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사태 직격탄, 중소 수출기업 살릴 마지막 골든타임"

김인호 한국화주협의회 회장은 “한진해운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기 전에 시장의 흐름에 따라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 못해 안타깝다. 사태가 확대된 만큼 이제라도 정부와 한진해운의 시의적절한 노력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김인호 한국화주협의회 회장은 “한진해운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기 전에 시장의 흐름에 따라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 못해 안타깝다. 사태가 확대된 만큼 이제라도 정부와 한진해운의 시의적절한 노력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한진해운 사태 당사자인 한진그룹이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기업들이 대응조차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주가 중소 수출기업을 살릴 `골든타임`이라는 점에서 납기 지연에 따른 중소기업 계약 해지가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7일 한진 사태로 발이 묶인 한 중소기업 사장은 “국내 편의점에 납품할 식품이나 중국 업체에 전달할 패션제품 등 시즌 제품을 수출입하고 있다”며 “하루 하루 피가 마르는 시간을 보낸다”고 호소했다. 이미 입항거부로 제때 기계납품을 못해 패널티를 받은 기업까지 나왔다.

한진그룹과 정부가 국가적 차원의 대응책을 신속하게 내놓지 않는다면 중소 수출기업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전망이다.

이미 1일부터 운영된 수출화물 무역애로 신고센터에는 7일 오전까지 161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대부분 중소기업 피해 신고 사례다. 특히 선박억류, 해외 입항거부 등의 문제로 바이어에 제품을 전달할 길이 막혀 오더 취소나 클레임, 자금 회수 지연을 호소하는 사례가 112건으로 70%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 한진그룹 측이 정확한 선박 및 화물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수출입 기업의 자발적 피해상황 보고 등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선적 및 하역비 등 그동안 연체했거나 지급할 가능성이 낮은 금액 등 선박 및 화물 관련 정보 역시 추정치만 나온 상황이다.

실제 선주들은 답답한 상황에서 단체 행동에 나섰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한국화주협의회는 7일 오후 4시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건의문을 발표했다.

김인호 회장, 김정관 부회장, 오석송 메타바이오메드 회장, 박정부 한웰 회장 등 화주 대표들은 건의문에서 억류 화물로 인한 수출기업 납기 지연, 클레임 제기, 바이어 이탈, 도산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가장 크게 우려했다.

한진그룹 측에 화물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선적비 및 하역비 등 채무금액을 정확히 알리라고 촉구했다.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한진해운은 컨테이너선의 비중이 절대적이며, 한국發 북미 수출물량 처리 비중은 18.1%를 차지하는 등 태평양 노선이 매출의 절반 이상이다. (제공=한진해운)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한진해운은 컨테이너선의 비중이 절대적이며, 한국發 북미 수출물량 처리 비중은 18.1%를 차지하는 등 태평양 노선이 매출의 절반 이상이다. (제공=한진해운)

화주협의회는 선박 및 화물 정보는 물론이고 항만 현황, 화물 위치 등도 실시간으로 파악해 대응할 수 있도록 한진그룹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또 정부에도 연말연시를 앞두고 수출입 물동량이 크게 늘어나는 시기를 앞두고 물류대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물류시스템 구축 등 범 정부 차원의 대응을 요구했다.

화주협의회가 건의문으로 수출입 기업의 위기상황을 알렸지만, 당장 개선은 어려운 전망이다. 정부가 조선·해양 부문의 구조조정에 `대마불사`식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원칙론을 밝힌 뒤에 벌어진 일로 인해 금융지원을 하기가 어렵고, 한진그룹 역시 법정관리를 신청해 대응에 미온적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같은 시간 정부에서도 기재부, 산업부, 해수부, 국토부, 외교부 등 경제부처장관회의를 열어 피해기업 구제책을 내놓았지만, 역부족이란 진단이다. 정부는 현재 한진해운이 43개국에 압류금지를 신청 중이며, 18개국 25개 공관에 현지대응팀을 구성해 압류금지절차의 신속한 진행 등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주 이후 미주, 유럽, 동남아 노선 등에 20척 이상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진 협력업체와 수출입 중소기업에 중기청과 정책금융기관의 긴급경영안정자금과 특례보증 등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무역업계에서는 단기적 대응책으로는 한진 사태로 인한 수출입 문제를 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중소기업은 주요 바이어 신뢰를 잃으면 회생 불가능한 단계로 갈 수 있다.

한 무역업체 관계자는 “국내 문제라면 해결이 쉽겠지만, 해외 채권자가 많은 상황이라 우리 법의 테두리로만 해결이 어렵다”며 “한진해운을 가능한 정상화시켜 화물정보를 파악하고, 우리 정부가 국제문제 차원에서 앞장서 지원하겠다는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