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4주년 특집2-人](34)조전욱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초전도케이블 개발

금속이나 합금, 화합물 등의 온도를 낮추다 보면 어느 순간 전기저항이 급격히 낮아져 0에 가깝게 된다. 이런 물리적 현상을 `초전도(超傳導)`라고 부른다.

전기저항이 사라진 초전도체는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전기에너지 손실 없는 송전선을 만들 거나 남아도는 전력을 비축할 수 있는 초전도 에너지 저장시스템, 강한 자장을 발생시키는 초전도 자석 등을 만들 수 있다. 자기부상열차나 MRI, 핵융합발전, 전자추진선박에도 유용하다.

이 가운데 가장 활발한 연구개발이 이루어지는 분야가 초전도케이블이다. 미국은 뉴욕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 초전도케이블 설치를 추진 중이고, 일본과 유럽 각국에서도 초전도케이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전욱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조전욱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우리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초전도케이블 기술 보유국 반열에 올라섰다. 지난 15년간 초전도케이블 연구개발에 매진해 온 조전욱 박사(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덕분이다.

조 박사는 AC 154kV급 초전도 케이블 실증 운전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초전도케이블 실계통 적용을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은 주역이다. 2007년에 제품화 수준의 22.9kV/50MVA 3상 초전도케이블을 개발, 세계 최초로 초전도케이블에 대한 국제공인기관(KINETRICS) 입회시험을 진행했고, 2009년에는 세계 최초의 초전도케이블 평가 관련 국가 규격을 제정했다. 향후 세계 표준을 선도할 수 있는 성과다.

154kV 초전도케이블
154kV 초전도케이블
22 9kV초전도케이블
22 9kV초전도케이블

2011년에는 154kV, 1GVA급 세계 최고 전압 및 용량의 초전도케이블 시스템을 개발, 우리나라가 실용적·학술적인 면에서 세계적인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2012년 9월에는 LG전선에 착수료 21억7000만원에 매출액의 0.5%를 경상기술료로 받는 조건으로 22.9kV/50MVA 및 154kV/1GVA 교류 초전도케이블 설계 및 평가기술을 이전했다. 프론티어 사업 가운데 단일 연구로는 최대 규모 기술이전이다.

이를 시작으로 초전도케이블을 실제 전력선 구간에 설치하려는 노력이 본격화 됐다. 한전은 2011년 8월부터 20개월 동안 이천변전소에서 22.9kV/50MVA 초전도케이블을 운전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실 전력계통에 적용한 사례다. 배전급 초전도케이블 선로로는 세계 최장 길이(420m)를 구현하고, 세계 최초로 중간접속함을 적용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높은 기술적 가치를 증명했다.

154kV/1GVA 초전도케이블은 현재 한전 주관으로 국가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지난 3월부터 제주도 안덕-금악 구간 실계통에 세계 최대 전압(154kV) 및 용량(600MVA)으로 설치해 운전 중이다. 길이도 1000m에 이른다. 한국전력은 신갈-흥덕변전소 간 1㎞ 구간에 세계 최초로 23kV 초전도케이블 상용화 설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조전욱 박사는 “21세기 프론티어 사업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기 위해 산업화 과정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과 미래 전력계통 변화에 대비해 초고압직류전송(HVDC)용 초전도케이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친환경 송전기술인 초전도케이블 기술 개발로 장거리 고전압 송전으로 인한 민원문제를 해결해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중-일-러 등 국가간 및 대륙간 전력계통 연계를 시작으로 세계를 전력으로 연결하는 세계 단일 초전도전력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대전=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