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부여에 있는 배불뚝이 농원을 찾은 건 지난 8월 말이었다. 첫 번째 방울토마토 수확기간이 6월로 끝났고 8월 들어 두 번째 농사를 시작한 탓에 방울토마토는 갓 꽃망울을 맺는 시기였다. 비닐하우스를 보수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최종길 배불뚝이 농원 대표에게 양해를 구하고 설명을 들었다.
“전에는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면 10% 정도는 품질이 떨어지거나 먹지 못하는 것이어서 버렸는데, 지금은 버리는 게 거의 없습니다. 봄에 날씨가 습하면 곰팡이가 생겨 품질이 저하되는데 비닐하우스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후로는 병이 덜하고 품질도 향상됐습니다.”
최 대표는 “스마트팜을 도입하고 나서는 노트북PC로 비닐하우스 내부 환경을 제어할 수 있게 돼 인력과 시간, 기름 값을 절약하면서도 품질과 수확량이 늘어나 매출증대 효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 유통업에 종사하던 최 대표가 귀농해 토마토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1997년이다. 부친이 편찮으셔서 내려왔다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계에 들어서면서 부여에 눌러 앉았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귀농 20년차인 지금 배불뚝이 농원은 귀농인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비닐하우스 18동 1.78㏊ 규모에서 무농약 인증 토마토와 멜론을 수경재배하고 있는 배불뚝이 농원은 3년 넘게 충청권 지역 학교급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인천 송도 아파트단지에 직거래로 고정납품하기도 한다.
최 대표는 유럽 영농기술을 배우기 위해 네덜란드를 다녀오는 등 남보다 앞서 영농기술을 접했다. 최 대표에게 기회가 찾아온 건 2013년이다. 충남 마이스터대학에서 영농기술과 마케팅 교육을 받던 중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소개로 `농식품 IT융합 토마토 표준모델 확산사업(스마트팜 모델개발 사업)`에 참여하면서다. 비닐하우스 6동 5940㎡에 ICT설비를 설치해 PC로 편리하게 온실 환경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시간대별로 온·습도, 수분을 관리하고 비닐하우스 창문개폐와 CO₂, PH 등 환경관리를 편리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생장환경 통계 정보를 분석하고 CCTV로 비닐하우스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가 하면 원격 컨설팅 및 영농일지 시스템으로 체계적 관리가 가능하게 됐다.
최 대표는 “기간별 환경 데이터를 분석하다보면 작물 생육 상태를 며칠 후까지 예측할 수 있어 일주일 후에 해야 할 일도 계획을 세워 처리할 수 있다”면서 “올해는 너무 더워 주변 토마토 농장이 많이 위축됐는데, 스마트팜 덕분에 큰 피해 없이 넘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온 기온이 계속되면 토마토 뿌리가 약해지기 때문에 착화하지 않고 생육을 지연시켜 땅 속 뿌리를 강화해 위기를 넘겼다.
최 대표는 지난해에도 3000여만원을 투자해 난방, 환기시설과 ICT 설비를 보강했다. 그는 “사람이 하던 것을 ICT로 하면서 스마트 팜으로 토마토와 멜론 품질이 좋아져 수확량이 늘고 기름값, 인건비 등 비용은 줄어 2년이면 투자한 것을 회수할 수 있다”면서 “이제는 농가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불뚝이 농원이 유명세를 타면서 최근엔 충남농업기술원을 비롯한 외부 기관에서 귀농인을 대상으로 한 강의 의뢰도 심심치 않게 들어오지만 일손이 바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정도다. 최 대표는 하루하루가 바쁘고 힘들지만 이달 말 비닐하우스를 가득 채울 토마토와 멜론을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부여=주문정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