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리포트] 모바일 생체인식 부상, 신사업 여는 `통행권`

삼성전자의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에 홍채인식이 더해지면서 모바일 생체인식이 부상하고 있다. 얼굴인식, 지문 등으로 모바일 보안을 강화하고 타 서비스와 연계했던 일련의 과정에서 한층 더 단단해진 홍채가 지원되면서 관련 업체 관심도 뜨겁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랙티카에 따르면 세계 생체인식 기술 시장은 지난해 20억달러(약 2조2240억원)에 그쳤지만 연 평균 25.3%씩 성장해 오는 2024년 149억달러(약 16조5680억원)까지 올라설 전망이다.

생체인식은 도난이나 위조가 어려워 모바일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항상 휴대하는 모바일 디바이스가 생체를 인식할 수 있다면 여러 서비스의 연계 관문으로서 편의성이 크게 증대된다. 생체는 개별 정보로 거의 평생 동안 변하지 않기 때문에 보안성이 높다.

생체인식은 지문뿐만 아니라 홍채, 목소리, 정맥, 얼굴 등 사용자 신체 일부분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이용해 사용자를 인증하고, 인증 정보를 이용해 그 다음 단계까지 나아간다.

김문기 넥스트데일리 이버즈 기자 moon@nextdaily.co.kr

모바일 생체인식이 보편화되면서 관련 업체도 들썩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모바일 생체인식이 보편화되면서 관련 업체도 들썩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손가락으로 여는 모바일 생태계

모바일 생체인식은 이전부터 활발하게 논의돼 왔던 솔루션이다. 꾸준하게 개발돼 왔지만 활용성, 대중성, 서비스 부족으로 인해 좀처럼 개화하지 못했을 뿐이다.

생체인식이 모바일에서 본격적으로 부상한 시기는 `지문인식`이 도입되면서부터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 디바이스는 화면을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입력 방식을 사용한다. 이러한 사용자경험(UX) 그대로 모바일 보안에 연결시키는 도구로 활용한 셈이다.

최초로 지문인식 기능이 도입된 스마트폰은 2011년 2월 출시된 모토로라 `아트릭스`다. 국내에서는 같은해 4월 판매가 시작됐다. 아트릭스는 타 제조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오션텍 `지문인식` 기능을 도입했다. 아쉽게도 낮은 접근성, 인식률, 활용성으로 외면당했다.

스마트폰 최초 지문인식이 도입된 모토로라 아트릭스 (사진=모토로라)
스마트폰 최초 지문인식이 도입된 모토로라 아트릭스 (사진=모토로라)

지문이 모바일 보안 솔루션의 대세로 떠오른 시기는 2013년부터다. 국내에서는 팬택이 지문인식 도입에 앞장섰다. 팬택은 크루셜텍과 협력해 6월 후면 지문인식 솔루션을 적용한 `베가 LTE-A`를 SK텔레콤에서 출시했다.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베가 시크릿노트`에는 지문 활용 서비스를 탑재하기도 했다.

팬택이 적용한 지문인식은 `스와이프` 방식이다. 센서에 손가락을 문질러 인증한다. 위에서 아래로 손가락을 문지르면서 인식해야 된다는 단점이 있기는 했으나 면적을 줄일 수 있어 후면뿐만 아니라 측면에도 적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측면 전원버튼을 이용한 지문인식 기능도 보편화하고 있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애플이 지문인식 대중화 바람을 일으켰다. 애플은 같은 해 하반기 선보인 `아이폰5S` 홈버튼에 지문인식 기능인 `터치ID`를 적용했다.

애플은 지문인식을 구현하고자 아트릭스에 지문인식 솔루션을 공급한 오션텍을 2012년 3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보안 칩 업체인 아덴텍도 총 3억5600만달러에 인수, 지문인식과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연계할 수 있는 센서 개발에 힘썼다.

애플이 도입한 지문인식은 `에어리어` 방식이다. 손가락 지문 자체의 면적을 읽어내는 방식이다. 스와이프와 달리 지문을 인식하려면 일정시간 기다려야 하지만 360도 어느 방향에서든 상관없이 반응한다는 장점을 갖췄다. 최근에는 인증 속도를 높여 단점을 개선했다.

삼성전자도 2014년 `갤럭시S5`에 시냅틱스 지문인식 기술을 적용했다. 그 당시 시냅틱스는 지문인식 벤처인 밸리디티센서를 인수, 관련 기술을 진화시킨 바 있다. 갤럭시S5에도 밸리디티센서 기반 솔루션이 탑재됐다.

◇`보안·편의성` 두 마리 토끼 잡은 `지문인식`

모바일 지문인식은 크게 △지문인식 센서 △이에 기반을 둔 모듈 △알고리즘을 포함한 인증 소프트웨어로 구성된다. 세 가지 분야마다 각각의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애플은 오션텍 지문인식 센서를 가져와 모듈화하고 자체 알고리즘으로 터치ID를 구현한다. 삼성전자는 초기 시냅틱스 센서와 자체 알고리즘을 더해 지문인식 솔루션을 적용했다. 하나의 분야에 집중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두세 가지 분야를 함께 엮어 공급하는 업체도 있다.

생체인식이 위조나 해킹이 어려운 것도 이러한 구성 덕분이다. 생체 정보는 기본적으로 단말 바깥으로 내보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지문 모듈이 장착된 스마트폰의 생체 정보는 단말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단말 내에서도 물리적 접근이 불가능한 `트러스트존`에 머문다. 예를 들어 아이폰 사용자의 지문인식 정보는 모바일AP 내 어딘가에 저장된다.

만약 생체정보가 유출된다 하더라도 지문 이미지나 음성 자체가 저장된 것이 아니라 암호화된 데이터이기 때문에 암호화 알고리즘을 알지 못한다면 풀 수 없다.

초기 생체인식은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사용자를 인증해 잠금 화면을 푸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생체 인증의 효용성은 딱 거기까지만이었다. 그 이후 애플과 삼성전자가 지문인식을 보다 대중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사용자 인증 이후 관련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기 때문이다.

지문인식은 모바일결제를 위한 사용자 인증 수단으로 쓰였다. (사진=삼성전자)
지문인식은 모바일결제를 위한 사용자 인증 수단으로 쓰였다. (사진=삼성전자)

◇지문인식의 대중화 `모바일 결제`

지문인식이 단지 잠금해제만을 위해 도입됐다면 아트릭스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하락곡선을 그렸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문인식은 터널을 통과하기 위한 일종의 통행권이다. 통행권을 구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터널을 통과한 후 펼쳐질 풍경이 더 핵심 사항이다. 통행권을 끊은 것도 결국 터널 밖 또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게 목적이다.

지문인식으로 통행권을 얻은 제조업체의 다음 노림수는 `모바일 결제`였다. 지문으로 사용자 인증이 완료됐다면, 사용자와 매칭된 스마트폰을 온·오프라인 매개체로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지갑처럼 쓸 수 있는 셈이다.

애플이 터치ID 지문인식 솔루션과 함께 `애플페이`를 내놓고, 삼성전자가 지문인식을 활용할 수 있는 `삼성페이`를 내놓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애플 페이는 직관적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보안성이 높아 초기 도입부터 사용자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모바일티켓 검색 사이트인 시트긱은 애플페이 도입 전 티켓 구매 이용자 30%가 모바일 결제를 이용했지만 도입 후 80%까지 치솟았다고 분석했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인디고고도 모바일 결제 이용률이 이전에 비해 2.5배 증가한 바 있다.

애플페이는 지문인식으로 사용자를 인증하고, NFC를 이용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결제 과정이 단순해 누구나 따라할 수 있지만 문제는 매장 내 NFC 단말 보급이었다. 애플은 이후 출시된 애플워치에 NFC가 없는 iOS 기기도 애플페이 이용이 가능하게끔 업그레이드했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약점을 파고 들었다. 마그네틱전송기술(MST)를 보유하고 있던 루프페이를 인수, NFC뿐만 아니라 기존 카드 단말기에서도 삼성페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페이는 지난해 8월 국내에 첫 도입된 이후 500만명이 이용할 정도로 폭넓게 쓰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0년까지 세계 삼성페이 이용자를 1700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 이후 다양한 업체가 참여하며 페이 전쟁이 가속화됐다. 모바일 결제가 간편해지면서 최근에는 O2O 시장의 열쇠로도 부상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모바일 결제 시장은 매년 30~40%씩 성장, 오는 2017년 72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모바일 생체인식 보급화에는 중국 제조업체들의 역할이 컸다. 사진은 후면 지문인식 기능이 도입된 화웨이 아너8
모바일 생체인식 보급화에는 중국 제조업체들의 역할이 컸다. 사진은 후면 지문인식 기능이 도입된 화웨이 아너8

◇대륙에서 부는 생체인식 바람, 지문폰의 보급화

초기 스마트폰 지문인식과 모바일 결제는 프리미엄 제품에서만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변화를 주도한 곳은 중국 제조업체들이다. 중저가 전략을 펼치던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지문인식은 기존 모바일 디바이스와 차별화하는 경쟁력인 동시에 기술 고도화를 알릴 수 있는 `프리미엄화` 표지였다. 중국의 지문인식 도입은 그만큼 스마트폰 시장에서 생체인식이 필수요소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례다.

지문인식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중국업체로는 화웨이, BBK, 레노버, 지오니, 오포 등을 꼽을 수 있다. 스와이프뿐만 아니라 에어리어 방식도 도입했다. 화웨이는 `어센드 메이트7` `어센드 G7`에, BBK는 `비보 엑스플레이 3S`에, 오포는 `N3`에 지문인식을 도입했다.

최근 중국업체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가 9.4% 점유율로 3위를 차지했다. 5.3%로 오포가, 4.3%로 샤오미가 각각 5위권에 안착했다.

중국업체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지문인식은 스마트폰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한 분위기다. 이에 따라 지문인식이 아닌 또 다른 생체인식 도입을 모색하는 상황까지 올라섰다.

◇PC에도 부는 생체인식 바람

초기 생체인식은 사용자 개인정보를 지켜주는 보안인증 수단으로 사용됐다. 스마트폰 잠금해제 시 기존 패턴이나 비밀번호 입력 방식이 외부로 노출될 수 있기에 이를 보완할 수단으로 얼굴인식, 지문 등이 쓰이기 시작했다.

지문인식이 대중화되기 전인 2011년 모바일에 또 다른 생체인식 수단으로 얼굴인식 기능이 도입된 바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4.0 아이스크림샌드위치(ICS)에 얼굴인식 기능인 `페이스 언록`을 추가했다. 패턴과 핀 번호만 쓰이던 스마트폰 잠금해제에 얼굴인식을 추가했다.

페이스 언록은 얼굴 윤곽이나 눈, 코, 입의 간격, 코의 높낮이 등을 파악해 기존 데이터베이스와 비교 인증하는 방식이다.

당시에는 놀라운 기능이었으나 낮은 인식률과 접근성으로 외면받았다. 얼굴 각도나 조명 변화, 수염 또는 얼굴 표정에 따라 인식률이 낮은 불편함이 있었다.

최근 얼굴인식 솔루션은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를 통해 재부상하고 있다.

인텔 `트루키`는 사용자 얼굴뿐만 아니라 목소리, 지문 등 다양한 생체인식이 가능한 보안 솔루션이다. 6세대 스카이레이크를 출시하면서 3차원 인식 솔루션인 `리얼센스`를 함께 공개한 바 있다. 리얼센스는 사용자의 미세한 생체 정보를 획득해 반영하는 솔루션으로 비밀번호 없이 얼굴인식으로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10`을 출시하면서 생체인식이 가능한 `헬로` 서비스를 선보였다. 윈도10 1주년 업데이트에서 생체 정보로 윈도에 로그인할 수 있는 헬로가 정식 도입된다. 윈도 앱과 엣지에도 적용된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에는 홍채인식 기능이 도입됐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에는 홍채인식 기능이 도입됐다. (사진=삼성전자)

◇생체인식 `홍채`를 품다

지문, 얼굴인식과 함께 최근 각광받는 생체인식 수단은 `홍채`다. 특히 지난 2일 미국 뉴욕에서 공개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에 홍채인식이 적용되면서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홍채인식은 동공 확장을 조절하는 빗살무늬 모양 근육 패턴을 적외선 카메라로 스캔해 추출한 정보로 인증하는 방식이다. 생체인식 중 매우 높은 보안성을 갖추고 있다. 사용자 노화 여부에 따른 문제가 없고 안구질환도 걱정없다.

많은 이점에도 홍채인식이 좀처럼 모바일에 이식되지 못했던 이유로 근거리 적외선 카메라 이용 방식의 사용자 거부감과 안구 건강에 따른 문제 등을 꼽을 수 있다. 모듈 가격도 비싼 편에 속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단점을 개선해 `갤럭시노트7`에 홍채인식 기능을 넣었다. 홍채 인식을 위해 기기 상단에 홍채 인식 전용 카메라와 적외선 LED를 탑재했다. 삼성전자는 이 카메라를 일반 모델이 아닌 홍채 인식을 위해 별도로 설계했다.

홍채인식 전용 카메라는 적외선 LED를 광원으로 사용해 사용자 홍채 영역을 찾아 디지털 정보로 바꾼 후 삼성 자체 보안 솔루션인 녹스 내 트러스트존에 암호화해 저장한다. 지문과 마찬가지로 기기 내에 저장된다. 카메라를 바라보기만 해도 잠금화면이 풀리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홍채인식 스마트폰은 갤럭시노트7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대표 모델에 탑재되면서 보급화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