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리뷰┃‘한강 블루스’] 표류하는 인간들을 위로하는 애가(哀歌)

출처 : '한강블루스' 포스터
출처 : '한강블루스' 포스터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한강에는 수많은 사연들이 흘러가고 있다. 누군가에게 한강은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했던 장소일 테고, 어떤 사람에게는 삶의 마지막 장소이기도 하다.

영화 ‘한강 블루스’는 어느 추운 겨울, 한강에서 한 남자가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한강을 어슬렁거리던 집시들은 자살을 시도하는 한 초보 사제 명준(기태영 분)을 보고, 그가 뛰어내릴지 말지 내기를 한다. 집시의 리더인 장효(봉만대 분)는 명준에게 “준비하시고 뛰세요!”라며 황당하게 만들지만, 명준이 강물에 뛰어들자 한강에 뛰어들어 구해준다. 허풍가 장효, 미혼모 마리아(김희정 분), 그리고 트렌스젠더 추자(김정석 분)까지. 집시 3인방은 명준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바지를 벗기고 괄약근을 살펴보는 이상한 사람들이다.



3인방은 한강에서 캠핑(노숙)을 한다. 집까지 있는 다 큰 성인들이 거지 행색으로 다니는 모습은 남들이 보기엔 이해 못할 일이지만, 저마다의 사정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이들은 신(神)을 잔인하다며 원망한다. 신이 그들의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목숨을 버리려 하고, 집을 버리고, 주변인들을 버렸다. 명준은 하느님을 위해 신부가 됐지만 그 일로 인해 사랑하는 여자가 자살을 했다. 추자는 성 정체성의 확고함과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한다. 장효는 늘그막에 얻은 자식을 사고로 잃었다. 마리아는 아버지 없는 아이를 낳는다. 이들은 현실이라는 지옥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신에게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묻고 싶다.

그러다가 마리아는 아이를 낳고, 추자는 딸의 결혼식에 다녀온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봄으로서 위로를 얻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용서해 나가기 시작한다. 영화의 말미에 이들은 모두 변한다. 누군가는 원래 있던 자리로, 누군가는 새로운 자리로 향한다. 흑백영화로 진행되기에 이 모든 과정이 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출처 : '한강블루스' 스틸
출처 : '한강블루스' 스틸

마리아는 “이렇게 견디기 힘든 슬픔은 어디서 올까” “우리의 의지와 다르게 흘러가는 우리의 인생은 누가 만드는 걸까”라고 묻지만, 여전히 다들 인생을 모른다. 다만 삶의 괴로움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괴로움을 부딪치지 않고 도망가 버리면 그것은 상처로만 남게 된다. 흉터가 남을지 모르지만 회복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쯤을 알게 되는 이들의 모습은 ‘희망’적이다. 이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여워하거나 슬퍼하지 마라’로 시작하는 ‘희망가’가 반복적으로 흘러나옴으로서 이무영 감독의 말을 대신한다.

감독으로 더 유명한 봉만대 감독이 주연을 맡아 능청스러움부터 뜨거운 감정연기까지 쏟아냈다. 연기자의 연기라기보다 실제 이웃집 아저씨와 이야기 하는 기분을 들게 한다. 아역으로 더 익숙한 김희정은 미혼모에서 성녀가 되고 싶어 하는 복잡한 연기를 선보였다. 오는 22일 개봉.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