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안위는 군주가 어떤 명령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고 나라의 존망은 인재 등용에 달려 있다.”
사기(史記)를 지은 사마천이 한 말이다. 그는 인재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했다.
인재를 구하고 찾는 일은 조직 생존과 직결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좋은 인재는 결국 조직의 미래를 결정한다. 예나 지금이나 어떤 일을 도모할 때 인재를 찾는 이유다.
무왕이 주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도록 도운 주공은 인재를 찾아내 키우는 데 당대 최고 전문가였다. 공자가 꿈꾸던 이상주의 정치가이기도 했다.
세월을 낚던 강태공도 주공을 만나 역량을 펼칠 수 있었다. 주공이 없었다면 강태공도 없었다.
일목삼착(一沐三捉) 일반삼토(一飯三吐)란 말이 있다.
머리를 감고 있는데 손님이 찾아와서 세 번 움켜쥐고 뛰어나가고, 밥 먹다가도 세 번이나 뱉고 나왔다는 뜻이다.
주공이 아들 백금에게 인재를 얻는 데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한 말이다.
삼국지의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 유비는 제갈량을 얻으려 그의 초가를 세 번이나 찾았다. 그 유명한 삼고초려(三顧草廬)다.
그때 나온 말이 수어지교(水魚之交)다. 물과 물고기가 만난다는 의미로, 천하를 도모하는 유비가 책사인 제갈량을 얻은 기쁨을 표현한 말이다.
구본무 LG 회장도 같은 말을 했다.
구 회장은 LG인재개발대회에서 “좋은 인재를 뽑으려면 유비가 삼고초려하는 것과 같이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찾아가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면서 “좋은 인재가 있다면 회장이라도 직접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인재 경영으로 유명한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2001년 “앞으로 나 자신의 업무 절반 이상을 핵심 인력 확보에 둘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삼성은 인재 채용과 육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삼성의 경영 이념도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다. 삼성이 내세우는 5대 핵심 가치의 첫 번째도 `인재 제일`이다.
포스코 인재 육성은 입사 전부터 시작된다. `포스코 스칼라십`이다. 2009년에 시작한 산학장학생 제도다.
스칼라십은 대학 재학 시절부터 경영 역량을 기른다. 산업 현장 체험도 빼놓지 않는다. 문과 학생은 이과, 이과 학생은 문과 과목을 각각 일정 이상 점수로 이수해야 한다. 문(文)과 이(理)를 아우르는 창의 인재를 기르려는 목적이다.
“인재보국(人材報國), 인재를 키워 나라에 보답한다.”
SK그룹의 인재 경영 기본 철학으로 잘 알려진 말이다. 장학퀴즈나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인재보국 철학을 대표하는 브랜드였다. 신입사원 공채에서도 스펙은 보지 않고 역량만 놓고 평가하는 바이킹 챌린지를 도입했다.
이처럼 인재 경영은 기업 활동의 정수로 꼽힌다. 위기관리 주체가 곧 사람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인재를 찾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인재를 등용하고 활용하는 제도나 장치가 필요하다.
인재 부족은 단순히 교육 문제가 아니다. 인재 선발과 그에 걸맞은 경영철학, 인재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인재 경영의 창시자`로 불리는 제프리 페퍼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좋은 인재를 끌어들여 이들이 조직을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성공하는 기업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페퍼 교수는 “리더 한 사람이 기업을 위기 상황에서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리더 역할의 이상형으로 직원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꼽았다.
`세기의 경영인`으로 칭송받는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도 “회사를 최고 인재가 최고 성과를 내는 장으로 만들라”고 지시했다.
기업의 미래 경쟁력인 인재 육성은 발상이 기발한 인재의 발굴이 전부가 아니라는 의미다. 인재는 타고나기도 하지만 길러지기도 한다. 조직 문화가 바탕이 돼야 한다. 인재(人才)가 인재(人災)로 변해 가는 것도 결국 조직 안에서 이뤄진다.
이런 이유로 인재 경영은 철저하게 리더의 몫이다. 역사에나 등장하는 주공과 유비만의 얘기가 아니다. 정부나 기업, 기관을 이끄는 리더도 마찬가지다.
거만하게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에겐 인재가 모여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인재는 오는 것을 그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다녀야 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 구본무 LG 회장이 그런 것처럼 인재 발탁과 등용에 발품 팔기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찾지 못하면 길러야 한다.
미래에서도 답은 여전히 사람에게 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구로/성수/인천)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