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된 적자로 상장폐지,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 몰린 국내 팹리스 반도체 기업이 흑자 전환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만 이처럼 위기에 내몰린 팹리스 기업 대부분은 주인이 바뀌거나 주력 업종을 변경하고 있어 한국 반도체 산업계의 `허리`가 끊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아이앤씨테크놀로지는 올해 흑자전환에 사활을 걸었다. 올 상반기까지도 적자를 지속했으나 하반기 한국전력의 첨단계량인프라(AMI: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 구축 사업에 전력선통신(PLC) 칩 공급을 성사시킬 경우 연간으로는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아이앤씨 관계자는 강조했다.
AMI는 기존 전력량계에 모뎀을 설치, 양방향 통신을 가능하게 해주는 인프라를 의미한다. 소비자에게 전기 사용량을 제공하거나 원격 검침 등이 가능하다. 가구별로 설치되는 PLC 모뎀과 각 가구의 전력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이터집합처리장치(DCU)가 인프라의 주요 구성 품목이다. 두 장치에 모두 PLC 모뎀칩이 탑재된다. 아이앤씨는 독자 PLC 칩 공급은 물론 PLC 칩을 탑재한 DCU, 모뎀 장치 공급도 추진한다. 올해 한전의 장비 발주 금액은 400억~5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PLC 칩 공급에선 인스코비, 씨앤유글로벌이 아이앤씨와 경합을 벌이고 있다.

`한국형 CPU 코어` 상용화 과제를 진행하고 있는 에이디칩스는 올해 흑자전환이 유력시 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였다. 그러나 올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회사 주인이 바뀌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중국 밥솥 고객사를 중심으로 독자 코어 마이크로컨트롤러(MCU)의 판매가 견조하다. 회사는 냉장설비 제조판매 사업을 진행하는 케이앤씨코리아를 인수, 실적에 보탬이 되고 있어 올해 흑자전환을 확신했다.
코아로직은 신사업을 통해 흑자전환을 노린다. 블랙박스 사업을 통해 올해 흑자로 전환, 상장 폐지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이 단기 목표다. 이 회사는 최근 독자 블랙박스 `뷰코아`를 출시했다. 최근 최대주주인 동아에스티로부터 의료기기업체인 엠아이텍을 300억원에 인수하며 사업 다각화도 추진 중이다. 보광그룹 계열 `잘 나가는` 팹리스로 이름을 떨쳤던 코아로직은 모회사였던 STS반도체(현 SFA반도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지난해 6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이후 지난 2월 제일컨소시엄에 209억원에 매각됐다. 제일컨소시엄에는 중국 전자회사인 리드드래곤 유한공사가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5월 법정관리에서 졸업했다.
오디오IC 칩이 주력이었던 네오피델리티도 바이오와 의료기기 분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고 있다. 네오피델리티도 2년 전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해 올해도 적자를 기록할 경우 관리 종목으로 지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폐지 혹은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 처한 팹리스 기업은 대부분 주인이 변경됐고 반도체와는 상관없는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최근의 동향”이라면서 “우회상장 목적이 아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간 M&A가 적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해외 매각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터치IC 전문업체 멜파스가 중국 자본에 매각됐다. 지난해에는 메모리 설계 팹리스인 피델릭스가 중국 자본에 팔렸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