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힙합 그룹 일렉트로보이즈가 최근 두 번째 정규 앨범 ‘선글라스’를 발매했다.
일렉트로보이즈는 용감한형제 작곡가가 대표를 맡고있는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의 소속 가수이면서 동시에 음악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차쿤은 작곡가의 입장에서, 원카인은 래퍼의 입장에서, 마부스는 작곡가와 래퍼의 중간 입장에서 작사 인터뷰에 응했다.
Q. 가사 작업 방식은?
“혼자서 작업을 하는데 꼭 커피를 마시면서 해요. 그리고 곡을 수천 번은 듣는 것 같아요. 저는 특히 모든 곡을 신중하게 생각하는 스타일이라서 한 줄, 한 줄이 완벽해야 돼요. 차쿤은 저와 달리 빨리 써내려 가는데 부러울 때가 있죠. 물론 영어가 편하기 때문에 더 쉽긴 하지만, 영어 가사를 쓸 때도 마찬가지로 신중하게 작업하는 편이에요. 남들이 들었을 때 ‘어떻게 이런 가사를 생각했지?’ 할 정도로 써야하니까요.”(원카인)
“개인적으로 작업할 때는 컴퓨터로 작업을 해요. 그리고 맨 처음 가사 쓰기 전에 제목을 먼저 생각해요. 제목을 정하지 않고 곡을 쓰면, 내용이 산으로 갈 수도 있거든요. 저는 곡 작업할 때 별로 고민하진 않는 것 같아요. 특히 트랙을 받아서 가사를 쓸 때는 트랙을 그 사람이 이 트랙에 무엇을 쓰고 싶었는지 캐치를 빨리 하려고 해요.”(차쿤)
“브레이브는 재미있는 곡 작업 방식이 있어요. 사장님(용감한 형제)께서 곡을 쓰고 제가 가이드 녹음을 할 때 저를 녹음 부스에 넣고 밖에서 디렉팅을 보세요. 이런 저런 것들을 요구 하다가 ‘뒤에 여덟 마디 랩을 써야 되는데 지금 생각해’라고 하세요. 그럼 가이드 녹음을 진행하면서 머릿속으로 가사를 생각해야 돼요. 브레이브는 곡을 정말 빨리 쓰는 스타일이에요.”(차쿤)
“회사에 있는 좋은 프로듀서들한테 비트를 받아서 가사를 써요. 하지만 아무리 좋아도 제가 못할 것 같은 노래는 손 안 대요. 제가 할 수 있는 곡만 선택해서 작업을 하는 편이에요.”(마부스)
Q. 가사가 안 나올 때는?
“가사가 안 나온 적은 없고, 주제가 안 나온 적은 있는 것 같아요. 주제만 잡히면 할 얘기는 너무 많으니까요. 거짓말로 쓰면 돼요. 꼭 나의 이야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지는 않는 것 같아요. 주변에 가사 때문에 고민 하는 분들을 보면 본인이 공감이 안 가고, 가슴에서 우러나지 않으면 만족을 못하는 분들이 있어요. 제 생각은 굳이 내가 공감을 해야 하나 싶어요. 그냥 소설 쓰는 것처럼, 거짓말을 한다기보다는 꾸민다고 생각하면 더 쉽게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차쿤)
Q. 음악 작업할 때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그룹 틴탑 앨범을 작업할 때가 있었어요. 그 때 정말 바빴는데 하루는 트랙을 받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가사를 써요. 그리고 틴탑의 회사에 그 가사를 보내요. 그럼 하루 만에 틴탑 멤버들이 저희 회사로 와서 바로 녹음을 해요. 그럼 끝나자마자 제가 코러스 녹음을 해요. 그리고 또 곡을 써요. 그리고 또 다음날 녹음을 해요. 가수가 연습을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그 자리에서 바로 듣고 녹음을 해요. 그 때 10곡 정도 작업을 했었는데, 힘들었지만 짜낸다거나 이런 것보다는 재밌었죠.”(차쿤)
Q. 가사를 잘 쓸 수 있는 특별한 팁이 있다던데?
“노력하는 부분도 있지만 환경적인 요인도 큰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 친구들이 다 흑인들이다 보니까 리듬 타는 게 흑인이 박자를 타는 것처럼 몸에 배어있어요. 타고난 게 아니라면 뮤직비디오를 보고 보면서 따라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 하다보면 자기만의 스타일이 나오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 가사도 많이 보고 해야 느는 것 같아요.”(원카인)
“춤을 배우면 노래 만드는 데 도움이 돼요. 저는 아이돌 노래를 만들 때 과연 이 노래에 어떤 식으로 무대에서 춤을 추고 플로우를 탈지 생각해요. 리듬감이 없이 가사를 쓴다면 무대에 오를 때 가사와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춤에 대해서 리듬감이 있다면, 그런 박자까지 다 생각해서 가사를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음악 하는 분들이 리듬감 같은 것에 한계를 느끼면 계속 음악을 들으면서 그것을 깨우치려고 하기 보다는 춤을 배워보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차쿤)
Q. 가사 작업을 할 때 영감을 얻는 곳은?
“70%가 경험인 것 같아요. 힙합하면 미국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고 돈, 약, 여자 얘기를 많이 해요. 경험적인 부분이 중요한 것 같아요. 도끼 같은 친구는 진짜 돈을 많이 벌어서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살지 않으면서 그런 척 하는 건 위험해요. 미국에서는 이런 게 중요해요. 예를 들면 갱스터처럼 살지 않은 래퍼가 갱스터인 척 하면 큰 타격을 입어요. 래퍼의 경우가 더욱 그렇다고 볼 수 있어요.”(마부스)
Q. 가사를 쓸 때 센스 있게 작업하는 팁을 준다면?
“래퍼들은 비유를 많이 써요. 스윙스라는 친구 가사 중에 ‘JK형처럼 미래가 없지’(JK의 아내인 윤미래와 앞날을 뜻하는 미래라는 뜻을 담고 있다), 블랙넛의 ‘아빠 미안해 난 또 다른 부를 얻을 거야’(아버지를 뜻하는 부와 넉넉한 생활의 부의 뜻을 담고 있다)같은 가사. 이런 게 정말 센스인 것 같아요. 이런 건 얼마만큼 많이 연구하고 생각했는지의 차이인 것 같아요.”(원카인)
Q. 표준어를 지키지 않은 가사, 신조어를 담은 가사에 대해서는?
“음악은 트렌드에 제일 민감하고, 트렌드를 가장 잘 반영하는 문화라고 생각해요.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이지만 먼 훗날 내 아이가 들었을 때 아빠 시대 때는 이런 말이 유행 했었구나를 알 수 있는 문화잖아요. 음악은 그냥 느끼는 거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맞는 건 아닌 것 같아요.”(마부스)
Q. 저작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면?
“저작권이라는 게 기복이 굉장히 심해요. 저작권으로 사는 사람들은 돈 관리를 특히 더 잘 해야 돼요. 주위에서 지난달에 이만큼 벌었으니까 이번 달에는 못해도 이만큼 들어 올 거라고 생각해서 그거에 맞춰 살았다가 타격 입는 사람을 많이 봤어요. 그만큼 종잡을 수가 없어요.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겠지만 저작권만으로 살아간다는 건 정말 힘든 것 같아요. 쿤이는 음악만 하면서 살고 있는데 되게 축복 받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원카인은 영어 강사를 하고, 저도 학교에서 음악 하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이런 게 부끄러운 건 아니고 현실인거죠.”(마부스)
Q. 창작을 업으로 삼아야 하는 직업이다. 다른 일과 병행하는 건 괜찮을까?
“소위 잘 나왔다고 말하는 노래들은 대부분 마감 시간에 쫓겨서 나온 곡은 아니에요. 창조적인 일들은 회사처럼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한다고 해서 나오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많은 걸 보고 많은 걸 느꼈을 때, 필이 딱 왔을 때 나오는 거거든요. 한 달에 네 곡을 작업 한다고 치면, 그 곡을 위해서 쓰는 시간은 일주일이 채 안 돼요. 그럼 나머지 3주는 뭔가를 해야 된다는 압박감에 그냥 시간을 보내는 거죠. 결론은 투자 시간에 비례하는 결과는 아닌 것 같아요. 저는 많은 걸 보고, 또 새로운 걸 많이 경험할 때 약간 영감도 많이 얻는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일 하는 게 힘들 수도 있지만, 일도 새로운 경험이잖아요. ‘왜 나는 일까지 해야돼’ 이게 아니라 경험을 얻는다고 생각을 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다면 좋을 것 같아요.”(마부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historich@enteron.com / 디자인 : 정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