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플래그십=플렉시블`...리지드 OLED, LCD 시장 잠식 신호탄

삼성전자가 갤럭시S 시리즈에 리지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대신 엣지 디스플레이를 전격 채택한 것은 OLED 대중화를 가속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플래그십 모델에 엣지 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하면 자연스럽게 리지드 OLED는 중급형 모델로 카테고리가 변하기 때문이다. 내년에 폴더블 스마트폰 등 기존에 없던 전혀 새로운 폼팩터까지 출시하면 리지드 OLED는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시장과 동일한 카테고리에서 경쟁할 가능성이 짙다. 프리미엄 제품에 리지드 OLED를 적극 채택하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와 자연스럽게 차별화를 꾀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 LCD 대체하는 티핑포인트 될까

디스플레이 업계는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 시리즈에서 리지드 디스플레이를 더 이상 채택하지 않으면서 OLED 스마트폰 대중화가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엣지 OLED와 리지드 OLED가 모두 플래그십 모델에 적용됐지만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모델에 엣지 패널만 채택하면 자연스럽게 리지드 OLED 카테고리가 하위 모델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IHS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플렉시블과 리지드가 최고급형, LCD가 중급형과 보급형 카테고리를 각각 차지했지만 앞으로 2~3년 이내에 OLED 시장이 커지면서 리지드 OLED가 중급형 시장에서 LCD 시장을 대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LCD 제조사에서 명실상부 OLED 제조사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인 셈이다.

표. 한국 디스플레이 제조사의 전략 변화 (자료: IHS)
표. 한국 디스플레이 제조사의 전략 변화 (자료: IHS)

실제로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는 지난해부터 플래그십 모델에 엣지 디스플레이 형태의 플렉시블 OLED를 적용했다. 2014년 9월 선보인 갤럭시노트4 엣지에 세계 최초로 플렉시블 OLED를 탑재했고, 이후 2015년 갤럭시S6 엣지 모델에 좌우 패널이 구부러진 듀얼 엣지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2015년 2분기부터 플렉시블 탑재 모델이 리지드 모델 판매를 추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4년 9월 출시한 `갤럭시노트4 엣지`. 세계 최초로 디스플레이 한 쪽이 구부러진 엣지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 2014년 9월 출시한 `갤럭시노트4 엣지`. 세계 최초로 디스플레이 한 쪽이 구부러진 엣지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S6 엣지` 스마트폰. 처음으로 디스플레이 좌우 면이 모두 구부러진 듀얼 엣지 패널을 탑재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S6 엣지` 스마트폰. 처음으로 디스플레이 좌우 면이 모두 구부러진 듀얼 엣지 패널을 탑재했다. (사진=삼성전자)

리지드 OLED가 고급형에서 중급형 카테고리로 이동하면 하이엔드 LCD와 본격 경쟁하게 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이미 리지드 OLED의 원가 경쟁력이 충분한 만큼 기존의 하이엔드 LCD 시장을 잠식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제조사 입장에서 OLED 패널을 선택해 비슷한 가격으로 더 높은 성능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패널 원가 경쟁력은 LCD와 비슷하거나 되레 조금 더 낮은 수준까지 내려갔다.

IHS 분석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으로 5인치 풀HD 스마트폰의 OLED 제조 원가는 14.3달러, 저온폴리실리콘(LTPS) LCD는 14.6달러를 각각 형성했다. 시장에서 OLED가 LCD보다 높은 가격에 팔리지만 시장 점유율을 더욱 넓히려면 리지드 OLED 가격이 하락해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상황이다.

OLED 양산에 투자하는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들보다 높은 수준의 기술을 확보했고 양산 경험도 풍부한 만큼 고품질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것도 강점이다.

◇프리미엄 위에 `초프리미엄` 경쟁 예고

삼성전자 외에 최근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엣지 OLED를 채택한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준비하고 있다. 화웨이와 샤오미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로부터 패널을 공급받아 엣지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선보일 게 유력하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모델에 엣지 OLED를 전면 채택하되 중국 경쟁사와 동일하게 엣지 디스플레이 제품으로 고급형 시장에서 맞경쟁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엣지 디스플레이 제품이 프리미엄군이라면 폴더블 등 새로운 폼팩터 제품으로 `초프리미엄` 시장을 창출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르면 내년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폴더블 스마트폰의 경우 패널 기술 외에 기구 모듈 등 다양한 분야의 신기술이 필요하다. 빠르게 추격하기 힘든 제품군인 만큼 삼성전자가 초프리미엄과 프리미엄 시장으로 카테고리를 형성, 리지드 OLED 중심으로 OLED 스마트폰 대중화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박진한 IHS 이사는 “한국 디스플레이 제조사가 LCD에서 OLED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면서 하이엔드 시장은 플렉시블과 리지드 OLED, 중저가형 시장은 LCD로 각각 대응할 것”이라면서 “하이엔드에서 중저가형에 이르는 각 카테고리에 따라 다른 솔루션을 적용하는 전략이 펼쳐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