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무인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날씨에 따라 도로 배수구가 자동으로 움직이고, 원격으로 집안의 모든 시스템을 관리하는 영화 속 장면이 눈 앞에 그려진다. 공상과학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모습이지만 이미 기술로는 우리 곁에 바짝 와 있는 느낌이다. 운전자 없이 스스로 운전하는 비행택시가 승객이 있는 곳까지 찾아와 목적지까지 하늘로 이동하는 `자율비행 드론 택시`가 곧 상용화된다.
아직 이러한 기술을 완벽하게 구현해 낼 도시는 존재하지 않지만 일부 도시에서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최첨단 스마트시티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처럼 토목이나 건설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 업체가 주도해 다양한 산업과의 융합을 추진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 물결 속에 스마트시티는 다양한 융합 요소 기술을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이다.
특히 구글의 움직임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글은 수 년전부터 `구글X` `구글Y`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구글을 아직도 검색엔진 업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구글 X 프로젝트는 무인자동차 기술 개발이 목표였다. 이와 함께 비밀리에 추진되고 있는 구글 Y 프로젝트는 스마트시티 개념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직까지도 정확한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구글은 스마트도시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다.
구글 X 프로젝트인 무인 자동차를 상용화하고, 구글이 진행 중인 친환경 에너지 사업까지도 맞물리면서 스마트시티가 퍼즐을 맞춰 나가고 있다. 도시 건설로 봤을 때는 다소 무모한 도전으로 볼 수 있지만 구글은 ICT를 기반으로 한 `신인류` 세상을 그리고 있다.
페이스북도 이미 발을 내디뎠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먼로파크 본사 인근에 1500여 가구의 아파트 단지를 지을 계획인 페이스북은 단순 주거 단지가 아닌 ICT 기반 지능형 스마트시티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AT&T, 시스코, IBM 등 기업들도 스마트시티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은 주로 스마트시티 솔루션 구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멘스와 GE와 같은 기업도 기술력 확보에 나섰다. 스마트시티가 글로벌 주요 기업의 신성장 사업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은 2015년 스마트시티 선도 계획(Smart Cities Initiative)을 발표, 1억6000달러의 연구개발(R&D)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은 2015년 신형 도시화 계획에 따라 500개 스마트시티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스마트시티 R&D 투자에만 500억위안(약 1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일본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친환경 스마트시티 시범 지역으로 요코하마, 교토, 도요타, 기타큐슈 등 4개 지역을 선정해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인도에서도 스마트시티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집권하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100개 스마트시티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외 유럽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알제리, 이라크 등 중동과 아프리카 자원 부국들도 저탄소 에너지 도시개발에 열을 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국가 전략 프로젝트의 하나로 스마트시티를 선정했다. 아직까진 스마트시티에 개념과 정의가 구체적이진 않지만 미래성장 동력의 하나로 정한 만큼 앞으로 기술 개발 및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정부는 스마트시티를 `첨단 기술을 활용해 도시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탄소 저감 및 생태 환경을 개선하는 미래도시`로 간략하게 정의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현재 도시가 갖고 있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출발한다. 교통 혼잡, 에너지 문제, 낡은 인프라 등이 1순위 개선 요건이다.
정부는 각 첨단 요소 기술의 융합과 고도화를 통해 초연결 지능사회를 만들고,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공공서비스 질 향상을 추구하고 있다. 또 해외 국가 수준에 맞는 맞춤형 해외 진출 표준 스마트시티 모델을 만들겠다는 게 최종 목표다. 스마트시티를 수출 상품으로 만들어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 동력으로 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2000년대 중반 강조해 온 `유비쿼터스 도시(U시티)`의 실패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부처별로 추진되는 스마트시티 관련 기술·네트워크를 통합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스마트시티는 단순 건설 프로젝트 수출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반을 수출할 수 있는 수백조원의 미래 먹거리로서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Interview]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우리나라도 스마트시티 구축으로 도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플랫폼이 절실한 시점이다. 특히 활용 가치가 높은 바다에 우리의 전통 강점인 조선, 해양, 철강, 건축기술과 지능형 스마트 기술을 접목시킨 `친환경 해양융합 스마트도시`가 저성장 시대 탈출구가 될 수 있다.”
스마트시티 육성에 누구보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국회 융합혁신경제포럼 대표)은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ICT 강국에 이어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해선 천혜의 해양 공간을 융합혁신경제 공간으로 창출, `미래기술 집합체`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우리나라가 성장 기회를 모색해야 하고, 특히 기존 조선·해양산업과 건설산업에 스마트기술이 융합된 부유식 해양신도시 `해양융합 스마트시티`를 대안으로 제안했다.
김 의원은 “해양융합 스마트시티를 해외 국가에 맞춤형으로 통째 수출할 수 있다”면서 “단순히 토목·건설뿐만 아니라 벤처, ICT 중소기업들까지 망라한 산업 생태계 자체를 수출할 수 있어 미래형 고부가가치 수출 품목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성태 의원과의 일문일답.
-스마트시티는 기존 U시티(유비쿼터스)와 개념상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자율주행차가 다닐 수 있는 완벽학 환경이 스마트시티라 할 수 있다. 최첨단 기술을 호환 가능하게 전체 도시 운영 프로세스에서 점검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U시티는 엘빈 토플러가 예측한 제3차 산업혁명, 정보화 사회의 기술을 이용한 정보통신(ICT)기술 기반의 적용을 의미한다. 단순히 ICT와 건축물의 조합 자체에 초점을 두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제4차 산업혁명에서 다뤄지는 융합혁신기술, 지능형 스마트기술에 기반한 이념 아래 철학 관점은 `도시 안 인간(시민)의 삶`에 초점을 두고 있다. 융합혁신 기술을 적용해 인간의 존엄성이 구현될 수 있는 `인간 중심 커뮤니티` 구현이 핵심이다. 사실상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는 그 수명이 길지 않다. U시티가 실패한 배경도 오로지 기술 중심으로만 설계됐고, 사후관리(AS) 운영 비용 등 지속 가능한 기획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9대 전략 국가프로젝트의 하나로 `스마트시티`를 꼽았다. 앞으로 주안점을 둬야 할 부분은.
▲다시 강조하지만 `창의적 인간 중심 스마트사회 구현`에 스마트 시티의 핵심가치가 있다. 사실 스마트시티는 단순히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도시가 아니라 국민 스스로가 편안함과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그 위에 ICT를 적용해 생활하는데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시를 뜻한다. 지역문제 해결에 초점을 둬야 한다. 또 기술이 아닌 사람이 있는 스마트시티 건설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인간중심` 스마트 시티를 강조했다. 좀 더 설명한다면.
▲인간이 전혀 기술을 기술로 인식하지 않고 안전하고 편하게 보편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이러한 서비스들이 큰 비용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혀 의식하지 않아야 결국은 `스마트 시티`라 할 수 있다. 기존 전통 산업 분야에 건술, 토목에 스마트 기술이 들어가서 이것을 좀 더 인간 중심의 편리함이나 장애인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것을 입증한다면 보편화된 표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선도해 나갈 수 있다고 보는가.
▲예전 기술 발전 속도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으나 어느 순간 우리나라가 많이 뒤처져 있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역사상 창의성과 융합에 뛰어난 민족이다. 창조와 융합 본성을 우리가 새롭게 개발할 수 있는 바다로 가지고 가자는 것이 내 철학이다. 역사에서 해상통제권, 바다를 충분히 이용할 줄 아는 국가들이 중흥했듯이 활용가치가 높은 바다에 우리의 전통 강점인 조선, 해양, 철강, 건축기술과 지능형 스마트 기술을 접목시켜 친환경 해양스마트 도시를 구축하자는 게 목표다. 플랜트 기술을 비롯해 우리나라는 각각의 기술력은 이미 갖추어져 있다.
-법 제도상 개선돼야 할 부분이 있다면
▲융합혁신경제 최고의 덫은 바로 규제다. 융합혁신경제 특구를 지정, 기존 규제법을 일소에 해결할 수 있는 `규제프리존` 지정을 제안한다. 규제프리존을 지정해 새로운 기술 가치와 그 적용이 자유롭게 시도되고, 이러한 자율성 속에서 창의 시도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