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에 불이 나 폭발한다는 제보가 잇따르면서 전량 리콜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발화 원인이 배터리 셀에 있다고 확인했다. 아이폰도 이같은 일이 있었다. 2013년 2월 미국에서 애플 아이폰4S의 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다. 스마트폰 리튬이온 배터리는 외부 압력이나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 등에 따라 발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왜 이같은 문제가 생기는지, 배터리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물질의 산화 환원 반응으로 화학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바뀌는 장치다. 배터리의 종류는 일반적으로 1차전지와 2차전지로 분류된다. 1차전지는 한 번만 사용하는 전지로 수은전지, 망간전지, 알카라인전지, 리튬전지가 있다. 2차전지는 재충전해 여러번 사용하는 전지로 니켈 카드늄, 니켈수소, 납축전지, 리튬이온, 리튬폴리머 등이 있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는 고용량을 요구하는 휴대폰, 태블릿, 디지털 카메라 등 소형 스마트기기의 발달과 함께 사용량이 크게 증가했다.
배터리 전압은 내부 화학 재료에 따라 달라진다. 배터리를 직렬 연결하면 전압(V)이 올라가고 병렬 연결시 전류(A)가 커진다. 다른 이차전지와 리튬이온전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압이 커지는 기전력이다. 망간과 알카라인은 1.5V, 납축전지는 2.0V, 니켈카드늄은 1.2V 인 반면 리튬이온은 3.7V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염 전해액을 사용하는 이차전지다. 양극활물질, 음극활물질, 분리막, 전해액과 용기로 구성된다. 양극활물질은 코발트, 니켈, 망간, 티타늄 등 산화물에 리튬이온이 도핑된 물질인 금속산화물이다. 음극활물질은 흑연 분말로 각각 알루미늄과 구리 박막에 코팅 후 건조해 전극판을 형성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수용성 전해액 대신 휘발성이 있는 유기성 전해액이 사용되는데 이 전해액이 휘발유보다 더 잘 탄다.
리튬이온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는 것이 충전(전력 저장)이고 방전(전력사용)은 리튬이온이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충·방전 시 전자와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왕복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극판과 분리막을 쌓고 두루마리 형태로 감아서 용기에 넣은 후 전해액을 주입하고 밀봉해 제조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형상에 따라 원통형, 각형, 파우치형으로 구분된다. 이 전해액을 고체상태인 겔(Gel)로 만들어 분리막과 결합시킨 경우에는 리튬이온 폴리머 전지가 된다.
리튬은 전자를 잃고 양이온이 되려는 경향이 강해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존의 납축전지나 니켈전지보다 우수한 작동전압과 에너지 용량을 구현한다. 높은 순간 출력을 원한다면 리튬 전지를 따라갈 만한 것이 없는 셈이다. 리튬은 가장 가벼운 금속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과거 휴대폰에서 사용된 니켈수소 배터리나 니켈카드뮴 배터리보다 작고 가벼우며 수명이 긴 장점이 있다.
약점은 외부 충격이 가해졌을 때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리튬은 반응성이 매우 커서 폭발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리튬이 물을 만나면 연기가 나면서 불이 난다. 알칼리 금속인 리튬은 물과 반응하면 수소가스를 발생시키면서 폭발하게 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큰 전기에너지와 높은 전압이라는 `고성능`을 내지만 이 때문에 사고가 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유기용매를 액체상태에서 고체상태로 바꾼 것이 리튬폴리머 배터리다. 고체로 위험성이 줄어들긴 했지만 근본적인 한계를 해결한 것은 아니다. 리튬폴리머 배터리도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크게 고온, 외부충격, 과충전 상태가 발생하면 사람에게 위험할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온도가 상승하면 내부 열이 밖으로 흘러나온다.
2015년 4월에는 쇼핑카트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스마트폰 배터리가 그 자리에서 폭발하기도 했다. 외부충격이 가해지면 배터리 양극과 음극을 나눈 분리막에 틈이 생기고 반응이 빠른 속도로 일어나면서 열이 발생해 폭발 위험성을 높이는 것이다. 송곳이나 못같이 날카로운 금속으로 찌르거나, 무거운 물체를 떨어뜨리거나 지속적인 압력으로 눌리는 경우에 배터리 내부에서 양극과 음극 두 전극 판을 전기적으로 절연시켜주는 고분자 막이 찢어진다. 내부적인 단락을 유발하게 되고 이는 전지 내부의 고온 상승으로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충전기 오작동 등으로 과충전되는 것도 위험하다. 과충전 상태에서는 열이 높아져 폭발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일정 전압 이상으로 충전되면 탄소 음극에 들어갈 수 있는 리튬보다 더 많이 탄소로 접근하게 된다. 그러면 리튬이 탄소 표면에서 성장하게 된다. 결국 이 리튬은 분리막을 뚫고 양극과 접촉돼 불이 날 가능성이 있게 된다.
고온상태에 이르면 폭발의 위험성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에 외부적으로 온도가 높은 찜질방 같은 곳에서 사용하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배터리가 폭발하는 과정을 이해하며 안전성을 개선하는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다. 폴 시어링 영국 런던대 화학공학과 교수팀은 지난해에 리튬이온 배터리의 폭발과정을 실시간 관찰했다. 내부 공간이 있는 배터리와 내부 공간이 없는 배터리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내부공간이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1000도가 넘어가자 안이 서서히 녹으면서 열이 밖으로 배출됐다. 하지만 내부공간이 없는 배터리는 내부 내용물이 튀어나오는 등 폭발했다.
배터리를 만드는 기업들은 리튬이온의 안정성을 개선하며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안전사고로 리튬이온 배터리 리콜 사례가 한 번씩 있을 정도다. HP는 2009년~2011년까지 30만대를 리콜했고 노키아는 2008년 파나소닉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했다가 안전사고가 나면서 800억엔의 피해를 입었다. 제조사들이 원가절감과 전지 고용량화 경쟁에 돌입하면서 폭발, 발화 사고가 발생했다. 배터리 사고를 줄여 품질관리에 성공한 기업이 글로벌 전지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