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특별기고/ 데이비드 카포스 전 美 특허청장>(프롤로그) 혁신경제와 특허에 대한 오해와 진실

최근 잇따른 특허 분쟁으로, 특허제도가 기술 개발을 저해한다는 `특허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IP노믹스는 데이비드 카포스 전 미국 특허청장이자 상무 차관의 `혁신경제와 특허에 대한 오해와 진실` 논설 시리즈 연재를 통해 특허의 본질을 파헤쳐본다.

기술과 표준, 표준특허(SEP)에 대한 최신 논의를 살펴보며 법·경제 이슈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 원고는 카포스 전 특허청장이 지난 3월 대만에서 열린 `표준, 표준특허 및 경쟁법에 대한 국제 심포지움`에서 발표한 연설문을 기초로 한다.

[IP노믹스]<특별기고/ 데이비드 카포스 전 美 특허청장>(프롤로그) 혁신경제와 특허에 대한 오해와 진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가 `혁신경제`라는 신조어를 만든 것은 새뮤얼 모스(Samuel Morse)가 `전신`(Telegraphic Message)을 세상에 선보인지 무려 98년이 지난 1942년이다. 그 당시 이 저명한 경제학자도 100년 후에 도래할 기술혁신과 글로벌 상호연결성은 짐작조차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2042년이 어떤 세상일지 보다 정확히 가늠할 수 있다.

슘페터는 `단순히 자본과 노동력 투입을 늘리는 것보다 제도적 진화,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 기업가 정신, 그리고 기술진보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빠르고 확대된 경제성장을 가져올 것`이라는 통찰을 제시했다. 현대 사회는 슘페터의 통찰대로 성장해왔으며, 우리는 정보통신기술이 만든 `고도로 연결된 세계경제` 속에 살고 있다. 정보, 생산 및 경영 프로세스 기술의 큰 진보로 생산자는 이제 노동력과 자본의 추가 투입 없이도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낡은 신고전주의 경제이론들은 가정적 상황에 놓인 경제 주체들에 대한 가설적 모델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에 반해, 혁신경제학은 정부·사회의 영향뿐 아니라 씽크탱크(Think-tank) 및 연구기관 등 비전통적 경제주체의 영향까지 고려한다. 과거의 산업가들은 성공을 인력과 생산시설의 규모로 평가했지만, 오늘날 우리는 혁신과 전문화, 그리고 혁신이 제품·서비스에 효율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작동하는 시장이야 말로 진정한 경제성장 동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 혁신의 물결에서 얻은 교훈, `표준`과 제4차 산업혁명

지난 250년 동안 우리는 비약적 기술발전을 잇달아 목격해 왔다. 1780년대의 제1차 산업혁명은 증기와 물을 동력원으로 하는 기계적 생산설비의 도입으로 촉발됐다. 이어 1870년대 전기 동력에 기반을 둔 대량생산과 노동력의 전문화가 제2차 산업혁명을 이끌었다. 20세기 후반에 이뤄진 제3차 산업혁명은 전자기기, 정보통신체계가 추진 동력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혁신의 물결에서 교훈을 얻었다. 혁신에 초점을 둔 경제가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현대적` 이해를 바탕으로, 각국 정부는 혁신 장려를 위한 법, 규제 및 정책을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입법·규제적 노력은 오해와 잘못된 조언들, 이해관계자들의 로비 등으로 빈번히 벽에 부딪힌다.

이제는 거대 잠재력을 지닌 새로운 경제 성장의 시대, 제4차 산업혁명이 코앞에 도래했다. 차세대 혁명은 현대 생활의 모든 방면에 유용한 기술을 통합할 것이다. 상호연결성과 산업표준의 물결을 타고 내장형 장치가 확산되면서, 혁신가들은 `사이버 세계`와 `물리적 세계`를 이어줄 수 있게 됐다.

일례로, 통신업계에 보편화된 혁신적인 표준들은 기술을 크게 향상시켰을 뿐 아니라, 수억 명의 사람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효율성과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켜 인류 역사상 전대미문의 정보와 기회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했다. 혁신가들의 노력은 기술 향상을 이뤄내고,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 비용에 그러한 신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표준`에 대해 다양한 상업적 이해관계를 아우르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는 기업과 소비자는 물론 혁신적 성과와 공공복지의 증진을 꾀하는 정부들로서도 분명히 경축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는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기관과 기술 사용자들은 표준과 연계된 특허 기반의 혁신 인센티브를 공격하고 있다. 그토록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던 표준을, 반대로 엄청난 실패인 듯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 정부 관료들은 시스템이 `고장났다`는 평가나 `현 체계가 중대한 재정비를 필요로 하는 시점`이라고 주장하는 경제·법률 이론에 노출됐다. 그러나 우리는 반드시 정부기관이 표준 기반의 혁신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 표준과 특허에 대한 오해

이를 위해선 디지털 시대의 혁신동력인 `표준`과 `특허`를 둘러싼 오해를 타파해야 한다. 이들 오해는 우리의 국가로서, 그리고 무역 파트너로서의 개별적·집합적 성장을 모두 위태롭게 한다.

대다수의 이러한 오해는 `표준화`와 `특허제도`가 본질적으로 상충한다는 잘못된 인식에 기인한다. 사실, 발명을 동력으로 한 상호운용성이 오늘날의 가장 중요하고 파급력이 큰 기술들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혁신은 협력뿐만 아니라 시너지를 식별하고 실현하는 능력을 필요로 하지만, 특히 표준화는 산업발전의 차기 물결에 필수적이다. 만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기기 혁명은 본질적으로 플랫폼 간 통신과 상호연결성에 의존한다. 즉, 상호연결된 세상은 표준 내(in)의 발명을 포함한, 표준과(and) 발명의 공존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

역사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성장은 국경을 넘어선 협력으로 가속화되고, 지속가능한 혁신은 단기적인 변덕이 아닌 장기적인 공통 목표에 초점을 둘 때만 가능했다. 혁신의 선봉에서 장기적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면, 잘못된 신념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잘못된 믿음은 정책과 국가를 막다른 길로 몰아넣을 것이다. 혁신 정책, 표준 및 특허제도에 대한 위험한 오해는 7가지로 요약된다.

△ 근거 없는 오해 1: 표준특허(SEP)는 특허 억류(holdup)를 야기한다.

진실: 표준특허권자가 시장 진입을 방해하기 위해 과도한 로열티를 요구한 사례는 기록상 확인되지 않는다.

△ 근거 없는 오해 2: 프랜드 원칙(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FRAND)은 고장났다.

진실: FRAND 정책은 기술혁신가와 기술실시자, 양자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균형잡힌 로열티율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 근거 없는 오해 3: 로열티는 과적되고 표준 시행을 방해한다.

진실: 지난 20년간 이동통신 업계에서 로열티가 과적된 징후는 전혀 없었고, 표준특허권자 매출총이익 평균이 일정한 가운데서도 휴대폰과 스마트폰 가격은 하락했다.

△ 근거 없는 오해 4: 특허덤불(Patent thicket)은 혁신을 방해한다.

진실: 재봉틀부터 비행기, DVD 및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기술혁신의 역사는 이러한 오해가 잘못됐음을 보여준다.

△ 근거 없는 오해 5: 손해배상 산정에서, 최소판매가능 특허실시단위(SSPPU)가 최선이다.

진실: 표준특허에 대한 로열티가 해당 표준특허가 구현한 기기 전체가 아니라 그 일부인 소규모 부품에 기반하여야 한다는 이론은 법에 기반하지 않는다. 타인의 노력에 무임승차하고자 하는 기술실시자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 근거 없는 오해 6: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의 표준설정 절차는 비효과적이었다.

진실: IEEE에서 최근 표준특허 정책을 전면 개정한 것은 현실세계와 802.11 와이파이 기술의 성공에 역행한다.

△ 근거 없는 오해 7: 특허는 성장을 억제한다.

진실: 제1차 산업혁명부터 디지털 시대에 이르기까지, 기술혁신의 역사는 이러한 오해 또한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보여준다.

[IP노믹스]<특별기고/ 데이비드 카포스 전 美 특허청장>(프롤로그) 혁신경제와 특허에 대한 오해와 진실

다음 회차부터 이들 오해를 각각 심층 분석하며 어떠한 역사적, 법적, 상업적 그리고 기술적 맥락에서 오해가 발생했는지 파악한다. 또 표준특허와 라이선싱은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작동해왔는지 알아본다.


데이비드 카포스 전 미국 특허청장 dkappos@cravath.com

[IP노믹스]<특별기고/ 데이비드 카포스 전 美 특허청장>(프롤로그) 혁신경제와 특허에 대한 오해와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