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7월 3개월 동안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과와 연방정부 국가과학정책이사회 주도로 정책 입안자·인공지능(AI) 연구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AI 미래를 위한 준비`란 주제로 세미나를 4회에 걸쳐 미국 전역을 돌며 열었다.
스탠퍼드대도 올해 9월에 발간한 `2030년 AI와 삶` 보고서에서 AI의 미래 사회를 조망했다. 이는 정부 정책 입안자와 민간 기업이 AI 학계 전문가들과 꾸준히 정보를 공유, 좀 더 현실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함이다. 불필요한 투자를 피하고 가능성 있는 분야의 투자를 촉진, AI가 사회·문화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준비다.
해외 AI 연구는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MS 공동 창업주 폴 앨런은 AI앨런연구소,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엘론 머스크는 오픈AI연구소, 일본 경제산업성은 AI연구센터를 각가 설립했다.
우리나라도 민간 기업 주도로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에선 지난 8월 성장 동력과 삶의 질 제고를 위한 9대 국가 전략 프로젝트의 하나로 AI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9월에는 지능정보사회추진단을 발족, 전 부처가 진행하는 범정부 AI 정책 조정자 역할을 수행한다. 매우 의미 있는, 시기적절한 결정으로 판단된다.
지능정보사회 실현을 위해선 AI가 경제·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켜서 기술 및 산업 역량을 세계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세계 AI 시장은 초기 형성 단계에 있어 민간 입장에선 투자 리스크가 매우 크다.
오랜 기간 엄청난 투자를 통해 기술을 축적한 IBM, 구글 등 글로벌 기업과 맞불 경쟁이 필요한 글로벌 시장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조차 대형 연구개발(R&D) 투자를 결정하기 녹록지 않은 게 대한민국 현실이다.
이에 따라 국내 AI 산업을 단기간에 압축·성장 방식으로 글로벌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선 우선 정부의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 정부가 AI 핵심 소프트웨어(SW) 원천기술 개발을 집중 지원하고, 기초 연구 투자를 지속 추진하는 한편 국내 AI 산업의 붐업을 위한 인프라 조성과 AI 기반의 신 융합서비스 확산 등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AI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인력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국내 AI 인력을 충분히 활용함은 물론 해외 인력도 적극 활용하는 제도 지원이 필요하다. 부족한 AI 전문가 양성을 위해 산·학·연 협력이 필요하고, 기업과 대학 간 공동연구를 통해 고급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
앞으로 AI 산업은 빠르게 발전, 우리 사회에 반드시 AI 서비스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정부는 AI 서비스가 사회,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비한 정책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환경, 교통, 의학 등 국민 생명과 직결된 AI 서비스 시대에 대비한 문제 요소들을 예측하고 체계화된 안전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 AI 서비스 혜택을 받는 계층이 있는 반면에 피해를 보는 사회 소외 계층이 있다. 당장 지능형 로봇, 자율 주행 자동차, 드론 택배 서비스가 10년 이내에 이뤄진다면 생산직·운전기사·택배기사 같은 직종의 국민들은 생계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런 사회 문제를 해소하려면 사회·경제 분야의 소외 계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와 함께 AI 산업 발전으로 불거지는 윤리·도덕 문제도 사회 논의와 합의로 다가오는 지능정보사회에 선제 대응할 때다.
숭실대 IT대학 컴퓨터학부 박영택 교수(park@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