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분야에서 남들과 똑같이 하면 승산이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주요 국가보다 뒤늦게 관심을 보였지만,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AI에서 충분히 두각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김진형 초대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은 전략을 가지고 AI 기술과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은 올해 초 `알파고 충격` 이후 국내 AI 기술과 산업 발전을 위해 설립된 민간 기술연구원이다.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네이버, 현대자동차, 한화생명 일곱 개 기업이 30억원씩 출자했다. 지난 7월 말 초대 원장으로 김진형 전 소프트웨어(SW)정책연구소장을 선임했다. 국내 AI 분야 핵심 연구원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다.
김 원장은 앞으로 국내 AI 산업이 발전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모든 AI 영역을 다 커버할 순 없다”면서 “포기할 건 포기하고 우리가 다른 나라나 기업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찾고,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서비스를 정하고, 우리가 이 서비스 분야 AI 기술을 누구보다 잘 만들면 된다”면서 “예를 들어 티맵이나 김기사(현 카카오내비)처럼 내비게이션 영역에서 음성 인식이나 길 추천과 같은 서비스를 우리가 먼저 고도화해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 낸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는 AI를 미래성장동력 산업으로 정하고 대대적 연구개발과 산업 육성 의지를 밝혔다. 정부가 자금을 투입하면 원천기술 개발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김 원장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AI 투자 의지를 밝힌 점은 환영하지만 AI 원천기술만 강조하다가는 다른 나라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면서 “현장과 실제로 기업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에 들어가는 AI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력 양성도 중요한 숙제 중 하나다.
김 원장은 “(AI 산업이 발전하려면) 결국은 사람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면서 “지금부터 AI 분야 인력을 키워도 이들이 시장에 나오는 몇 년 후에는 AI를 향한 관심이 지금 같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AI 인력 양성 역시 큰 그림을 가지고 꾸준히 지속해야 장기적인 산업 발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