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가 12일 청와대에서 만나 북한 5차 핵실험에 대해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안보 현안에는 초당적인 협치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 법인세 정상화 등에 대해선 의견차만 확인하고 뚜렷한 합의사항 없이 마무리했다.
박 대통령은 12일 오후 청와대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초청해 안보·경제 위기에 국론분열까지 중첩된 상황 타개를 상의했다. 대통령과 주요 3당 대표가 공식 회동을 갖기는 20대 국회 들어 처음이다.
박 대통령과 3당 대표는 북한 핵실험을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박 위원장은 회동 후 브리핑에서 “북한의 무모한 핵실험을 모두 함께 규탄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북한의 핵 불장난은 세계, 동북아, 한반도 평화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북한의 미래에도 어두운 그림자만 드리우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핵 대응 방안으로 의제가 넘어가선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개국 연쇄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국제 공조를 통한 대북 제재 강화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또한 사드 배치 필요성을 설명하고 여야가 안보 문제에 초당적 협력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야당은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추 대표가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연내에 대북 특사를 보내야 한다고 제안했으나 박 대통령은 대화보다는 제재가 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강조하며 사실상 거부했다.
각종 의혹에 휩싸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련, 박 위원장은 “본인이 억울하더라도 공직 기강 확립을 위해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박 대통령은 “특별수사팀이 수사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법인세 인상과 가계부채 문제, 청년 고용 절벽 등 경제 현안에 관한 얘기도 오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법인세 인상과 관련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인 추세”라며 현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법 등 경제활성화법 국회 통과에 협력해줄 것을 야당 대표들에게 요청했다. 이에 추 대표는 “민생과 경제엔 여야가 없고 오직 국민만 있다”며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동 후 기자간담회에서 추 대표는 “소통의 시대에 만사불통을 느꼈다”며 “영수회담이라 하기에 대통령의 안보 교육 강의에 가까웠다”고 혹평했다.
박 위원장은 “경직된 분위기에서 서로의 이견을 확인했다”면서도 “대통령의 의견을 직접 듣고 우리도 대통령에게 우리의 견해를 말씀드렸기에 성과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정현 대표는 “북핵에 대해 참석자 모두가 똑같이 강한 톤으로 반대하고 규탄을 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며 “오늘 회동의 최고 성과”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동에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등 외교·안보라인 참모진이 배석했다. 또 야당 요청으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자리를 함께했다. 청와대의 경제부총리 참석 결정은 북핵 위기 연계고리로 우리 실물경제 신호가 그 만큼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