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전기요금, 패러다임을 바꾸자-`전기 섬` 대한민국의 딜레마

[이슈분석]전기요금, 패러다임을 바꾸자-`전기 섬` 대한민국의 딜레마

전기요금 체제 개편은 전력 산업 구조와 함께 10년 넘게 논의돼 온 이슈다. 그동안 복수요금제와 계약거래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지만 일부 요금제 추가만 있었을 뿐 주택용, 일반용, 산업용, 교육용 등으로 나뉘는 용도별 체계와 도소매가격이 단절된 시장 구조는 그대로 유지돼 왔다.

2001년 전력 산업 구조 개편에서 발전 시장만 개방하고 판매 시장은 독점으로 남겨 둔 것은 전력 소매가격을 억제하기 위한 이유가 크다. 시장 시스템 도입은 곧 정부의 전기요금 결정 권한 축소를 의미했다. 시장 개방으로 전기요금이 오르거나 내릴 수 있지만 두 가지 다 환영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정부가 시장 시스템을 도입했음에도 소매전기요금 결정권을 놓지 않는 이유는 `전기 섬`이라는 우리나라 특수성이 작용한다. 석유와 가스는 비축할 수 있다. 갑자기 사용량이 많아지면 스폿 물량을 구매하는 등 돈을 더 들여서라도 수입량을 늘려 수급을 맞출 수 있다.

반면에 전기는 다르다. 우라늄과 석탄·가스는 수입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만드는 전기는 우리나라에서 만들 수밖에 없다. 남으면 팔고 모자라면 살 수 있는 대륙 국가들과 달리 다른 나라와 연결된 계통이 없는 우리나라는 전력 수급을 자력으로 맞춰야만 한다. 8000만㎾에 이르는 전력 수요를 저장한다는 건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만큼 가격과 수요에 민감하고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여름철에 전력 수요 피크가 올라가면 봄·가을에 발전소가 놀더라도 피크치에 맞춘 발전소를 건설해야만 한다. 여기에 보유 자원도 없고 국토마저 좁다. 최고 수준의 전력 서비스 국가라는 타이틀은 있지만 정작 그 여건은 사실상 최빈국인 셈이다.

누진제 논란 초기에 정부가 난색을 표한 이유도 전력 피크 상승 우려였다. 전기요금을 여론과 시장 가격에만 맡기기에는 각종 리스크가 부담으로 작용한 셈이었다.

전력 업계는 시장에 가능성을 열어 두고 우려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강한 제제를 가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100GW에 이르는 시장을 하나의 사업자와 단일 상품으로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수많은 고객의 소비 패턴에 맞는 다양한 상품과 가격 경쟁을 위해선 한국전력공사 이외의 다른 플레이어가 필요하다.

물론 전력 시장에 경쟁 체제가 도입된다고 해서 요금 인하가 있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사업자들이 담합을 할 수 있고, 알짜 사업만 하는 일명 체리피킹(Cherry picking)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는 과거 전력 도매시장 가격이 250원을 넘어설 때도 정부와 한전이 가격상한제를 도입한 것처럼 안전장치를 두면 된다.

전력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전력 구조 문제점은 시장을 열어 놓고 정부, 한전이 과중한 권한과 책임을 가져가는 데 있다”면서 “요금 문제 역시 한전과 정부만의 숙제가 아니라 전력 업계 전체의 사안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료:한전 사이버지점>


자료:한전 사이버지점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