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글로벌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서 놓친 시장 기회를 전기차를 통해 만회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지난해 중국이 발표한 `중국 제조 2025`에는 2020년까지 중국 로컬 브랜드 전기차 연간 판매량을 100만대 이상으로 확대하고, 세계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달성해 자국 전기차 기업의 `글로벌 톱10` 진입을 실현한다는 목표다. 이에 배터리·모터 등 핵심 부품도 글로벌 수준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제조 2025` 발표 당시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 제조는 중국 창조로 변화해야 하고, 중국의 속도는 중국의 품질로 바뀌어야 하고, 중국 제품은 중국 브랜드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신흥 전기차 업체로 떠오른 FDG그룹(우룽전동차 유한회사)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 전기차 산업은 국영기업과 기존 내연기관차 위주로 판이 짜지는 형국이지만, FDG는 국영기업도, 내연기관차 제작사도 아니다. 이런 FDG가 지난 4일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기간 동안 20개국 의전용 전기버스 210대를 투입해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태생부터 전기차 기업으로 설립된 `FDG`
항저우 공항에서 차로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FDG 본사·생산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태양광모듈 수백 개로 둘러싸인 버섯 모양 초대형 전기차 충전소와 전기차 여러 대가 눈에 들어왔다. 전기차 회사임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FDG는 창장전기차와 중대형 배터리 제작·생산업체 시노폴리 등을 둔 전기차 그룹이다. 2006년에 설립돼 항저우·윈난 등 3개 지역 생산라인에 연간 총 25만대 전기차 생산 능력을 갖췄다. 여기에 중국 베이징에는 세계적 수준 연구인력 600명으로 구성된 전기차 전문 R&D 센터까지 운영하고 있다.
FDG는 2011년부터 전기차 개발에 착수한 후 3년간 수공 제작한 전기차를 2014년부터 다시 3년간 온도 등 주행 테스트를 마치고 올해 초 미니 전기버스 `E-Boss` 등을 시장에 내놓았다. 내년까지 전기버스 3종과 승용전기차 2종, 전기트럭 등 신규 모델 출시를 계획 중이다.
회사는 이미 전기차 핵심부품인 배터리뿐 아니라 모터와 전용 차체 프레임 등을 수직계열화했다. 중국 대부분 전기차 제작사가 기존 내연기관차를 기반으로 전기차를 개발한 것과는 다른 형태다. 그룹 계열사인 시노폴리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뿐 아니라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까지 보유하고 있다. 다양한 해외시장과 차량별 운행 효율에 최적화된 배터리 라인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미국시장 진출 준비도 마쳤다. FDG는 지난해 미국 전통 전기차업체 스미스일렉트릭과 조인트벤처(VC)도 설립해 북미 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된 부품을 미국 스미스를 통해 조립해 완성한 후 자체 브랜드를 달고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전기트럭 등 물류 차량용 전기차 시장 진출도 구상하고 있다.
차오 중 FDG그룹 회장은 “FDG는 애초부터 순수전기차 제작업체로 탄생한 전문그룹으로 전기차용 배터리부터 각종 전력제어 장치와 차량 완성까지 수직계열화했다”며 “무(無)에서 전기차 업체로 시작해, 출발은 늦었을지라도 전문제작사인 만큼 성장은 남들보다 더 가파를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성·가격경쟁력·스마트화로 차별화
중국 전기차 업계 후발주자인 FDG는 `안전성`과 `가격경쟁력` `스마트화`를 키워드로 차별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일반 내연차 수준의 안전성은 물론 전기차의 전기적 특성에 최적화된 기준을 마련해 적용하고 있다. 회사 대다수 전기차 모델은 이미 국가가 정한 각종 안전성 실험 테스트를 통과한데다 중국에서 가장 추운 동북지역과 가장 더운 해남지역을 대상으로 한 자체 테스트 매뉴얼까지 운영 중이다. 개발·생산에는 모든 관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V자형 프로세서로 도입했고, 자동차용 HIL 시뮬레이션과 DB 테스트한 후 국가 표준 규격과 필드 테스트를 거쳐 생산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불량 등 물질·시간적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여기에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의 수직계열화로 이미 기반을 다졌지만 내년 이후 출시하는 2세대 전기차 모델부터는 또 한 번의 설계 변경과 모듈화 형태 개발·생산을 강화해 원가 절감폭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차오 중 회장은 “전기차 시장은 정부의 보조금 의존도가 크게 높은 반면에 보조금은 서서히 줄어들기 때문에 가격경쟁력 확보는 지속적인 필수 과제”라며 “설계 변경과 모듈화, 부품관리로 차 가격은 줄이면서, 전기차 스마트화에서 차별성을 부각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에 전기차 전자제품화를 핵심으로 프로세서, 데이터처리를 통한 운영지능화와 자체 인공지능 메커니즘을 결합한 전기차 스마트화에 나섰다. 자율주행 시 각종 사고에 따른 책임소재에 대비하면서, 학습하는 형태의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한다는 목표다.
차오 중 회장은 “FDG는 전기차 부품을 모듈화해 전자제품화한다는 생각으로 일한다”며 “전기차도 향후에는 스마트폰처럼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도록 제품이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저우(중국)=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