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왓슨이 대중에게 인지된 시점은 1997년 세계 체스 챔피언을 꺾으면서다. 2011년에는 미국 유명 퀴즈쇼 `제퍼디 퀴즈쇼`에 나가 사람과 대결에서 이겼다. 당시 출전했던 컴퓨터를 왓슨이라고 불렀던 게 지금까지 이어진다. 올해 알파고가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대중에게 인공지능(AI)이 다시 각인됐다.
AI가 화두로 재등장한 첫 번째 이유는 데이터 때문이다. AI를 이야기 하면서 빼놓지 않는 게 머신러닝(기계학습)이다. 기계에게 특정인 사진을 계속 가르쳐주면 어느 순간 수많은 사진 중에서 특정인을 구분한다. 페이스북 수 많은 사진 중 내 친구를 구분해 알려주는 것도 머신러닝 기법 중 하나다. 컴퓨팅 기술 발달도 빼 놓을 수 없다. 알파고 성공 뒤에는 엄청난 컴퓨팅 인프라를 가진 구글이 있다. 컴퓨팅 파워의 비용은 내려가면서 속도는 빨라져 AI를 구현했다. 2011년 제퍼디 쇼에서 왓슨과 대결한 두 사람은 각각 퀴즈쇼 최다 연승, 최다 상금 수상자였다. 컴퓨터가 이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상당한 컴퓨팅 파워와 기술이 요구됐다. 기계가 단순히 키워드를 매칭해 정답을 말 할 수는 없다. 다양한 의미를 해석하고 답을 추출해야 한다. 즉 자연어 처리와 입력이 요구된다. 현재 AI는 이 능력을 경험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AI 작동방식은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과 유사하다. 의사를 예로 들면 의과대학에 진학해 훈련을 받아 인턴, 레지던트, 전문의로 성장한다. 그 과정에는 관찰, 해석, 평가, 의사결정, 활용 등 단계를 거친다. 인공지능도 의사처럼 트레이닝을 거쳐 진화한다. 2011년 제퍼디쇼에서 왓슨이 우승한 뒤 처음으로 연락 온 곳이 의료분야다. 대형병원 의사나 교수들은 밀려오는 외래와 수술 등으로 상당히 바쁘다. 모든 업무를 수행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학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바쁜 자신을 대신해 누군가 지식학습을 조언해 준다면 현재보다는 훨씬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 고민을 시작으로 IBM도 AI를 산업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임상시험, 지노믹스 등 의료분야에 집중 적용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타 산업에도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IBM은 클라우드와 AI를 접목해 비즈니스를 펼치는 게 목표다. 현재 IBM 클라우드 `블루믹스`를 통해 왓슨을 API 형태로 제공한다. 다양한 개발 업체가 왓슨을 이용해 애플리케이션을 만든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우리나라 일부 학교에서도 이용하고 있다. AI를 이용하려면 언어가 중요하다. 제퍼디 쇼 당시 왓슨은 영어만 지원했다. 지금은 스페인어, 일본어를 지원하며 한국어도 개발 중이다. 총 8개 국어를 지원하거나 개발 중이다.
IBM 왓슨을 산업화하는 첫 걸음은 질의응답 시스템이었다. 고객이 질문을 하면 직원이 대답하는 시스템을 AI가 도와주면 어떨까 생각했다. 복잡한 질문이 아닌 단순하고, 반복적인 질문은 사람이 아닌 기계도 가능하다고 여겼다. 이후 미국에 있는 보험사 온라인 질의응답 시스템에 적용했다. 보험사는 고객이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단순 정보 획득 외에 가입까지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 만약 고객이 가입을 위해 특정 필드를 기입해야 하는데, 복잡한데다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을 경우 가입을 포기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온라인으로 보험 가입을 위한 전체 절차를 도와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IBM 왓슨은 고객이 궁금한 사항을 입력하면 바로 대답해 준다.
IBM은 클라우드를 통해 왓슨 API를 제공한다. 현재 약 30개 API가 있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왓슨 API를 활용해 개발된다. 결과물 중 하나인 `퍼스널리티 인사이트`가 대표적이다. 내가 만약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100개 게시물을 올렸다고 치자. 퍼스널리티 인사이트는 모든 게시물을 분석해 나의 성격을 말해 준다. `오션`이라는 성격 모델을 바탕으로 성향을 분석한다. 한국어용도 개발 중이다. 서비스가 주목받는 것은 기업 근원적 고민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자사 고객, 잠재 고객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고객성향을 파악해야 적절한 물건을 추천하고, 팔 수 있다.
기업이 보유한 아이디어를 왓슨 API를 활용해 구현한 사례도 많다. 호주 디킨대학은 처음에 왓슨을 학사행정 시스템에 적용하려고 했다. 학사 행정과 관련한 질문을 하면 AI가 자동으로 대답해 주는 환경이 목표였다. 하지만 학생들이 올리는 질문은 학사 행정 분야보다 교우관계, 진로고민 등 개인적인 내용이 많았다. 학교는 목표를 바꿔 학생 고민을 들어주고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AI 시스템을 구현했다. 학기 초 상당수 학생이 적응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빈번했는데, 왓슨을 활용해 문제점을 개선했다.
헬스케어는 왓슨이 적용된 가장 오래된 산업이다. 임상, 진단, 지노믹스, 신약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실제 IBM에서도 왓슨 사업부 내 헬스케어 사업팀이 있다. 사업팀은 지노믹스, 전자의무기록(EMR) 분석, 의료영상이미지 등 영역에서 솔루션을 구축했다. 최근에는 왓슨 헬스타워를 통해 병원이나 일상생활에서 수집된 헬스케어 데이터를 모았다. 헬스 클라우드를 구축해 더 좋은 분석 환경까지 구축했다.
왓슨 시스템은 금융에서도 특정 부문을 조언해 준다. 고객서비스나 콜센터로 전달되는 민원을 해결해 준다. 또 동종업계에서 자신이 다니는 회사 입지와 매출, 영향력 등을 분석하는데도 활용된다. 최근에는 요리법까지 알려준다. `쉐프 왓슨`은 세계 각국 요리책을 학습했다. 자신이 원하는 재료와 원하는 방식 등을 입력하면 요리법을 제시한다.
IBM은 궁극적으로 클라우드 환경에서 코그너티브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간다. 현재 왓슨 API를 플랫폼형 클라우드(PaaS)에서 무료로 쓸 수 있다. 특정 왓슨 API를 기반으로 샘플 앱을 만들 수 있다. 꾸준히 API를 늘려 파트너와 협력해 왓슨 생태계를 구축한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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