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시장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 시장이 활성화 됐다기 보다 살아남은 업체끼리 싸우는 모양새다. 아이나비가 독주 체제를 갖춘 가운데 2위 자리 싸움이 한창이다. 가성비 높은 제품과 여자 아이돌을 앞세운 홍보전도 뜨겁다.
1일 시장조사업체 IRS글로벌에 따르면 2011년 국내 블랙박스 시장 규모는 78만4000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법인택시 블랙박스 탑재가 의무화되면서 2012년 155만대로 2배 가까이 성장했다. 2013년 숨고르기에 들어가 195만대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그 후 2014년부터 지금까지 연간 200만대 규모를 형성했다. 춘추전국시대는 저물어 간다. 2년 전만 해도 200개에 달했던 브랜드가 과도한 마케팅과 가격경쟁으로 대부분 사라졌다. 현재는 4~5개 브랜드가 시장에서 생존, 경쟁하고 있다.
◇1위 독주…팅크웨어 `아이나비`
팅크웨어 아이나비는 국내 블랙박스 시장 1위다. 이 회사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891억705만원, 영업이익 14억5734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각각 26.2%, 50%포인트 늘었다. 블랙박스 매출만 580억원으로 전체 65.1%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블랙박스만 960억원어치를 팔았다. 올해는 매출 1000억원을 넘긴다는 목표다. 업계에서는 최근 판매되는 블랙박스 셋 중 둘은 아이나비로 추산한다.
팅크웨어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독주체제를 굳히려는 전략이다. 최근 인기 여배우 강소라를 앞세워 광고를 찍었다. 제대로 된 블랙박스를 달야야 한다는 내용이다. 강소라는 “블랙박스 아무거나 달지마”라며 눈물을 흘린다.
◇2위 경쟁 후끈
2위 다툼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인기 연예인을 모델로 채용하고 업체마다 잇달아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다본다는 한동안 잠잠했던 블랙박스 시장에 불을 붙였다. 올 2월 온라인 마켓을 오픈하고 다본다 패밀리와 히든3, 자이언트 등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특히 자이언트는 국내 최초 5인치 터치 LCD 스크린을 적용해 눈길을 끌었다.
다본다는 한 때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지만 과당 경쟁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기업회생 절차를 밟으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왕의 귀환이라는 의미에서 경쟁업체들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미동앤시네마는 지난해 블랙박스 매출액이 300억원대에 머물렀다. 가수 수지 모델 계약이 끝난 지난해 상반기부터 주춤한 탓이다. 가수 수지 효과로 프리미엄 시장을 석권했던 미동앤시네마 유라이브는 설현을 모델로 발탁했다. 다시 한 번 모델 효과를 노린다. 기능보다는 이미지 광고에 초점을 맞췄다. 7월부터 방송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올 하반기부터 판매 실적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유라이브는 여전히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한다. 가격 경쟁보다는 고급화로 승부를 걸었다.
신제품 유라이브 알바트로스Q는 업계 최초로 2.5K QHD 화질을 제공한다. 듀얼코어 중앙처리장치(CPU)와 최첨단 안전운전지원시스템(ADAS)까지 갖췄다.
파인디지털은 DSLR 수준의 선명한 화질을 무기로 삼았다. 파인뷰 풀HD 2채널 블랙박스 크리스탈(Crystal)이다.
이 제품은 독자 기술로 개발한 `프리미엄 나이트 비전` 기능을 탑재했다. 조도가 약한 야간에도 밝게 볼 수 있다. 고급 카메라로 찍은 것처럼 화면 번짐이나 깨짐 현상이 없다. 프리미엄 나이트 비전 기능을 작동해도 전후방 모두 초당 30프레임 풀HD 화질로 녹화한다. 야간 주차 때 상대 번호판을 확실하게 포착할 수도 있다.
◇블랙박스 시장도 가성비가 `갑`
신제품도 가성비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 출시한 맥스뷰(MAX View)는 야간이나 전원 차단 때 풀HD급 영상을 보장하지만 가격은 낮췄다. 중간 모델인 16GB 소비자가격이 12만9000원이다.
최신 제품 아이나비 FXD990 2K는 2048×1080 해상도와 후방 1280×720 해상도에 차선이탈경고시스템(LDWS), 앞차출발알림(FVSA) 기능도 갖췄다. 하지만 가격은 16GB 기준 21만9000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동안 침체기를 겪으며 블랙박스 가격이 떨어질 만큼 떨어져 가격보다는 기능으로 승부를 봐야하는 상황”이라며 “1위 탈환이라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현상태를 유지하면서 수익성을 올리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구로/성수/인천)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