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4주년 특집-4차 산업혁명 현장을 가다]<1>중국 `장화이자동차(JAC)`

2011년 여름 중국 선전에서 B사의 전기자동차를 탄 일을 잊을 수가 없다. 전기차의 정숙함을 무시한 요란한 구동 소음과 대용량 배터리의 부담이 그대로 느껴지는 상당한 무게감은 물론 외관 마감이나 실내에 풍기는 인테리어 냄새까지 모든 게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5년 뒤 지금의 중국 전기차 산업은 크게 달라져 있었다. 지난해 중국에서 전기차(BEV·PHEV)만 21만대가 팔리며 미국(11만대) 시장을 두 배 차이로 단번에 추월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신에너지차 보급 정책과 함께 글로벌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서 홀대 받은 설움을 전기차에서 만회하겠다는 중국 기업의 강력한 의지가 이룬 성과다.

실제 중국에서 팔린 내연기관차 대다수는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중국 기업 간 합작사 제품이지만 전기차만큼은 중국 현지 토종 기업들이 주도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5월 상하이차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신에너지자동차의 발전은 중국이 자동차 대국에서 자동차 강국으로 가는 필수 코스”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전기차 산업이 지금과 같은 발전 속도를 유지한다면 전기차에서도 정보기술(IT) 분야처럼 위협하는 기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전자신문은 중국 자동차 국영기업 장화이자동차(JAC)와 신흥 전기차 업체로 떠오르고 있는 FDG 전기차그룹(우룽전동차유한회사)을 찾았다.

중국 안휘성 합비(合肥)에 위치한 JAC 전기차 생산라인 현장.
중국 안휘성 합비(合肥)에 위치한 JAC 전기차 생산라인 현장.

◇전기차 개발·생산 경험만 10년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차로 30~4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중국 자동차 국영기업 JAC의 대규모 자동차 생산 공장. 이곳은 연간 54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JAC 대표 자동차 생산지다. 유력 전기차 모델 5세대(iEV)와 6세대(iEV6S)를 포함해 내연기관 승용차 3~4개 모델이 생산된다. 공장 안에는 총 길이 2㎞나 되는 4개 생산라인이 가동되고 있었다. 그 가운데 1개 라인에서 전기차 조립·생산이 한창이었다. JAC는 지난 2002년부터 전기차 연구개발(R&D)에 착수해 `iEV`를 독자 개발한 후 2008년 양산 체제에 들어가 생산 경쟁력을 높여 왔다. 이후 내수시장에만 전기차를 3만6000대 판매했다. 2015년에 출시한 5세대 모델 `iEV`는 지난해 1만420대 팔리면서 6만대 수준의 중국 BEV 시장 점유율 17% 달성했으며, 올해 상반기까지 1만753대 팔려 중국 전기차 판매 순위 3~4위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중국 업계 처음으로 테슬라와 같은 방식의 소형전지(규격:18650)를 탑재한 크로스오버차량(CUV) 6세대 전기차 `iEV6S`를 올해 초에 출시, 주목받았다. 이 전기차는 원통형 소형전지 2944개를 장착한 배터리 용량 33㎾h급으로, 한 번 충전에 250㎞를 주행한다.

대량 생산 체제에 따른 차량의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다. iEV와 iEV6S 가격은 각각 15만위안(약 2470만원) 및 18만위안(2970만원)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지원 받으면 각각 8만위안(1320만원), 11만위안(1810만원)선에서 구입할 수 있다.

장펑 JAC 부총경리는 “새로운 차량 제원 정부 인증이 생기면서 iEV6S 생산이 일시 중단된 상태이긴 해도 이들 전기차는 JAC의 10년 개발·생산 노하우를 집약시킨 모델”이라면서 “내연기관차에서 출발한 전기차 사업이지만 5·6세대 모델부터는 순수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술이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안휘성 합비(合肥)에 위치한 JAC 전기차 생산라인 현장.
중국 안휘성 합비(合肥)에 위치한 JAC 전기차 생산라인 현장.

◇7세대 스마트 전기차 내년 출시 목표

JAC는 내년에 7세대 스마트 전기차 출시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한다. 지난 10년 동안의 개발·생산 노하우에다 첨단 IT를 접목시킨 순수전기차 플랫폼으로 글로벌 수준의 스마트 전기차를 내놓는다는 전략이다. JAC는 시스템연구, 전기구동, 배터리, 전자전력제어, 실험 등 영역에 200여명의 전기차 전담 R&D 인력을 투입해 배터리 관련 운영 기술부터 ECM(Electric Corner Module)·전자제어장치 등을 다시 설계했다. 또 핸들이나 공조·제동장치 등 차량 핵심 부품을 전동화시켰다.

단순 자율주행 성능뿐만 아니라 음성 컨트롤 기능이나 스마트 충전 기능도 추가하고, 배터리 등 안전성 검증 체계도 고도화시켰다. JAC 측은 온도 관리시스템도 영하 20도 환경에서 안전과 구동 성능을 유지시키면서 차량별로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도 적용한다고 밝혔다. 운전자에게 배터리 상태나 안전·주행 성능을 높이기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이유에서다. 회사는 현재 전기차 베터리, 모터, 제어부 3개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선진 기술을 접할 수 있는 제품과 기술 습득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 4월 중국 최대 IT 기업 텐센트가 투자한 전기차 스타트업 넥스트EV와 전기차 개발에 관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중국 내연기관 시장 선두 업체인 폭스바겐과도 전기차 공동 개발 및 생산을 위한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검증된 외부 기술을 통해 해외 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한다는 취지가 담겼다.

JAC 관계자는 “지난 수년 동안 200여명의 전담 인력이 투입돼 순수전기차로 전환시킬 능력을 갖추면서 빅데이터나 스마트 기술까지 확보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글로벌 표준의 하드웨어(HW)나 소프트웨어(SW) R&D를 통해 기존의 내연기관차와 전혀 다른 첨단 기능의 7세대 전기차를 내년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고 말했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