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두증을 일으키는 지카바이러스가 여성의 질 내에서 닷새나 생존·증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모기에 물리지 않더라도 성 접촉을 통해 지카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예일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셀(Cell)`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쥐 실험에서 지카바이러스의 질 내 생존·증식을 확인했다. 새끼를 밴 쥐의 질에 지카바이러스를 투입하자 질 점막에서 바이러스가 4~5일 정도 존재했다. 이 쥐 자궁 안에서 자라는 새끼 쥐의 뇌에서도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여성의 생식 기관인 질이 지카바이러스 저장고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게다가 지카바이러스의 질 내 생존 기간은 이례적으로 길다. 질 내부는 강한 산성을 띠기 때문에 정자의 생존 기간도 최대 72시간(약 3일) 정도다.
최근에는 남성에서 여성으로의 지카바이러스 감염이 보고되기도 했다. 지카바이러스가 남성의 정액 내에서 180일 이상 생존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남성이 여성에게 지카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로 정액뿐만 아니라 여성의 질도 지카바이러스 감염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남녀 모두 상대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셈이다. 모기에 물리지 않더라도 성관계에 의해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 매개 모기가 없는 국가에서도 감염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이번 실험 결과는 또 질 내 지카바이러스가 자궁 내 태아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실험쥐의 질 내 지카바이러스가 자궁 내 태아에서도 발견됐기 때문이다. 혈관이 아닌 질을 통한 태아 감염이 확인된 것이다.
이와사키 고 하워드의학연구소 교수는 “이번 발견은 여성뿐만 아니라 임신 여성에게도 매우 중요한 의미”라며 “질은 바이러스가 감염될 수 있는 경로이며 임신한 여성의 질 내 지카바이러스도 태아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노이(베트남)=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