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기에 무선 충전이 적용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전력 전송은 아직 유선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금까지 상용화된 무선충전 기술은 주로 패드를 이용했다. 패드 위에 충전 대상을 올려놓고 전력을 전송한다.
선을 꽂는 번거로움은 일단 해소됐다. 하지만 충전 속도가 유선보다 느리며, 충전하려는 대상의 위치가 패드 위로 한정된다. 패드 위에서 특정 위치를 벗어나면 심해지는 발열도 극복해야 한다.
조인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RF프론티어연구실장은 “수신만 가능하던 무선호출기(삐삐), 무겁고 통화 품질이 떨어진 초창기 휴대폰이 시장에 나왔을 무렵에는 유선 전화기가 대세였다”면서 “CDMA 기술이 나오며 일순간에 바뀌었다”고 말했다.
현재 통신의 패러다임은 무선이다. 무선 전화기 보급으로 유선 집전화 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20년 전 거리마다 눈에 띈 공중전화 부스를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폰을 이용해 무선으로 방송을 송출하는 개인 방송까지 생길 정도다.
조 실장은 “무선 전력전송기술은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의료용 인체삽입 기기 등 미래 무선 통신기기에 적합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패드를 이용한 무선 충전을 자기유도 방식이라고 부른다. 전력 송신부에 달린 1차 코일이 전력 수신부 2차 코일에 전자기 유도를 일으킨다.
상용화한 스마트폰 무선충전을 예로 들면 전원을 꽂아 무선 충전패드에 전류를 흘리면 패드에 내장된 1차 코일에서 전자기장이 발생한다. 1차 코일 주위에 생긴 전자기장이 스마트폰 속 2차 코일을 통과하면 2차 코일에 유도전류가 흐른다. 이 유도 전류가 스마트폰 배터리를 충전시킨다.
1차 코일 전자기장이 2차 코일을 많이 지날수록 유도전류가 커지므로 1차 코일과 2차 코일 간 거리는 멀리 떨어질 수 없다. 전송거리가 수㎜에 불과해 접촉식 무선충전이라고도 불린다. 1차 코일과 2차 코일이 어느 방향으로 놓이는가도 충전에 영향을 미친다. 방향이 틀어지게 되면 충전시 발열이 심해진다.
자기유도 방식보다 더 멀리 전력을 전송시킬 수 있는 기술이 2007년에 소개됐다. 마린 솔자치치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자기공명 방식으로 2m 떨어진 60W 전구에 불을 밝혔다고 발표했다.
자기공명 방식도 자기유도 방식처럼 코일을 이용한다. 전자기장으로 유도전류를 흐르게 하는 전자기유도 원리는 자기공명 방식에도 쓰인다. 다만 자기공명 방식은 전자기 유도 매커니즘 사이에 공명 원리를 추가했다.
자기공명 방식은 1, 2차 코일 중간에 공진 코일(공진기)을 사용한다. 전력 송신부 1차 코일에서 발생한 전자기장이 공진기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송신부 공진기와 공진 주파수가 같은 수신부 공진기 사이에 공명으로 에너지가 전달된다. 수신부 공진기에서 발생한 전자기장으로 2차 코일에 유도전류가 흐르게 된다.
자기공명 방식은 공명 현상을 이용해 전력전송 거리를 늘렸다. 전력전송 효율도 자기유도 방식보다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공명 방식은 코일 크기가 자기 유도방식보다 커서 소형화에 어려움이 따른다. 코일 설계, 전자파 등이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 꼽힌다.
조 실장은 “기술상의 어려움만 극복된다면 전력전송기술은 유선에서 무선으로 빠르게 넘어갈 가능성이 짙다”면서 “5년마다 재수술이 필요한 심장박동기 등 무선 전력전송 기술이 꼭 필요한 분야부터 응용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종준기자 1964wint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