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할 때는 주변에서 성공 가능성이 낮다며 만류했는데 지금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며 잘 해보라 격려해줍니다. 포기하지 않는 연구만이 불치병이라 여겨 온 알츠하이머를 정복할 수 있는 길입니다.”
임미희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교수는 새로운 각도에서 치매 연구에 매진해 온 생무기화학 전문가다. 화학적 접근으로 `종합 치매 치료제`라는 새로운 치매 연구 패러다임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임 교수는 기존 생물학 중심의 치매 연구를 벗어나 화학적 시각으로 치매를 다뤘다. 하나의 치매 발병 원인에 집중해 이를 연구하고 치료법을 찾던 방식이 아니라 여러 원인을 찾아내고 이에 대한 치료 연구를 다각도로 진행하는 것이다.
일례로 과거 알츠하이머 연구에서 금속은 주요 대상이 아니었다. 신체 단백질 내 금속의 역할에 주목한 연구자는 거의 없었다.
화학자인 임 교수는 달랐다. 그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 쌓이는 특정 단백질 `아밀로이드-베타`와 금속 물질의 상호관계와 작용을 연구했다. 그 결과 여러 발병 원인과 금속이 다양하게 상호 작용한다는 사실을 찾아냈고, 한 가지 원인이 다른 여러 요소들과도 연계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2014년 `멀티 타깃 치매 치료제`를 주제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학계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는 “멀티 타깃 치매 치료제 개발 계획을 내놓자 이를 반박하는 견해가 쏟아졌다. 최근 들어서야 이 같은 접근법에 관한 논문도 나오고 관련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긍정적 반응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2015년 대한화학회(KCS) 젊은화학자상, 미국화학회(ACS) 신진과학자상을 수상했고, 2016년에는 영국왕립화학회 펠로로 선정됐다.
올해 `미국화학회지(ACS저널)`는 작은 분자 하나로 다양한 알츠하이머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임 교수의 저분자 화합물 발견 연구 성과를 게재했다. 알츠하이머 치료 영역과 방법을 확대해 온 그의 연구성과를 학계가 인정한 셈이다. 그는 “멀티 타깃이 가능한 저분자 화합물은 신약 개발 비용과 시간을 크게 단축하고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는 새로운 치매 치료제 개발 가능성 보여준 의미 있는 연구 성과”라 강조했다.
임 교수의 목표는 치료제 후보 물질 발견이 아니다. 치료제 개발과 상용화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동화약품과 치매 치료제 개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동화약품과 공동 연구를 추진해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다.
그는 “내 연구를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기업을 어렵게 만났다. 신약 개발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 치매로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끝까지 연구할 것”이라 말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