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특허가 특허 억류(특허권자가 실시자에게 과도한 실시료를 요구하는 행위)를 야기한다는 오해가 있다. 과연 그러한지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표준특허`(SEP)와 `특허 억류`(Holdup)의 의미부터 정립해야 한다. `표준필수특허`는 표준화기구(SSO)가 와이파이나 블루투스와 같은 기술표준의 일부로 인정한 특허를 의미한다. 즉 표준필수특허는 표준 구현을 위해선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필수요소다.
`표준특허 억류` 이론은 잠재적 시장 진입이 차단되거나 상업화가 억제될 정도로 표준특허권자가 과도한 실시료를 요구할 수 있다는 이론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억류(holdup)는 일방 당사자가 이미 투자를 한 상황에서, 상대방이 그러한 매몰 비용(sunk cost)이 투입된 사실을 이용하려고 하는 경우에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매몰 비용의 존재는 사업에서 보편적이고 불가피한 요소지만, 매번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상업적 관행은 비즈니스 관계에 본질적으로 내재하는 억류의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표준특허도 다르지 않다. 전문적인 거래 당사자들의 제안 및 역제안, 교섭과 타협 등이 일어나는 특허 라이선스 시장을 다양한 경쟁 압력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 표준특허가 혁신을 방해한다는 오해
오해를 선동하는 자들은 특허권자가 표준특허를 공격적으로 행사하여 표준특허 실시자(표준필수특허를 활용하는 기기를 설계하고 생산하는 기업)를 억류하고 있다는 믿음을 퍼뜨리려 한다. 하지만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오늘날과 같이 대중적인 소비자 기술에 새로운 기능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남과 동시에 그 비용이 폭락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이미 우리는 모토로라가 1996년 출시한 단기능 기종인 1000달러짜리 `스타텍`(StarTAC)에서 오늘날 인터넷과 동영상 스트리밍, 고화질 카메라 기능을 갖추고도 가격이 10분의 1에 불과한 저가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지난 20년 간 휴대폰 업계가 진화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표준특허권자가 신규 시장진입이 차단될 정도로 과도한 특허실시료를 요구했다는 실례는 전혀 확인된 바 없다. 특허권자와 특허실시권자 모두를 구성원으로 하는 통신정보표준협회(ATIS)와 미국국립표준협회(ANSI) 등의 산업단체와 표준화기구(SSO)는 하나같이 특허 억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하고 있다. 표준화기구는 성장과 효율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촉진의 핵심 역할을 한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술표준은 상호운용성을 제공하며, 이 상호운용성은 새로운 발명이 소비자 가치를 배가시키는 네트워크 효과를 달성할 수 있게 한다.
즉, 오늘날 누구나 자신의 휴대폰으로 전세계 누구와도 통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이메일, 트위터, 메신저 등으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통신기기가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에 따르면 모바일 기술은 연간 6조 4000억달러에 달하는 소비자 잉여를 창출한다. 이는 소비자가 모바일 기기와 어플리케이션 및 관련 서비스에 지불하는 비용을 넘어 개별적으로 얻게 되는 가치를 뜻한다.
◇ 이동통신에서 특허억류가 빈번하다는 오해
이러한 오해를 주창하는 사람들은 특허 억류가 이동통신 시장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특허 억류를 당한 실시권자가 과도한 로열티로 인한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역사적으로 그 어떤 소비자 제품보다 기술적으로 고도화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가장 저렴한 제품 중 하나인 것도 쉽게 알 수 있다. 현재 인도에서는 기본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을 10달러 미만으로 구매할 수 있다. 모바일 장비와 서비스 비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반면 소비자 후생은 늘어나는 추세다. 최신 4G 네트워크는 2G 네트워크보다 1만 2000배나 빠른 속도를 제공하지만, 지난 2005년과 2013년 사이 1메가바이트 당 평균 무선데이터 송수신료는 99%나 감소했다.
표준특허를 둘러싼 라이선스 방식이 반경쟁적이라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난 수십년간 소비자가 누려온 혁신과 활발한 경쟁을 설명하기 어렵다. 실제로 `반독점`을 외치는 사람들은 정당하지 않은 `낮은 가격`으로 타인의 신기술에 접근하려는 것일 뿐이다. 이동통신시장에서 소비자 잉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표준화기구가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표준화기구는 가치 있는 기술을 개발한 자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고 미래 혁신을 장려해야 할 필요성과, 필수특허에 대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접근을 제공할 사명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표준화기구는 기술 투자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기존 및 잠재적 시장 참여자가 미래의 진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 오해의 부작용, 무임승차
다른 많은 오해들과 마찬가지로 특허 억류에 대한 오해는 훨씬 위험한 진실을 감추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 나타나는 추세이자 유럽 사법재판소(ECJ)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같은 법원이 인정한 현실은 특허 억류의 반대인 `역홀드업(reverse holdup)`이나 `홀드아웃(holdout)` 등이다. 적은 투자비용으로 신규 시장 진입을 가능하게 하는 일괄도급(turnkey) 방식의 제품개발 키트와 저렴한 부품을 활용한 일부 제조사들은 자체 연구개발에 투자하지도 않고 선의의 혁신 업체들의 특허를 라이선스 받기를 거절하고 있다. 오히려 실시자들은 특허를 공공연히 침해하고 특허보유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도록 도발한다. 표준특허권자가 법원을 통해 특허침해의 금지를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제한하고 있는 경쟁법의 최근 추세 또한 특허권자가 공정한 협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한다.
금지명령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면 특허 침해자는 최대한 오랫동안 무임승차를 할 유인이 생긴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수년간 위험을 감수하며 값비싼 R&D를 통해 이룩한 기술혁신을 무료로 사용함으로써 얻는 부당한 이익을 계속 누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협상을 지연하기도 한다. 희생자는 발명가뿐만이 아니다. 무임승차 기업은 합당한 특허료를 지급하는 정직한 제조사들과 불공정한 경쟁을 하게 된다. 금지명령 위협만이 법을 경시하는 특허 무단 실시자를 협상장으로 끌어올 수 있는 유일한 도구다.
혁신자로부터 합당한 보상을 앗아가는 것은 장래의 투자와 개발을 더욱 어렵고 기대하기 힘들게 한다. 만약 표준특허권자가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없다면, 이로 인한 혁신의 감소는 개발자 및 제조사부터 판매자 및 소비자까지 모든 경제 순환의 주체에게 피해를 끼치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수익과 소비자 잉여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GDP 성장까지 저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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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카포스 전 미국 특허청장 dkappos@cravat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