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4주년 특집3-流]GDP 대체할 `새로운 경제지표` 만들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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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치료하려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장기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확한 경제지표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다른 대부분 국가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국내총생산(GDP)을 가장 중요한 경제지표로 삼아왔다. 정부가 말하는 경제성장률이 곧 GDP 성장률이다. 하지만 GDP의 한계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GDP가 실제 경제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GDP를 대체할 새로운 경제지표 마련이 절실하다.

◇대표 경제지표로 군림해온 GDP

GDP(Gross Domestic Product)는 1929년 대공황, 1940년대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세계 각 국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지표로 자리 잡았다. 과거 미국 정부는 주가, 철강 생산량 등 개별 경제 통계만 갖고 있었는데, 이대로는 경기 전반을 파악할 수 없다고 판단해 GDP 개발에 나섰다.

GDP는 하나의 나라에서 이뤄진 생산활동의 합이다. 한 나라의 모든 경제주체가 일정기간 생산한 재화·용역의 부가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해 더한 것이다. 특정 국가 GDP가 높아지는 만큼 경제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해석한다.

GDP의 특징은 `하나의 나라`에서 `일정 기간` `새롭게` 생산된 가치라는 특징이 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일을 해 창출한 부가가치는 GDP에 포함된다. 하지만 한국 사람이 해외에서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팔아도 우리나라 GDP는 올라가지 않는다.

GDP는 1년이나 3개월 단위로 일정 기간 집계한 수치라는 특징이 있다. 또 특정 제품을 중고로 판매해 부가가치를 창출해도 `새롭지 않기 때문에` GDP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과거 우리나라는 국민총생산(GNP)을 주요 경제지표로 활용했다. GNP는 한 나라 국민의 생산을 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국민이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 창출한 가치까지 GNP에 포함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기업의 해외 진출이 많아지며 점차 GNP를 제대로 산출하기 어렵게 됐고, 실제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국내에서 소비·재투자된다는 점을 고려해 GNP보다 GDP가 주로 쓰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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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지표로 쓰인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GDP 기반으로 세계와 나라별 경제성장률 전망을 내놓는다. 정부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전망할 때에도 이들의 세계 전망을 기초로 분석한다.

우리나라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8%로 내다봤는데, 이는 곧 GDP가 작년보다 2.8%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정부나 경제연구소가 GDP 전망을 하향조정하면 시장은 `올해 경기 전망이 어둡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제 성장이 더디다는 근거로 1인당 GDP가 10년째 2만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제시한다.

◇GDP, 한계 봉착…새로운 경제지표를 만들자

세계적으로 제조업이 경제를 이끌어왔던 과거에는 GDP가 대표 경제지표로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서비스산업 발달, 정보통신기술(ICT) 시장 확대로 GDP는 한계에 봉착했다.

실제로 GDP는 우리의 실질 경제활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예컨대 은행들은 점차 창구를 줄이고 인터넷뱅킹을 확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거래가 확대되고 소비자 후생이 증진되지만 은행 시설투자는 오히려 줄어들기 때문에 과거보다 GDP가 내려갈 수 있다. 온라인쇼핑 확대도 비슷한 결과로 나타난다.

GDP는 최근 빠르게 확대되는 `공유경제`를 반영하지 못한다. 공유경제는 `새로운 생산`보다는 `재활용`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재활용한 가치는 GDP에 포함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학원에 가는 대신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으로 공부하는 학생이 늘고 있지만 이는 GDP에 잡히지 않는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이 기존 시장을 뒤흔들고 있지만 여기서 창출된 가치는 GDP 집계에서 제외된다.

공유경제가 확대될수록 이런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첨단 디지털산업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GDP 증가가 더딘 것으로 평가받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GDP가 한 국가 국민 `삶의 질`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판도 많다. GDP가 낮은 나라 국민이 오히려 행복지수가 높은 사례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GDP를 대체할 새로운 경제지표는 삶의 질, 국민 행복도 등을 종합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행복지수(GHN, Gross National Happiness) 등이 GDP를 보완할 수 있는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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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새로운 경제지표 개발에 나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GDP의 한계를 직접 지적했다. 이 총재는 지난 5월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디지털경제 확산으로 GDP 통계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새로운 지표 개발로 한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GDP가 일국의 경제 규모와 성장 속도, 물질적 번영의 정도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것이 사실이지만 근래 품질 차별화가 가능한 서비스업 비중의 증가, 디지털경제 확대 등으로 그 신뢰성이 점차 하락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GDP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은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 더 확대될 것”이라면서 “한국은행은 앞으로 GDP 통계의 한계점을 보완하고 신뢰성을 제고하는 데 부단히 노력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터넷 빅데이터 활용 등으로 GDP 통계의 추정 방법을 개선하는 한편, 생활 수준을 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를 개발하겠다”고 덧붙였다.

GDP 한계를 인식, 대안 마련에 나선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2008년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를 주축으로 위원회를 구성, GDP 대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위원회는 GDP 숫자 맹신에서 벗어나 국민 행복도를 반영하는 새로운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보다 질적 개념으로 전환을 강조하고, 경제 성장에 환경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도 GDP 대체 지표를 개발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GDP가 실물경제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외에서 새로운 경제지표 개발 필요성이 대두되지만 작업이 결코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적절한 경제지표가 개발되더라도 세계 각국이 공통으로 사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GDP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완할 수 있는 경제지표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주요 국가 GDP(자료:IMF)>


주요 국가 GDP(자료:IMF)

< OECD 발표 GDP 성장률 전망(자료:OECD)>


 OECD 발표 GDP 성장률 전망(자료:OECD)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