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회복에 모멘텀을 제공하고 자신감을 높이는 것은 선진국 대표인 미국과 개발도상국 대표인 중국이 서로 협력해야 할 부분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브리핑에서 미·중 양국이 세계의 중심축이란 것을 분명히 했다. 물론 미국의 안보공세를 피해가기 위한 발언이었지만 양국이 대표국이란 것을 은연중에 밝힌 것이다.
국제 질서가 빠르게 미국·중국 중심의 G2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아직은 G20(주요 20개국)이 더 큰 영역이지만 미·중은 냉전시대 미·소 관계처럼 세계의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는 새롭게 변하는 국제질서의 단면을 보여준 행사였다.
외교·안보 이슈로 틀어진 미·중이 회의 시작 전부터 충돌을 빚었고, 미국과 일본의 연대 강화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는 신 밀월 관계라고 비칠 정도로 다정한 모습을 연출하는 등 양국이 회담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G20 정상회의 회원국은 세계 교역액의 80%, 국내총생산(GDP)의 85%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속할 정도로 주도적 위치에 있다. 실제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활동의 대부분이 이들 나라를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현재까지 미국의 패권이 공고화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면 주변국 정세는 계속 바뀌는 중이다.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는 선진 7개국(G7)이 헤게모니를 장악했고, 2000년대 들어 포스트 G7인 G20이 국제질서를 지배하고 있다.
G20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신속한 합의와 전례 없는 국제 공조로 위기 확산을 조기에 진화하는데 기여했다. 특히 2009년 4월 영국 런던 정상회담에서는 세계 실물경제 침체의 조속한 회복을 위해 재정확대 정책을 펼치고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는 등 공조효과를 극대화했다.
우리나라는 G20에 속해 있지만 G2의 직접 영향권에 있다.
G2는 우리나라 수출의 40%, 해외직접투자의 36%가 집중된 곳이다. 미·중이 기침을 하면 우리나라는 감기에 걸린다고 할 정도로 정치·경제 관계가 밀접하다.
지난해부터 중국 경기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고 미국 경제가 부진을 겪으면서 세계 경제는 물론 우리나라 경제에도 침체의 그늘이 짙어가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타자 기준금리 인상설이 나왔고, 곧바로 우리 경제는 그에 따른 손실을 분석하기에 바빴다.
문제는 양국 시장을 대체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양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사드 배치에 따른 갈등 등으로 우리 경제의 G2 종속성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