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기술 산실, KIRO를 찾아서]<상>한국로봇융합연구원, 로봇 선도기관으로 우뚝서다

로봇은 자동차, 의료, 복지, 문화,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과 결합해 인간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로봇기술은 제조업 경쟁력 향상은 물론 고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점차 약화되고 있는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외 로봇시장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2009년 1조200억원에서 2014년 2조65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해외 시장도 2009년 68억달러에서 2014년 167억달러 규모로 크게 늘었다.

미국과 일본 등 로봇 선진국들은 로봇 기술 개발을 넘어 로봇 보급률을 높이기 위한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선진국을 넘어 로봇 대국으로 자리매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 로봇 기술의 중심에는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원장 박철휴)이 자리하고 있다. 2012년 국내에선 유일하게 로봇 전문 연구 기관으로 출범한 KIRO는 현재 로봇 기술 혁신에 필요한 기술을 산업계에 수혈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KIRO가 최근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KIRO의 지난 성과와 향후 전략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전경사진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전경사진

KIRO는 로봇 전문 연구 기관으로 공식 출범한 뒤 4년 만에 국내 로봇산업을 육성하는 선도 기관으로 성장했다. 산업기술혁신 촉진법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한 국내 최초 로봇 전문 생산기술 연구원이다.

KIRO 조직은 현재 필드로봇연구본부·해양로봇연구본부·제조로봇연구본부 등 3개 연구본부를 총괄하는 선임연구본부와 기업지원실, 경영지원실, 전략기획실 등 1선임연구본부 3실로 구성돼 있다. 구성원은 모두 비정규직을 포함해 68명이다.

8월 현재 정규직 인력 48명 가운데 연구자가 39명으로 81%나 된다. 전체 인원 가운데 박사급 이상이 35%나 될 정도로 고급 인력들이다.

KIRO의 지난해 총 사업비는 158억원이다. 2012년 98억원에서 갑절 성장한 셈이다.

KIRO의 핵심 미션은 로봇 관련 연구개발(R&D)이다. 로봇 R&D뿐만 아니라 산업 지원, 인력 양성, 과학 기술 문화 확산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R&D 성과로 세계 최초로 수중청소로봇, 유리창 청소로봇, 콘크리트 폴리싱 로봇 등 다양한 로봇 시제품을 개발했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 CI
한국로봇융합연구원 CI

수중청소로봇 R&D로 관련 특허 4건, 기술 이전 2건이 각각 이뤄졌다. 실제 제품은 인천시 하수관에 적용, 100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콘크리트 폴리싱 로봇은 세계 최초의 무인 자동 로봇이다. KIRO의 기술 지원으로 개발된 이 로봇을 통해 해당 기업인 폴리시스는 내년 15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KIRO가 일심글로발과 공동 개발한 유리창 청소로봇도 세계 최초 제품이다. 고층 건물의 대형 유리 무인 청소가 가능한 이 제품은 2012년 미국 파퓰러사이언스지로부터 올해의 최고 신제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KIRO는 작업 지원과 의료, 해양, 문화 등 40여종의 로봇 제품화 개발도 주도했다. 개발한 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중소기업의 부족한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인력 양성에도 기여했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이 개발한 수중로봇을 형산강에서 현장 테스트를 하는 모습.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이 개발한 수중로봇을 형산강에서 현장 테스트를 하는 모습.

시제품 제작 지원, 기술 컨설팅 등 141건의 기업 지원과 823명의 로봇 전문 인력을 양성했다. 산업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방문기술 교육은 43차례나 실시했고, 13건의 기술을 기업에 이전했다.

로봇강소기업육성 사업도 성과가 풍성하다. 기업과의 공동 R&D, 기술 지도 및 노하우 전수 등으로 22개 로봇 강소기업을 지원했다. 이들 기업의 총 매출은 2014년 195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281억7000만원으로 늘었다.

KIRO는 로봇 기업의 내실 성장 지원과 로봇 기업 외형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견기업과의 합작투자 법인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14년에는 자동차부품 생산 기업 에나인더스트리와 함께 에나로봇을 설립했다. 에나로봇은 KIRO가 최초로 직접 투자한 제1호 연구소기업이다. KIRO는 현재 에나로봇의 지분을 30% 보유하고 있다.

제2호 투자 기업도 조만간 설립된다. 산업설비 유지·보수 전문 회사인 지엠텍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원유탱크 같은 고위험 작업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인 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로봇 기업은 10개 가운데 9개사가 영세 중소기업이다. R&D 기반이 취약해 신제품 개발과 양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IRO는 R&D 역량이 부족한 이들 로봇 관련 중소기업에 기술을 제공, 제품 개발을 돕는 첨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로봇 인프라 구축도 한창이다. KIRO는 2013년부터 오는 2018년까지 총 사업비 850억원을 들여 수중건설 로봇 개발 및 인프라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부터 오는 2021년까지 사업비 710억원 규모의 국민안전로봇 프로젝트를 유치했다.

로봇문화확산 사업도 KIRO의 주요 역할이다. 국내 최초의 창작 로봇대회인 한국지능로봇경진대회는 지난해 40개팀이 참가하고 관람객이 4만5000명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지방에서 유일한 로봇 전문 전시회인 로봇체험전시관(로보라이프뮤지엄)도 연간 3만명이 방문, 로봇 활용 교육 및 로봇 문화 조성을 위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