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 초면 세계의 눈과 귀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집중된다. 다이너마이트를 만든 과학자 알프레드 노벨 유언에 따라 인류 복지에 공헌한 사람과 단체에 수여하는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때문이다. 문학, 화학, 물리학, 의학, 평화, 경제학 부문으로 나뉘어 각각 선정된다. 시상은 매년 12월 10일 스톡홀름과 오슬로에서 이뤄진다. 1901년에 시작된 상은 올해로 115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573회 시상해 900명 인물과 단체가 받았다. 노벨상에 세계가 주목하는 많은 상금과 더불어 세계적으로 그 분야 대가로 인정받는 권위 있는 상이란 점에서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선 故 김대중 대통령이 평화상을 탄 것 외에는 다른 분야에서 상을 수상한 사례가 없다. 옆 나라 일본이 물리학상 7회, 화학상 6회, 생리학·의학상 3회, 문학상 2회, 평화상 1회를 비롯해 19회에 걸쳐 23명이 수상한 것과 대조된다.
◇노벨상 최다 수상 국가 미국
미국은 노벨상 최다 수상 국가다. 미국은 물리학자 로버트 밀리칸이 1923년 물리학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25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출생지 나라별로는 이후 영국(94명), 독일(80멍), 프랑스(53명), 스웨덴(29명), 러시아(27명), 폴란드(26명) 일본(23명), 이탈리아(19명), 캐나다(18명), 네덜란드·오스트리아(17명), 스위스(16명), 중국(12명), 덴마크(11명), 호주(10명) 등 순이다.
미국의 노벨상 수상자는 대학 졸업생별로 구분할 만큼 많다. 2013년 기준 대학별로 가장 많은 졸업생 가운데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곳은 하버드다. 60명이 이 대학을 졸업했다. 이어 컬럼비아(40명), MIT(30명), 시카고(30명), UC버클리(29명) 순이다.
미국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요인은 체계적인 교육이다.
영재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미국은 1971년 특수교육 가운데 하나로 영재교육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수학영재연구회(SMPY)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연방정부와 주정부 주도로 1988년 영재교육법이 재정되면서 나라 전체로 확대됐다. 이후 듀크대, 노스웨스턴, 덴버대학 등이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학생들을 교과성적과 수학능력시험성적으로 선발한 뒤 수학 물리학 등을 집중 교육했다. 현재는 미국 내 32개주에서 영재교육을 의무화했다. 주정부 중심으로 획일적이지 않은 영재교육을 실시한다. 주정부마다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재정지원을 위한 영재교육 전담부서가 설립됐다. 연방정부는 영재학생 가운데 소외계층을 위해 연간 1000만달러를 배정할 뿐 주정부가 주로 예산을 편성해 집행한다.
토론식 심화학습과정도 창의성 높은 인재를 기르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교육 방식이다. 성적이 우수 학생에 한해 심화학습 과정을 듣는다. 독서와 언어수업도 중요한 영재교육 프로그램이다. 사고력과 창의력, 논리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언어능력 배양이 필수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은 아동낙오방지법을 2001년 제정해 초·중등학생이 수학과 과학교육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미국은 이외에도 경제력을 발판으로 고가 과학기술 장비를 마련, 연방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 연구기회를 제공한다.
◇영국·프랑스·독일 문화 다르지만
영국은 미국에 이어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임페리얼 칼리지 등 전통적인 대학교육이 빚어낸 결과다.
옥스퍼드는 13세기부터 대학으로 발달해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를 비롯해 40여명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매거릿 대처, 토니 블레어 등 20여명이 영국 총리가 됐다.
케임브리지 역시 700년 전통을 가진 대학이다. 세계적 과학자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 스티븐 호킹 등을 배출했다. 경제학자 존 케인즈도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신이다.
80명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독일도 주목할 나라다. 독일은 191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막스 플랑크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막스 플랑크 재단을 1948년 설립했다. 재단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기초과학 연구를 가능하게 했다. 그러면서 20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를 연구소에서 배출했다. 기록적인 성과다.
프랑스 에콜폴리테크니크는 노벨상 수상자와 대통령을 배출한 곳이다. 시트로엥 창업주인 앙드레 시트로엥을 포함해 프랑스 주식시장 지수인 CAC40 기업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약 60%가 이 학교 졸업생이다. 에콜폴리테크니크는 1년간 전문화 과정을 운영한다.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회사 등에서 실습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3학년 때 3개월간 실습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현장실습 기간이 15개월에 달한다.
인구도 적고 면적도 작은 스위스와 아일랜드도 눈여겨 볼 대상이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는 천재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을 배출했으며, 21명 노벨상 수상자가 이 곳 출신이다. 스위스 국적 노벨상 수상자보다 많다. 1855년에 설립된 이 대학은 입학은 쉬워도 졸업이 어렵기로 유명하다. 졸업 대상자 중 4분의 1 정도만 졸업에 통과할 정도다. 그만큼 혹독한 교육과 평가가 이뤄진다. 학생 80%가 외국인일 만큼 개방형 정책도 이 학교 경쟁력이다.
아일랜드는 교육 혁신을 통해 환골탈태한 대표적 국가로 꼽힌다. 아일랜드는 5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1974년에 `전환학년제`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며 교육시스템을 바꿨다. `학생들에게 1년 동안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미래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는 취지였다.
◇한국서 과학 분야 노벨상 나오려면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과학 분야 노벨상이 나오려면 기초과학 연구 활성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한 원로 과학자는 “정부나 민간차원에서도 기초과학 육성에는 여전히 등한시하고 있다”며 “노벨상은 기초과학을 중시하는 만큼 이에 걸맞은 기초과학 지원 정책과 해외교수 영입 등 적극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자가 스승과 제자, 혈연 등으로 얽힌 점도 수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주목할 일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1901년 1976년 사이에 노벨상 수상자 313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스승과 제자, 혈연 또는 결혼 관계로 나타났다.
단순히 노벨상 수상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기초과학을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지원과 함께 민간에서도 재단 설립 등 적극적 재원 마련으로 기초과학에 힘써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런 점에서 민간분야에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사재 3000억원을 출연해 과학재단을 설립한 것은 고무적이다. 그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는 국내외 한국인 연구자를 장기적으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 출생지별 노벨상 수상자 배출 주요 국가 (자료:노벨재단)>
<인기있는 노벨상 수상자 (자료:노벨재단)>
이경민 성장기업부(판교)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