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카드 밴수수료 근본 해결책 찾자

금융 당국과 카드사, 밴(VAN) 업계가 합의해 추진하는 5만원 이하 신용카드 무서명거래 전국 시행이 또다시 복병을 만났다.

무서명거래 전국 시행은 과거 밴 대리점 전표수거료 분담금 문제로 홍역을 치르다가 가까스로 타결에 성공했던 사안이다. 하지만 KB국민카드가 업계 합의안을 거절, 밴사와 무서명거래 전표 수수료 분담금 관련 계약 체결을 반대하며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 밴사도 공정거래위원회 제소까지 검토하며 배수진을 치며 물러설 기미가 없다.

기존 합의안은 무서명거래 시행으로 감소하는 밴 대리점 수익을 카드사와 밴사가 보전해 주는 것이다. 밴 대리점 전표 매입 수수료 1건에 발생했던 36원 가운데 18원은 카드사, 12원은 밴사가 각각 보전해 주고 밴 대리점이 6원 손실을 부담하는 구조다.

밴 수수료는 기존 카드 결제 시 발생하는 종이 전표 매입을 카드사를 대신해 받던 것이다. 하지만 기술 발달 등으로 무서명 거래가 정착되면 사실상 종이 전표 발생이 필요 없다.

기존 전표수거료 분담 합의안은 이 과정에서 카드 생태계를 지탱해 온 한 축인 밴사 경영을 고려한 조치다. 업계 대표로 신한카드가 중재안을 만들어 밴사에 제시했고, 국민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카드사가 합의했다.

KB국민카드는 내년 밴 수수료 산정 방식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뀌기 때문에 수수료율을 재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밴 수수료 적정성 논란은 뒤로 하고 이번 KB국민카드 방침은 금융당국과 업계 전체가 합의한 제도 시행의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KB카드만의 문제로 몰고 갈 수만은 없다.

금융 당국이 3자간 갈등을 중재해 합의안을 도출하기는 했지만, 결제 환경이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슷한 갈등이 되풀이될 소지는 여전했다.

어차피 정부가 개입하려면 변화되는 환경에 맞는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옳다. 물론 이런 문제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언제까지 구조적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골치 아프고 복잡한 문제일수록 핵심을 직시, 빠르게 대응하는 게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