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순수 기초과학 지원을 위해 과학재단을 설립하거나 과학 대중화 사업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오너가 사재를 털어 과학 문화사업을 펼치는 사례도 나왔다.
아모레퍼시픽이 다음 달 회장 이름을 붙여 `서경배 과학재단`을 설립한다. 지난 17일 정부 허가를 받았다. 국내 기초과학 증진을 위해 설립하기로 한 과학재단은 서경배 회장이 사재 100%를 출연한다. 앞으로 2년 동안 65억원을 출연하고 추후 지원 규모를 늘려 나갈 방침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모험 및 공익 연구, 장기 과제 등에 최소 5년에서 최대 15년까지 연구비를 지원한다. 주요 연구 지원 분야는 뇌과학, 생명과학, 화학공학 등 기초과학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과학재단을 통해 자사 화장품 제품 관련 개발 연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파크는 2014년 11월 기초과학 대중화를 목적으로 한 카오스(KAOS) 재단을 설립했다.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이 기초과학 발전을 위해 사재를 출연했다. 매년 상·하반기 10회씩 유명 전문가를 불러 과학 강연과 초대형 과학콘서트를 개최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로 가장 뜨겁게 떠오른 `인공지능(AI)`의 핵심인 인간의 `뇌`를 주제로 한 강연을 10회 열었다.
삼성그룹은 사회 공헌 차원에서 2013년 8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을 세웠다. `미래 기술 육성 사업`으로 프로젝트 건별로 최대 5년 동안 최대 25억원, 2022년까지 10년 동안 총 1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기초과학, 소재기술, 정보통신기술(ICT), 신기술·미래기술에 고르게 투자한다.
과제에 선발되면 연구비를 지원하고 보고서 제출, 진척사항 보고서 등 형식은 없앴다. 논문이나 특허 건수 평가도 하지 않는다. 자율 연구 방식을 믿고 지원하는 것이다. 민간 기업 자금으로 운영되다 보니 정부 연구개발(R&D) 방식과 다르게 연구자의 자율과 책임을 믿는다는 방침이다. 재단은 기초과학 투자이다 보니 현재 수행되는 과제의 4분의 1 정도만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연구 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등을 기록, 지식 자산으로 활용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기업의 과학 투자가 늘어나면서 과학계는 호응을 보였다.
서경배 과학재단 발기인으로 참여한 김병기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가 살 만 하게 되면서 민간에서도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면서 “(그동안 패스트 팔로어였지만) 이제는 올라갈 곳이 더 없어 진짜 원천 기술이 필요한 데다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 요구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
송혜영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