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의상자 인정 판결이 나왔다
28일, 서울 행정법원 행정12부(장순욱 부장판사)는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상자 불인정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혀 시선을 모았다.
의상자란, 직무 외의 행위로서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을 구하다가 부상한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택시기사인 A씨는 지난 2012년 2월 12일 오후 4시 40분경 인천 남구 도로를 운전하던 중 뺑소니 사고 장면을 목격했다.
당시 뺑소니 운전자는 면허취소 기준을 넘는 혈중알코올농도 0.124%의 상태로 4명이 타고 있던 승용차의 좌측 뒷부분을 추돌한 뒤 도주했으며, 사고 차량에 탑승한 운전자와 승객들은 뇌진탕과 경추염좌 등으로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은 바 있다.
신호대기 중 사고를 목격한 A씨는 곧바로 뺑소니 차를 뒤쫓기 시작했고, 추격 도중 공중전화 부스를 들이받으며 사고를 냈다.
A씨는 이 사고로 인해 척수손상 등 상해를 입었고 2013년 6월 척추장애 등으로 장애진단서를 발급받았다.
이후 도주한 뺑소니 차주는 자택에서 검거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았다.
A씨는 이에 뺑소니 범인을 체포하려다 다쳤다며 의상자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지만, 보건복지부가 이를 거절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복지부는 재판에서 "A씨는 범인을 검거하려 했을 뿐 피해자의 생명·신체·재산을 구하기 위한 행동을 했다고 보기 어려워 의상자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A씨가 직무와 아무런 관계없이 자신의 생명이나 신체의 위험을 무릅쓰고 뺑소니 사고로 위험에 처한 피해자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범인을 체포하려다 다쳤다"고 밝혔다.
뿐만아니라 "범행 직후 뺑소니 차량을 체포하면 차량 번호를 단서로 범인을 검거하는 것보다 피해자들의 손해를 배상하는 데 훨씬 용이하다"며 "피해자가 있는 범행의 범인을 체포하기 위해 사상을 입어도 의사상법이 정하는 구조행위로 봐야 한다"고 덧붙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윤지 기자 yj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