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TV는 실패한 기술인가.`
약 6년 전 영화 `아바타`가 인기를 얻으면서 3D 열풍이 안방으로 불어닥쳤다. TV 제조사는 프리미엄TV 핵심 기능으로 3D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결과적으로 3DTV는 현재 실패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3D 콘텐츠는 늘었지만 여전히 거실에서 즐기는 3DTV는 사용자에게 썩 편안하지 않다. 콘텐츠 수도 적지만 현 수준의 3D기술이 어지러움과 두통을 유발하는 것도 주효하다.
3DTV가 사용자에게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3D 기술이 완전히 끝났다고는 볼 수 없다. 한 전문가는 “초기 수준의 3D 기술을 일반 사용자에게 보급했기 때문에 3DTV가 실패한 것”이라고 진단하며 “기술이 더 성숙하면 분명 새로운 사용자 경험과 시장 창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홀로그래피 기술은 `3D 기술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최고 수준의 광학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안시차 방식을 이용하는 기존 안경형과 무안경 방식 3D 기술의 최대 단점인 두통과 어지러움 문제가 없어 3D 대중화를 이끌 핵심으로 꼽힌다.
영화 `스타워즈` 등 미래 세계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3D 영상을 허공에 펼쳐놓는 장면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이는 홀로그래피 기술로 가능하다. 물체에서 반사된 빛이 다른 방향에서 나온 레이저 빛과 만나 일으키는 간섭 효과를 이용해 필름과 유사한 표면에 3D로 이미지를 기록하는 게 홀로그래피 기술이다. 홀로그램은 해당 물체 형상이 기록된 필름을 지칭한다.
최근 국내 문화 콘텐츠 업계에서는 유사 홀로그래피 기술을 이용한 전시·공연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DLP 프로젝터를 이용해 대형 투명막에 고해상도 영상을 투사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입체 영상을 구현한다. 실물과 가상물체를 합성해 마치 한 공간에 있는 것 같은 무대를 연출할 수 있다.
홀로그래피 기술을 상용화하면 수준 높은 360도 3D 입체영상을 즐길 수 있어 산업 파급 효과가 상당하다. 게임, 의료를 비롯해 다양한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잠재 요소가 크다. 전문가들은 홀로그래피 기술을 무궁무진한 분야에 응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홀로그래피 기술 상용화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현재 평판디스플레이용 광학소자 기술로는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를 실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ETRI는 보고서에서 10년 이내에 시분할이나 공간분할 방식의 파면제어기(Spatial Light Modulator)를 사용해서만 50인치급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충분한 가시영역을 갖추려면 HDTV의 25만배 해상도와 수백 페타 테라플롭스급 처리 성능이 필요하다는 연구도 있다. 영상으로 구현하려는 피사체의 모든 정보를 기록해야 하므로 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이 많기 때문이다.
홀로그래피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되면 현실과 디지털이 끊김없이(Seamless) 연결된 융합현실(MR)에 한층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언제 어디서든 눈앞에 3D 입체영상을 펼쳐 정보를 수집하고 상호 소통하는 세계를 현실화할 수 있는 것이다.
3D 입체영상을 디지털 동영상으로 볼 수 있는 홀로그래피 기술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방송 산업에서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다. 정통 홀로그래피 기술은 아니지만 국내외 선거방송을 보면 각기 다른 공간에 있는 사람을 한 화면에 합성해 마치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구현한 유사 홀로그래피 기술 기반 콘텐츠를 선보인 사례가 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