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인 IFA 2016에서는 서로 영역을 넘나드는 자동차와 IT 산업의 변화가 눈에 띈다. 스마트카의 전시 참여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던 IFA 측이 벤츠를 기조 연설에 초청한 것에서도 융합 산업에서 자동차 관련 산업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흥미로운 점은 기존 IT업체의 자동차 진출의 흐름뿐만 아니라, 자동차 관련 업체들의 IT 영역 진출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기조 연설에서 시간의 자유를 강조한 벤츠, 내비게이션 기기에서 웨어러블 기기로 진출한 가민과 톰톰, 자동차 관련 산업 진출을 선언한 삼성의 전시, 등등 타 산업의 영역을 바라보는 융합의 흐름을 엿 볼 수 있었다.
벤츠의 기조 연설, 가민과 톰톰의 전시는 기존 자동차 관련 업체들의 영역 확대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벤츠는 이번 기조연설에서 스마트카와 자율 주행 진화에 따른 시간의 자유를 강조했다. 지난 CES 2015에서는 `F015 럭셔리 인 모션 콘셉트 카`를 통해서 공간의 자유를 제시한 바 있다. 공간의 자유와 시간의 자유 모두 기존의 가전 사업, IT 산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특히, 이번 기조 연설에서 소개한 차량 내 오피스 서비스인 `인 카 오피스`, 사용자 상태 정보를 바탕으로 차량 내 공간을 사용자에게 최적으로 맞춰 주는 `액티브 컴포트`, 고급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인 `미(Me)앱`, 커뮤니티 기반 주차 서비스, 차량으로 택배를 받아주는 서비스인 `인 카 딜리버리`, 쇼핑 시 차량 적재 공간을 예상해 주는 `팩트리스` 등은 모두 IT와 연계된 융합 서비스이다. 벤츠가 짧은 기조 연설에서 소개한 많은 서비스들은 모두 IT 응용 기술의 측면에서 만들어진 서비스이다. 시간, 공간의 자유와 이를 통한 웰빙을 강조한 벤츠는 이미 전기전자 및 IT 관련 융합 서비스에 진출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전세계 차량 내비게이션 기기 시장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가민과 톰톰의 변화도 주목해 볼만하다. 미국 내비게이션 시장 1위이면서도 일찌감치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뛰어든 가민은 이미 세계적인 웨어러블 기기 업체로 자리잡고 있다. 관련 시장에서 애플, 핏빗, 샤오미, 삼성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밴드 시장에서 4위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전시의 3분의 2 정도를 웨어러블 기기 전시에 할애할 정도로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 있다.
톰톰의 전시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2014년 웨어러블 기기 산업에 뛰어든 톰톰은 이 번 전시에서 신규 웨어러블 기기 2종을 비롯해서, 스쿠터용 내비게이션 기기, 과거 데이터 기반 예측 내비게이션 기기, OBDII를 이용한 차량 진단 서비스 등을 선보였다. 자동차의 주행 데이터를 분석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던 내비게이션 업체들이 OBDII를 이용해 차량 데이터 분석 및 고장 진단 서비스를 제시하고, 비슷한 데이터 플랫폼을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하여 사용자의 데이터 분석에도 적용하고 있다.
삼성은 이 번 전시에서 벤츠와 협력한 디지털 자동차키뿐만 아니라, 지난 MWC 2016에서 선보였던 OBDII 기반의 차량 진단 서비스인 `커넥트 오토`를 전시했다. AT&T를 통해서 빠르면 올해 12월에 서비스 예정인 커넥트 오토를 통해서 자동차 데이터를 모으고, 차량 데이터 분석에도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기어 S3 발표와 커넥트 오토의 전시는 역시 사용자와 자동차에 대한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서비스 제공이라는 융합 산업의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이번 IFA에서는 서로 다른 사업 영역으로 진출하는 업체들의 노력을 만나 볼 수 있었다. IT업체의 자동차 관련 시장 진출과 더불어서 기존 자동차 관련 업체들의 IT 관련 시장과 융합 시장 진출도 주목해 볼 만한 점이다. 공통적인 것은 사용자와 자동차, 사람과 사물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서비스와 기기를 만들어 간다는 데에 있다. 위치, 상태, 행동 정보가 중요해 지는 차세대 사물인터넷의 흐름은 시장에서, 사람, 자동차, 도시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새로운 융합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데이터 수집과 분석, 이를 바탕으로 한 융합 기기 및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더욱 중요해 지고 있는 시점이다. 산업 영역을 넘나드는 업체들의 새로운 시도는 융합 산업의 변화 측면에서 우리나라 관련 업체들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