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심박센서, 기압계, 자이로센서 등 다양한 센서를 내장한 웨어러블 기기가 등장하면서 내 건강 상태와 신체리듬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길이 열렸다. 평소 지병을 앓다 스마트워치에 표시된 심장박동 수치를 확인하고 생명을 구한 해외사례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재난 현장이나 긴급 상황에 투입된 소방관과 경찰관, 군인 등 신체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 하는 기술도 멀지 않은 미래에 등장할 전망이다.
허나 웨어러블 기기는 여전히 `착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활동성에 제약이 있다. 배터리 충전 문제와 디자인 취향에 따라서도 호불호가 갈린다. 아직까지는 스마트폰 역할을 분담하는 보조 디스플레이 장치로 효용성이 있을 뿐 바이오 정보를 실시간 측정, 분석하는 용도로는 부족하다.
얇은 스티커나 반창고, 문신 형태로 피부에 붙여 사용하는 `바이오 스탬프(Biostamp)`는 생체정보 모니터링에 웨어러블 기기보다 효과적인 부착형 센서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선정한 미래 우리 사회 불평등 해소에 기여할 10대 유망 기술 중 하나다.
피부에 붙여 맥박과 체온, 심박, 자외선 흡수량 등을 실시간 수집한다. 심전도, 뇌파, 근전도 등 고가 의료진단 기기를 이용하거나 병원을 내방해야만 확인 가능한 정보도 측정한다. 신체변화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돕는다. 다양한 정보를 결합하고 분석해 정량적 파악이 어려운 바이오리듬이나 스트레스 정도 등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나 고령자도 별도 조작 없이 상시적인 건강 모니터링과 신속한 응급상황 대응이 가능하다.
운동선수라면 신체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기계와 연결된 줄이 달린 센서를 주렁주렁 매달고 러닝머신을 뛰지 않아도 된다. 바이오스탬프를 붙이고 본인 종목에 해당하는 운동이나 야외 훈련을 하면서 과학적인 모니터링과 관리가 가능해진다.
제4회 과학기술 예측조사에 따르면 바이오스탬프와 같은 피부생체정보 기반 건강모니터링 기술은 세계적으로는 2018년에, 국내에서는 2023년께 실현될 전망이다.
미국 스타트업 MC10은 헬스케어 분야에 초점을 맞춰 바이오스탬프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는 회사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의료분야 연구자를 위한 제품을 선보였다. 자이로 센서와 15밀리암페아(mAh) 배터리를 포함하고도 6그램(g)이 채 안된다. 두께는 반창고 수준(0.3㎝)으로 한번 충전 시 36시간 작동한다. 유연한 재질로 제작돼 피부에 부착하더라도 근육 움직임이 자유롭다. 블루투스를 비롯한 근거리무선통신 기술을 적용해 스마트폰 등 외부 기기와 연동한다.
프랑스 화장품 회사 로레알과 손잡고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도를 측정하는 바이오스탬프형 UV패치도 개발했다. 얇은 부착형 심장 모니터링 센서와 환자 신체 정보를 추적해 치료를 지원하는 의료용 제품도 개발 중이다.
스티커, 반창고 같은 부착형을 넘어 반응성 염료로 피부 위에 직접 그려 넣거나 문신을 하는 형태로도 진화한다. 일본에서는 접착제 없이 부착 가능하고 롤투롤 공법으로 대량 양산이 가능한 기술도 개발됐다. 향후 신체 정보 모니터링을 넘어 피부 자체를 키보드나 터치패드처럼 이용하는 새로운 입력장치로도 발전이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연구가 이뤄진다. 이내응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은 신축성이 우수한 패치형 투명 센서를 얼굴에 부착에 감정변화를 읽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입 주변이나 이마, 눈 아래 등에 부착해 표정 변화를 읽어낸다. 탄소나노튜브 기반 고분자 기판으로 얇기와 신축성, 투명성을 확보했다.
고려대 한창수 기계공학과 교수팀은 피부 감각기관 구조를 모방해 압력을 감지하는 부착형 센서를 개발했다. 센서 구동에 필요한 전력이 거의 없지만 미세한 압력 변화까지도 감지한다. 헬스케어 기기부터 저전력 구동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