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이 항공우주 미래 기술 분야로 `고고도 장기체공(HALE) 태양광 무인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고도 태양광 무인기는 고도 20㎞ 정도 성층권에서 장기체공하면서 각종 관측과 통신 중계 등의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항공기다. 인공위성을 보완하는 임무를 저렴하게 환경친화형으로 수행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군수용을 비롯해 민수용까지 다양한 용도의 무인기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18.5㎞의 성층권 고도에서 고고도 태양광 무인기(EAV-3)가 90분간 비행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보다 4㎞ 이상 더 높아진 수치다. 비행 관제를 받지 않는 성층권 고도 비행에 성공했다.
성층권은 공기 밀도와 온도가 매우 낮아 일반 항공기가 비행하기 어렵다. 고고도 무인기의 태양광 발전은 무척 유용한 기술이다. 구름 위를 날기 때문에 태양빛을 지속적으로 받아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다. 연료를 충전하지 않아도 태양광을 동력원으로 활용해 장기체공에 유리하다. EAV-3도 성층권 고고도에서 오랫동안 머물 수 있도록 태양전지와 2차 전지(리튬이온)를 동력원으로 활용한다.
고도 약 18㎞ 이상 성층권 밀도는 지상의 9%, 온도는 영하 70도다. 전자 장비가 견디기 힘든 환경이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공기 밀도와 온도가 급격히 낮아져 비행이 어렵지만 구름이 없어 태양광을 동력원으로 활용하기에는 유리하다.
고도 18㎞ 이하에서는 항공기가 관제사 지시에 따라 정해진 항로에서만 운항돼야 한다. 그러나 고도 18㎞ 이상은 관제 영역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번에 성공한 18㎞ 이상의 고도는 지상 관제사 지시와 정해진 항로 없이 운용자 계획에 따라 비행할 수 있어 활용성이 높다.
항우연은 고고도에서 온도가 낮아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고도 프로펠러 설계, 초경량 구조물 설계, 정밀 항법과 제어기술 등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기체 내부 온도 제어, 고고도 에너지 운용, 고고도 비행 제어 등 고고도에서의 비행운용에 필요한 기술을 향상시켜 왔다.
우리나라 상공 10㎞ 부근에는 강한 편서풍대인 제트 기류층이 존재, 초경량 기체가 기류층을 통과해서 위로 올라가려면 한 단계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국내 고고도 태양광 무인기(EAV-3)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18㎞ 이상 성층권 고도에 진입했다. 성층권에서 2주일 이상 비행에 성공한 태양광 전기동력 비행체는 영국 키네틱(Qinetiq)의 제퍼(Zephyr)가 세계에서 유일하다. 미국 에어로바이론먼트(Aerovironment)사가 개발한 헬리오스(Helios)는 성층권에서 단기 체공하는 데 그쳤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태양광 장기체공 무인기를 앞다퉈 개발하고 있다. 구글은 최대 5년 동안 고도 20㎞ 성층권에서 장기 체공할 수 있는 태양광 무인기를 개발 중이다. 페이스북은 고도 20㎞의 성층권에서 태양전지와 이차전지로 최장 5년 동안 날면서 무선 인터넷 망을 구축, 인터넷이 닿지 않는 오지에 와이파이(Wifi)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태양전지와 배터리 효율이 높아진다면 우리나라도 성층권에서 수개월에서 수년 장기 체공하는 태양광 무인기를 개발할 수 있다. 태양광 무인기는 불법 조업 외국 어선 감시, 해양 오염과 산불 감시, 농작물 작황 관측 등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