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4주년 특집1-新]인류 위협하는 온실가스 자원으로 재활용

기상이변이 잦다. 우리나라는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을 겪었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가 점점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 온실가스 문제가 커지면서 지난해 파리 UN기후변화협약에서는 세계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의무에 동참하는 `신(新)기후체제` 출범을 알렸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직접적인 방법은 석탄과 석유 등 온실가스 다배출 연료를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친환경 연료로 바꾸는 법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당장 청정에너지체계로 바꾸기는 힘들다.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기반 국가는 더욱 그렇다.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지만, 이는 현 산업구조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부발전 보령화력발전소에 설치된 이산화탄소 포집설비.
중부발전 보령화력발전소에 설치된 이산화탄소 포집설비.

우리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기술개발을 추진해왔다. 지난 8월에는 9대 국가전략프로젝트 중 하나로 탄소 자원화를 꼽기도 했다. 탄소자원화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해 이를 메탄올이나 광물 등으로 전환하는 기술로 신기후체제 출범과 함께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2010년 기준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6억8800만톤에 달하는 우리나라에겐 꼭 필요한 기술이다.

우리나라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발전공기업들을 중심으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석탄화력은 국가 전력 30% 이상을 차지해 당장 가동중지가 어렵다. 대안을 찾고 있는 셈이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관련 첫 실증은 한국중부발전이 2013년 보령화력에 준공한 10㎿급 이산화탄소 포집설비다. 발전소에 직접 설치된 설비로는 세계 네 번째로 규모가 크다. 외국 제품보다 우수한 새로운 흡수제를 독자개발하고, 1000시간 연속 운전 성공, 이산화탄소 포집 효율 90% 이상 성과를 거뒀다.

한국남부발전은 2014년 하동화력본부 8호기에 10㎿ 연소후 건식 이산화탄소 포집 플랜트를 건설했다. 중부발전보다 1년 늦었지만 건식방법으로는 세계 최초 사례였다. 연간 7만톤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기술로, 최근에는 포집한 탄소의 상용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남부발전은 고체흡수제를 이용해 모은 이산화탄소를 소화기 제조와 용접용 가스 등으로 동덕산업가스에 판매할 예정이다.

남부발전의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블루베리 강화재배 비닐하우스.
남부발전의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블루베리 강화재배 비닐하우스.

석탄을 가스로 변환해 발전하는 기술도 있다. 한국서부발전은 지난달부터 석탄가스화복합화력(IGCC)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IGCC는 석탄에서 가스를 뽑아낸 후 이를 연소해 발전하는 방식으로 대기오염 물질인 황산화물 배출량 기존 석탄화력 2870분의 1에 불과하다. 여기에 CCS를 결합하면 탄소포집 효율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최근 발전사들은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것을 넘어 다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초기에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폐광이나 유전, 심층해저에 매장하는 방법을 강구했지만 비용과 관리, 2차 환경오염 문제로 자원화 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산화탄소를 사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정밀용접 분야에서 불순물 혼입 방지, 농업 생산량 증대를 위한 비닐하우스 주입, 음료용 탄산가스 등 국내 이산화탄소 유통량은 연간 약 55만톤 정도다.

그 동안 이산화탄소 포집기술 확보에 집중했던 발전사들도 활용처 발굴에 나서기 시작했다. 중부발전은 지금까지 저장기반이 없어 굴뚝으로 다시 배출하던 포집 이산화탄소를 모으기 위한 탱크를 건설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높은 순도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해 비닐하우스 공급 및 음료용 등으로 신규수요처를 발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국특수가스와 `이산화탄소 공급 및 재이용 협약`을 체결, 10㎿급 포집설비를 장기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남부발전도 다양한 활용사례를 발굴하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대규모 미세조류 배양단지를 조성해 바이오 연료와 고부가가치 의약품 및 화장품 유용물질 등을 생산했다. 또 고순도 이산화탄소를 시설하우스에 공급해 딸기와 블루베리 등을 강화재배하는 사업도 벌였다. 이밖에 화학물질대체재로 활용하는 개미산과 친환경 건자재 양산에도 이산화탄소를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CCS 플랜트는 2020년에 100개, 2030년 850개, 2050년 3400개로 연평균 84조원 규모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에 아직 이렇다 할 상용기술이 확보되지 않은 블루오션 시장이기도 하다.

발전 업계 관계자는 “지구 전체 온실가스 총량규제로 시간이 지날수록 이산화탄소 거래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며 “CCS와 CCU 상용화와 온실가스 무배출 화력발전소 구현, 전문인력 양성을 통한 사업화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