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소매시장에 쏠린 눈…전력 도매시장 문제도 크다

전기요금 개편 여파가 전력도매시장까지 번졌다. 인상이 예고됐던 발전설비지원금인 용량요금 논의는 석 달째 미뤄지고 있으며, 민간 석탄화력발전 수익정산 기준도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점쳐진다. 가뜩이나 실적 악화에 허덕이는 민간발전업계는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21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용량요금 인상을 주 안건으로 한 이번 달 전력시장규칙개정위원회가 열리지 못하고 다음 달로 미뤄졌다. 이달 말 예고된 민간석탄발전 정산조정계수 적용에서 투자보수율 4.5%선이 유력하게 언급되고 있다. 발전업계가 올해 전력시장 제도 개선으로 수익성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 달리 악재만 이어지고 있다.

GS동해전력 북평화력발전소 조감도.
GS동해전력 북평화력발전소 조감도.

용량요금은 석 달째 인상 논의가 미뤄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에 용량요금 인상 방안을 확정한 뒤 7월부터 바뀐 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역과 연료원별 차등을 주는 방안부터 논란이 생기면서 회의가 미뤄졌고, 이번엔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 논란으로 전기요금 개편 당정 태스크포스(TF)가 발족하면서 세 번째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발전업계는 용량요금 인상이 행여 전력요금 인하 요구에 역행하는 것으로 여론이 작용할 수 있어 전전긍긍이다. 제도 개선 자체가 정책순위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발전설비 유지 기본비용을 보전해주는 용량요금은 무더기 적자 늪에 빠진 민간발전사가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는 사안이다. 반년 넘게 인상 기대를 품고 버티고 있지만, 지금 국민 여론과 정책 우선순위는 소매 전기요금 개편에 쏠려있는 상태다.

민간 석탄화력발전 정산조정계수는 후퇴하는 화석연료 발전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라는 이율배반 논리가 최대 걸림돌이다. 민간발전업계는 LNG 발전소 가동률이 떨어지면 가동우선 순위가 높은 석탄화력을 신규 사업으로 추진했다. 현재 시험가동 중인 GS동해전력 북평화력발전소를 시작으로 민간석탄화력 설비가 속속 들어설 계획이다. 정부는 여기에 4.5% 투자보수율에 맞춰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발전소 건설에 3조원을 투자했다면 한 해 1350억원 정도 수익에 맞춰 전력가격을 정산하는 식이다. 투자비를 회수하는 데만 약 25년에서 30년을 잡아야 하는 셈이다.

포스파워 조감도.
포스파워 조감도.

민간발전업계는 상용 가동을 앞둔 시점에 투자보수율이 기대보다 낮게 잡힌 것에 불만을 갖고 있다. 적어도 6% 이상은 보장돼야 정상적인 발전소 경영이 가능하다는 게 사업자 입장이다. 여기에 민간조정계수 적용이 북평화력 상용운전이 임박해서야 결정된 점도 다른 사업자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그동안 정부는 민간석탄화력에 대해 발전공기업에 적용하던 정산조정계수가 아닌 계약거래(정부승인차액계약, VC) 방식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전력당국은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다. 전력도매시장 관련 비용 인상요구가 오래전부터 지속된 가운데, 전력소매시장에선 누진제 경감부터 전기요금 체계 개편까지 인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도매시장 가격 신호가 소매시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시장을 유지해 온 문제가 한꺼번에 터진 셈이다. 전력당국은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상관없이 도매시장 제도 개선도 계획대로 진행할 방침이지만, 어느 쪽이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 결정이 쉬어 보이진 않는다.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발전비용 현실화 문제는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던 것”이라며 “전기요금 체계 개편 작업에 소매시장은 물론 도매시장 문제점도 함께 개선될 필요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