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4주년 특집2-人]차세대 경영리더 SWOT 분석 <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2014년 향후 10년을 준비하는 비전 2023을 제시했다. 그룹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미래 성장동력의 밑그림이다.

그는 10년간 총 31조원을 투자해 17만명 고용을 현실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에 과감한 투자를 추진해 유통 산업에서 신세계의 시장 경쟁력을 지속 강화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성공에 안주해 변화를 거부한다면 유통 생태계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경영론을 역설했다.

정 부회장은 “시대가 바뀌고 고객이 급변하고 있지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10년을 준비하는 조직과 소매업 콘텐츠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간 34주년 특집2-人]차세대 경영리더 SWOT 분석 <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세계 CI
신세계 CI

◇강점(Strength) - 미래 유통 시장을 꿰뚫다

정 부회장은 지난 4월 정유경 신세계 총괄 사장과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을 장내 매매로 교환했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 주식 72만203주 전량을, 정유경 총괄 사장은 이마트 주식 70만1203주 전량을 서로에게 매도했다. 각 사 책임 경영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정 부회장이 소매 유통업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신호다.

정 부회장의 신념은 당초 신세계가 지난해 6월 오픈한 신개념 복합유통문화공간 이마트타운에 반영됐다. 이마트타운은 △대형마트 이마트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 △반려동물 전문매장 몰리스 △생활용품 전문매장 더라이프 △가전 전문매장 일렉트로마트 △식음서비스 전문공간 피코크키친 등 새로운 `카테고리 킬러`를 선보인 첫 매장이다. 이마트가 그동안 축적한 유통 노하우를 결집했다.

이마트타운은 오픈 이후 올해 6월까지 매출 약 2500억원, 누적 방문객 수 435만명을 기록했다. 이마트 대형점포 평균 연 매출이 2000억원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평균 객단가는 11만4000원으로 일반 이마트 매장보다 갑절 이상, 트레이더스보다 60% 가량 높다. 기존 대형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예측하지 못한 소비 시장을 겨냥해 적극적 마케팅을 펼친 덕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마트타운은 고객 평균 주차시간을 서울 대형 점포 평균과 비교해 80% 이상 늘리면서 복합 유통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며 “정 부회장의 의지와 노력이 거둔 성과”라고 강조했다.

신세계는 지난 9일 국내 첫 쇼핑 테마파크 `스타필드 하남`을 오픈했다. 정 부회장이 신세계의 경쟁상대는 쇼핑몰이 아닌 야구장과 놀이공원이라며 심혈을 기울인 사업모델이다.

스타필드 하남은 쇼핑, 문화, 레저, 위락, 관광 시설을 한 데 모은 체류형 공간이다. 축구장 70개에 달하는 연면적 46만㎡(약 13만9000평)에서 총 750여개(백화점 450개, 쇼핑몰 300개) 상품 구색(MD)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는 국내 대표 유통기업으로서 새로운 업태를 발굴하고 집중 투자해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며 “발명가, 혁신가 관점에서 그룹 유통 노하우를 집대성한 스타필드 하남은 신세계가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로버트 터브먼 터브먼 회장이 스타필드 하남 개장일에 기념 촬영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로버트 터브먼 터브먼 회장이 스타필드 하남 개장일에 기념 촬영했다.
스타필드 하남
스타필드 하남

◇약점(Weakness) - 온라인·모바일을 잡아라

정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신세계는 그동안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형 오프라인 유통 사업에 집중했다. 스타벅스 커피 등 킬러 콘텐츠를 국내에 들여오면서 프랜차이즈 사업에서도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 대중화에 따라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대형 종합몰 등이 새로운 경쟁자로 떠올랐다. 오프라인 대비 저렴한 가격과 신속한 배송 서비스를 앞세워 막강한 경쟁자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온라인에서 신세계 유통 채널을 한 데 모은 온라인 통합 플랫폼을 구상했다. `쓱`으로 이름을 알린 SSG닷컴이다. 신세계몰, 신세계백화점, 이마트몰, 트레이더스, 분스를 사이트 한 곳에 담아 쇼핑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시작은 녹록지 않았다. 서로 다른 유통 채널을 한 데 모으는 과정에서 기술적 결함이 발생해 고객 불편을 초래한 탓이다. 신세계는 2014년 SSG닷컴 론칭 이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안정된 플랫폼을 선보이기 위해 힘을 쏟았다. 현재는 주요 종합 온라인 쇼핑몰로 자리 잡으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세계 유통 사업 핵심 축인 이마트는 지난 2월 대형마트 업계에서 유지한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온라인을 아우르는 모든 유통업계를 대상으로 가격 경쟁에 나선다고 밝혔다. 쿠팡을 비롯한 소셜커머스 가격 할인 정책 탓에 이마트가 추구하는 최저가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이마트 대 쿠팡`으로 대변되는 유통가 `쩐의 전쟁`이다.

이마트가 가격 경쟁을 선언한 기저귀, 분유 등 상품군 온라인 매출은 지난 7월 기준 42.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몰 전체 신장률 25% 보다 높은 성장세다. 오프라인과 비교해도 해당 상품군 판매 증가율이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직 SSG닷컴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차지하는 무게는 오픈마켓 등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모바일 쇼핑에서는 가격 경쟁력과 배송 서비스, 쇼핑 편의성을 기반으로 고정 고객을 대거 확보한 사업자들에게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마트를 포함한 대형마트 거래액 가운데 모바일 비중은 10% 내외로 알려졌다. 현재 오픈마켓 모바일 거래액 비중은 50% 이상, 소셜커머스는 70~80% 수준이다.

SSG닷컴 `쓱` 광고 캡쳐화면
SSG닷컴 `쓱` 광고 캡쳐화면

◇기회(Opportunity) - 끝없는 도전

정 부회장은 편의점 위드미, T커머스 신세계TV쇼핑 등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사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먹을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복안이다.

신세계의 상생형 편의점 위드미는 지난 2013년 출범했다. 1년만에 500점을 돌파한 이후 지난해 12월 기준 1000개점을 돌파했다. 단순히 외형 성장이 추구하지 않고 경영주와 상생하는 성장전략을 펼친 덕이다. `24시간 영업`, `수수료(로열티)`, `중도해지위약금`이 없는 `3무(無) 정책`으로 경영주 부담 최소화하면서 가맹점주를 끌어들였다.

위드미는 최근 초저가 커피 `TAKE1`, 숙취 해소 아이스크림 `견뎌바` 등을 선보이며 차별화 전략에 나섰다. 정 부회장이 직접 상품을 먹어보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소개하는 등 경영자로서는 이례적 지원 사격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신세계TV쇼핑도 정 부회장의 새로운 도전 가운데 하나다. 신세계 유통 노하우를 기반으로 기존 T커머스와 차별화 전략을 추진한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이 확보한 고품질 상품 경쟁력으로 시청자의 눈을 끌어 당기는 콘텐츠를 지속 선보인다. 이마트 인기 자체브랜드(PL) 상품 `순희네 빈대떡`, `초마짬뽕`, `올반LA식 갈비` 등은 신세계TV쇼핑 방송에서 호평을 받았다.

신세계TV쇼핑은 최근 유료방송 플랫폼과 채널 번호를 협상해 높은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사이 번호를 확보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이마트 직매입 상품운영 역량을 활용해 자체 식품 브랜드와 해외 소싱 상품 등을 선보여 매출을 늘리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정 부회장은 피코크, 노브랜드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피코크는 간편가정식(HMR) 중심 자체 식품 브랜드다. 정 부회장이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야심으로 만들었다.

정 부회장은 매주 이마트 서울 성수동 본사 `테이스트 키친`에서 직접 피코크 제품을 시식하는 등 신제품 개발에 직접 참여한다. 재료, 조리법, 맛에 관해 임직원과 의견을 나누고 시식 평가를 통과한 제품만 출시한다.

노브랜드는 제품 본연 기능만 남긴 초저가 상품이다. 디자인보다 상품 본질에 충실해 합리적 소비를 유도한다는 정 부회장의 철학을 담았다.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 노브랜드 상품을 이용하는 사진을 올리며 네티즌과 소통하는 등 홍보 활동에 팔을 걷었다. 최근에는 노브랜드 전문점을 구축하면서 신세계를 대표하는 제품으로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신세계는 올해 노브랜드 제품으로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세계TV쇼핑 홈페이지 캡처
신세계TV쇼핑 홈페이지 캡처
이마트 충남 당진 상생스토어 `노브랜드 전문점
이마트 충남 당진 상생스토어 `노브랜드 전문점

◇위협(Threat) - 내수 부진과 치열한 시장경쟁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평균 소비성향은 70.9% 수준이다. 전년 동기 0.7%P 낮은 수치다. 지난 2003년 1분기 이후 역대 최저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정 부회장의 신세계류(流) 유통 전략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백화점,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형성된 고정고객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 2014년 국내 백화점 업계 총 매출을 29조3000억원으로 집계했다. 전년 대비 5000억원이 감소해 지난 2004년 이후 10년 만에 역성장했다. 그동안 백화점을 이용했던 젊은 고객층이 온라인 쇼핑, 해외 직접구매(직구), 아울렛 등으로 상품 구매 채널을 다양화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대형마트 업계 연매출은 지난 2012년 이후 감소세다. 앞으로도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비롯한 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의 고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가 스타필드 하남을 비롯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최근 온라인 쇼핑 업계는 속속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구분했던 유통 산업 경쟁 구도가 붕괴된 셈이다. 신세계를 포함한 전통의 유통 강자는 이에 맞서 잇따라 O2O 서비스를 내놓으며 맞불을 놓고 있다.

신세계는 최근 스타필드 하남에 SSG닷컴과 연계한 O2O 전문매장 `슈퍼샵`을 선보였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상품을 대형 디스플레이로 확인해 구매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매장 상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양방향 쇼핑 서비스다. 매장에 설치한 전자가격표시기(ESL)로 매장에서 온라인 가격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구매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마트도 O2O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5월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기반 상품 정보 확인 서비스와 바코드 스캔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서울 성수점은 `지오펜스`와 `비콘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다. 정보통신기술(ICT)로 쇼핑 편의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유통업계는 정 부회장이 신세계 유통 채널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고정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열린 `인문학 지식향연`에서 강의했다. 자료: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열린 `인문학 지식향연`에서 강의했다. 자료:신세계그룹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