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개발해온 나노 수준에서의 화학적 도핑을 상용화 수준으로 끌어올리겠습니다. 기존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섬유 형태의 신개념 탄소 소재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김상욱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순수 탄소를 화학적으로 변화시키면 특성이 떨어진다는 기존 학계의 고정 관념을 깨뜨린 주인공이다.
그가 화학적 도핑을 통해 개발한 탄소 신소재 관련 논문이 지난 2013년 10월 세계 재료 분야 저명 학술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 25주년 기념 초청 리뷰논문에 실리면서 학계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도핑은 결정의 물성(물질이 가지고 있는 성격)을 변화시키기 위해 소량의 불순물을 첨가하는 공정이다. 당시 학계에서는 도핑을 하면 소재가 갖고 있는 물성을 저하시킨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에 다양한 이종원소를 도핑해 새로운 탄소 소재를 개발함으로써 기존 학계 인식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김 교수는 “탄소 자체는 배타적인 물질로, 그 자체는 우수해도 주위와 융합하지 못한다”면서 “하지만 화학적 도핑을 하면 탄소 물성도 향상되고 성능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탄소 원자로만 구성된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를 도핑시켜 전기를 보다 잘 통하게 했고, 낮은 용매 분산성도 향상시켰다. 향상된 용매 분산성과 전기 전도도로 용액 공정을 거칠 수 있게 되면서 탄소가 미래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등에도 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결정의 물성을 바꾸는데 탄소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연구에도 독창적인 관점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연구해서 좋은 결과나 나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14년 그래핀을 산화시켜 액정으로 만드는 기술도 추가 개발했다.
액정은 분자가 배열이 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을 이용하면 탄소로 된 실이나 필름 등을 만드는게 쉬워진다. 탄소 섬유를 값싸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
올 초에는 그래핀을 원하는 모양대로 오려낼 수 있는 기술도 추가 개발했다.
연구결과는 지난 1월 23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김 교수는 도핑되는 이종 원소의 양을 조절해 그래핀의 오려지는 정도를 정밀하게 제어하고, 그래핀의 2차원적 결정성이 전혀 손상되지 않는 고품질 나노 그래핀을 제작했다. 또한 이 기술을 활용해 최고 수준의 에너지 전달 속도를 갖는 슈퍼캐패시터(고용량 축전기)도 구현했다.
김 교수는 지난달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그래핀산화물 액정 섬유센터 주관자로 선정돼 센터 단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그는 “기존에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신개념 탄소 섬유를 개발하기 위한 상용화 기술을 병행해 함께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