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영업이익을 결정짓는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지면서 업계 3분기 실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호황이 계속되는 석유화학, 윤활기유 등 비정유 사업이 정유 사업 부진을 얼마나 만회하느냐에 따라 회사별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주요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8월(18일 기준)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2년만에 최저 수준인 배럴당 3.3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지난 2014년 8월 이후 최저치다. 정유사 손익분기점인 4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제마진은 올해 1월 10달러를 넘봤지만 이후 매달 하락했다. 지난달 배럴당 4~5달러를 오갔고 이달 들어선 낙폭을 키우고 있다. 지난 1일 전 일 대비 1달러 이상 하락한 3.5달러로 시작해 8일 2달러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정제마진이 호조를 보이면서 중국 등 아시아지역 정유설비 가동률이 상승했고 이로 인해 공급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며 “물량 부담으로 8월 들어 정제마진이 급락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정제마진은 원유와 휘발유 등 석유제품간 가격차이로 정유사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정제마진 호조에 힘입어 정유4사는 상반기에만 역대 최대인 총 4조7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상황이 바뀌면서 주력인 정유사업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업계는 3분기 비정유 사업에 희망을 걸었다. 석유화학, 윤활기유 사업은 상반기에도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SK이노베이션 화학사업을 담당하는 SK종합화학은 2분기 3027억원 영업이익을 올리며 분기 사상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올렸다. 정유업계 주력 석유화학제품인 파라자일렌(PX) 사업에서는 2분기 화학사업 영업이익의 절반을 벌어들였다. 윤활유 사업을 담당하는 SK루브리컨츠도 2분기 132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13분기 만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3분기 연속 기록을 이어갔다.
에쓰오일도 2분기 영업이익에서 비정유부문 비중이 41.7%까지 올라섰다. 석유화학 영업이익은 1400억원으로 PX 생산 설비 가동률이 오르며 양호한 실적을 이어갔다. 윤활유 사업은 2011년 4분기 이후 가장 많은 128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PX-나프타 스프레드는 톤당 404달러로 2분기 평균인 373달러 대비 8.3% 상승했다. 일부 정유사가 생산하는 에틸렌 평균 스프레드도 전달 대비 15% 오른 톤당 730달러대를 오라고 있다. 윤활기유 스프레드도 톤당 630달러 수준으로 2014년 이후 가장 좋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정유사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급락해 수익성이 떨어질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있다”면서 “비정유 사업이 선방하고 있고 정제마진이 손익분기 아래로 떨어지면서 정유사 가동률이 떨어졌기 때문에 마진도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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