영화 마니아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마이클베이 감독의 작품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리지만 일정 수준 이상을 만드는 액션영화 감독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다음 미국 대통령 후보 중 가장 강력한 후보인 힐러리 후보가 사건 당시 국무장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다는 것도 이 영화가 다시 회자 되는 이유다. 그럼 영화 ‘13시간’, CIA의 무력조직, 그리고 실제 벵가지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영화 ‘13시간’의 주역인 GRS(Global Response Staff)은 CIA의 무력조직 중 가장 하부 조직으로 책임자 몇 명을 제외하면 모두 비정규직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이들의 계약은 X개월(단발)이나 X개월 일하고 X개월 쉬고 X개월 일하는(연장)으로 되어 있고 급여는 사설 PMC(Private Military Company) 회사 중 가장 급여가 높은 회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들의 위치는 CIA 정규직 무력조직인 SAD/SOG와는 전혀 다른 위치이며 Clandestine Service Trainee (CST) program 교육을 받지 않아 단독작전이나 정보 수집을 할 수 없으며 기본적으로 아넥스(안전가옥)에 대한 방호와 정직원의 비노출 작전 시 경호 및 차단 임무가 주를 이루며 훈련 역시 이에 준하게 실시되고 있다.(비취인가도 DOD, DOS의 가장 기본적인 수준)
물론 거의 모든 GRS 대원들이 특수전 부대 출신들이기 때문에 직접타격이나 인질구조 작전은 기본적으로 수행이 가능하지만 이들의 평소 임무 상 이들에게는 적합한 중화기나 무장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 점은 영화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GRS에 우수한 인원들이 상당수 있는 것은 맞지만 이들 중 대다수는 은퇴한 특수부대원들이지 영화에서 표현된 엘리트대원들은 아닐 수도 있다.(쉽게 말해 안전가옥의 방호원을 생각하시면 될 듯.. 따라서 이들에 대한 대우 역시 그 수준이었을 듯)
국정원의 실장, 단장급에 해당하는 Station Chief에게 GRS는 안가를 방호하는 단순 임무의 방호요원들을 출동 시켜 영사관의 대사와 요원을 구조하거나 구조작전을 실시할 그 어떤 권한도 없었고 이들이 성공적으로 구조 작전을 실시할 수 있을지 확신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당시 벵가지 안가는 정치공작을 실시하는 SAD/POD 요원들이 전개를 했다고 알려지고 있고 Station Chief는 이들의 보호 및 보안 유지가 더 중요했을 것이다.
더욱이 당시 리비아의 정세는 미국에 우호적이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도 못하고 있었고 이런 방심이 더욱 일을 키웠을 것이다. 벵가지사건이 생긴 가장 근본적인 이유 중에 하나는 크리스토퍼 대사가 영사관에서 기거 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당시 DSS 요원들이 영사관의 보안성이 떨어져 다른 곳에 기거할 것을 권했지만 대사는 상징성과 지리적 문제 등을 고려해 영사관에서 기거하기로 결정했고 DSS 요원들은 그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영화를 떠나 만약 내가 안가의 지휘관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생각해 보면 나 역시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다. 지근거리에서 자국민이 죽게 생겼고 무장한 방호원들은 자신들이 구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저들이 그런 작전을 수행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고 그들이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자산도 없으며 자신의 안전가옥 역시 공격당하는 게 시간문제이며 미국 행정부도 갈팡질팡 하고 있다면 말이다.
당시 국무장관 힐러리에 대한 말도 많은데 당시 리비아 정세로 보면 그녀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것 역시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카다피를 축출하고 이제 미국 쪽으로 돌아선 리비아에 정규 미국 군대가 갑자기 출동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지 모르며 당시 대사의 생존에 대해 완벽한 확인이 안 되었던 상황이기 때문에 전투기를 발진 시키거나 병력을 출동시키기엔 애매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혹자들은 이 영화가 선거를 노린 영화라고 하는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선거를 노렸다기 보다는 영화의 흥행 성공에 대한 타이밍을 봤다고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영화나 책을 출판할 때 타이밍이 중요한데 실제 사건에 이슈가 되었던 인물이 대선 주자가 된다면 사실 여부를 떠나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더욱 높으니 말이다.
모든 걸 떠나 결론을 쉽게 낼 수는 없지만 내 소견은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그들이 있었다.'이다.
자 그럼 영화속 무기들을 살펴보자.
영화에서 많은 소품이 등장하는데 이 중에 눈에 띄는 게 SAI 글락과 511택티컬사의 군장들이다. 사실 이 총기와 군장이 실제 사건에 쓰이진 않았다. 요새 전쟁영화의 유행하는 소품을 이용한 홍보라고 보면 될 거 같다.
영화에서 반지에 대한 장면이 나온다. 반지를 끼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데 그것보다도 반지를 끼면 부상을 당하기 쉽기 때문이 진짜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전쟁터에서 많은 대원들이 반지를 끼지 않고 목걸이나 군번줄에 거는 걸 선호한다. 이것 때문에 아이디어 상품으로 실리콘 반지와 가죽 반지가 나오기도 했다.
1차 영사관 공격전 공격개시선에 모인 테러리스트들이 흩어지자 작은 비닐봉지들이 날린다. 이걸 감독이 일부러 넣은 깨알 같은 고증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그쪽 지역에선 헤시시류와 같은 씹어서 복용하는 마약이 흔하고 공격전에 자주 복용을 한다.
박격포 낙하 신에서는 개인적으로 몸서리가 쳐졌다. 물론 박격포탄 낙하를 위에서 아래로 본 적은 없지만 이라크에서 박격포 공격당했던 것이 바로 생각났다.
구조대가 안전가옥 위치를 몰라 길을 헤매는 신이 있다. 이때 GRS 대원 한 명이 IR 지시기를 이용해 하늘로 신호를 한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 몇몇 관객 분들이 웃으시던데, 실제로 야시경 훈련에는 IR 지시기를 이용한 의사소통을 가진다.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고 루머가 있으며 현재도 소송도 진행이 되고 있는 영화이지만 이 영화는 당시 사건에 출동했던 GRS 대원들 측의 의견을 충실히 받아들여 만들어진 영화이다.
영화는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보기엔 충분히 재미 있고 관련 직종에 종사하신다면 보시면서 자신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생각해 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일부에선 전투신이 좀 밋밋하다고 평가하는데 필자가 경험한 실제 전투들이 딱 그 정도였다.
하여간 밀리터리 마니아들에게 충분히 화자가 될 영화이고 볼만 한 영화인 게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