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지시로 의무 사용이 폐지된 공인인증서가 여전히 모든 계층에서 가장 선호하는 본인인증 방식으로 나타났다. 공인인증서는 중국인들이 한류 드라마에 나온 코트를 온라인에서 구입하지 못한다는 일명 `천송이 코트` 논란으로 2014년 의무화가 폐지됐다.
최근 드림시큐리티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가장 선호하는 인터넷 서비스 인증 수단으로 응답자 82.2%(복수응답)가 공인인증서를 선택했다. 10대에서 50대까지 조사대상 전 계층에서 동일하게 답했다. ID/PW(33.2%)와 일회용비밀번호(OTP, 27.8%), 이메일 및 SNS 계정(21.2%)이 뒤를 이었다. 지문이나 홍채 등 생체인증은 16.6%에 불과했다. 아이핀은 13.8%로 응답비중이 가장 적었다.
설문조사 참여자 대부분이 공인인증서를 선호하는 이유는 다른 인증방식이 불편하거나 보안이 약하다고 인식해서다. 공인인증서 사용횟수는 대부분 한 달에 3회 이상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 5회 이상이 63.4%로 가장 많았다. 3회 미만이라고 답한 경우는 13.8%에 불과했다.
의무화 폐지에도 불구, 사용자가 공인인증서를 선호하는 것은 금융기관이나 은행에서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하드웨어 방식 보안모듈이나 홍채, 지문 등 생체인증방식을 도입하지만 사용하는 데 제한이 있다. 생체인식은 이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확대되는 데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공인인증서 보관장소는 대부분 PC나 USB로 나타났다. 복수응답으로 PC가 57.0%, USB가 52.4%다. 금융업무는 모바일보다 PC를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의미다. 최근 스마트폰 사용자 증가로 휴대폰 USIM이나 휴대폰 메모리에 저장하는 경우도 26.2%, 17.6%에 달했다.
ID/PW 방식은 응답자 35.2%가 사용처마다 일일이 기억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단점으로 꼽았다. 보안이 취약하다는 대답은 26.8%로 뒤를 이었다.
이메일이나 SNS 계정은 ID/PW처럼 보안 취약성(38.2%)과 계정 기억하기 어려움(25.8%) 등이 사용을 꺼리는 이유로 조사됐다. 기존 등록된 정보를 연계하기 때문이다. 사용하는 메일과 SNS가 많은 학생층에서는 보안보다는 계정을 기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OTP는 휴대와 유료 구매로 불편하다는 응답이 주를 이뤘다. 각각 36.4%와 31.0%다. OTP가 로그인이 아닌 추가 인증수단임에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생체인증은 아직 사용처도 부족하고 생체정보 노출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사됐다. 응답자 36.0%는 등록절차와 인식 방법이 어렵다고 선택했다. 생체정보 노출 불안도 32.0%다. 특히 여성 응답자가 생체정보 노출에 민감했다.
선호 비중이 가장 낮은 아이핀은 등록부터 복잡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절반이 넘는 51.4%다. ID/PW를 기억하기 어렵다는 응답도 23.4%다. 아이핀은 인터넷에서 주민번호 대체 수단으로 주민번호를 기반으로 계정이 생성된다. 보안을 이유로 2차 인증수단 설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입 절차가 까다롭다는 평가다.
공인인증서 방식을 가장 선호하지만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응답자 절반인 50%는 “매년 갱신해야 한다”는 점이 불편하다고 여겼다. 액티브X와 같은 “별도 프로그램 설치 및 이용방법의 복잡함”(27.6%)도 공인인증서 사용을 꺼리게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제기된 불편한 점이 해결되면 공인인증서를 계속 사용하겠다는 응답자가 93%에 달했다.
드림시큐리티 관계자는 “여러 인증방식이 등장했지만 아직 편의성과 보안성에서 공인인증서에 미치지 못한다”며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한다는 의미에서 거래 유형별로 다양한 인증수단이 공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은 전국 만 19세 이상 59세 이하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유창선 성장기업부(구로/성수/인천)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