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정정공시 12번을 내며 오락가락했던 세미콘라이트(대표 김영진)가 안정화 단계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최초 납입일인 8월5일에서 연기를 거듭하던 유상증자가 지난 9일 이뤄졌다. 이날 투자조합 에스엘(SL)코리아가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세미콘라이트는 LED 칩 제조업체다. 지난해 매출 579억원 가운데 97%가 플립칩 LED에서 발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287억원을 기록해 전체 매출의 99%를 차지했다.
지난달 2일 지케이티팜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대표이사에 김영진 플린스 대표가 선임됐다. 같은날 정관에 화장품, 식품 수·출입 등 신규 사업내용을 추가했다. 이후 신사업을 이유로 추진한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유상증자를 수차례 연기했다. 이 과정에서 지케이티팜 내부 경영권 분쟁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다.
세미콘라이트 LED칩 제조 사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박은현 전 세미콘라이트 대표는 LED 사업부장(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은현 사장은 “지분 관련 경영권 분쟁은 김영진 대표 체제로 안정화 되고 있다”면서 “LED 사업은 신규 투자 계획과 더불어 순항 중”이라고 말했다.
최대주주가 된 투자조합 SL코리아의 최다 출자자는 플린스다. 김영진 세미콘라이트 대표는 플린스 대표를 겸직한다.
박 사장은 “국내에 순수 LED 칩 업체는 우리 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정부 과제, 학계 연구 등을 함께 한다는 사명감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 LG이노텍, 서울반도체 등이 국내에서 LED 칩을 생산한다.
세미콘라이트는 LED 패키지 업체 루멘스 본사 옆 건물 3개 층에 생산시설을 두었다. 생산능력은 4인치 웨이퍼 기준 월 2만5000장이다. 한달에 1억5000만개 칩을 생산한다.
LED 칩 제조 기판인 에피웨이퍼는 전량 수입한다. 에피웨이퍼는 사파이어 기판 위로 질화갈륨(GaN) 층을 쌓아올린 웨이퍼를 말한다. 질화갈륨 층을 깎거나 금속 등 물질을 올려 LED 칩을 만든다.
박 사장은 “처음 시작은 LED 칩 설계를 담당하는 디자인하우스였다”면서 “저가로 밀어붙이는 중국산 LED 칩 공세로 국내 업체가 하나 둘 문을 닫으며 중고 장비를 들여온 것이 칩 제조의 시발점”이라고 했다.
세미콘라이트 핵심 기술은 플립칩 LED에 적용된 DBR(distributed Bragg reflector)이다. DBR은 옥사이드(산화물) 기반 반사막을 말한다. 세미콘라이트 자체 분석결과, 세미콘라이트 DBR을 적용한 플립칩의 반사율은 98%를 기록했다. 은 기반 반사막을 사용한 플립칩의 반사율은 93%다.
DBR은 산화규소(SiO2), 산화티타늄(TiO2) 등을 겹겹이 쌓은 반사막을 가리킨다. 산화규소와 산화티타늄의 굴절률 차이를 이용해 반사효율을 높인다. 플립칩은 칩을 뒤집어 패키징 한다. 반사막을 통한 효율, 신뢰성 개선이 주요 기술이다.
박 사장은 “중국 TV업체가 백라이트유닛(BLU)에 플립칩을 적용하려 한다”면서 “주문이 생산능력을 훨씬 웃돌아 이번 추석 연휴에도 공장을 가동시켜야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으로도 루멘스 매출이 상당 부분 차지하겠지만 매출처가 다변화 될 것”이라고도 했다.
세미콘라이트에서 만든 플립칩 LED는 루멘스로 납품돼 BLU 부품으로 쓰인다. 루멘스 BLU는 삼성전자 TV에 들어간다. 지난해 세미콘라이트 매출 97%가 루멘스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유태경 루멘스 대표가 세미콘라이트 주식 82만6000주를 160억원에 전량 넘기면서 지케이티팜이 지난달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온다엔터테인먼트(전 차디오스텍)가 지분 100%를 소유한 갤럭시인베스트먼트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이번에 최대주주로 올라선 SL코리아에는 코스닥 상장사 에스아이리소스가 20억원을 출자했다. 올해 8월1일 설립된 SL코리아는 80억원을 납입, 유상증자로 77만194주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종준기자 1964wint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