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바이오]손 끝 하나로 수술실 제어 `이상무`, 독일 병원도 엄치 `척`

독일 제2의 도시 함부르크. 시내 중심가에서 차로 15분을 달리면 세련된 대학교를 연상케 하는 종합병원 아가플레시온 디아코니 병원이 보인다. 300병상 규모 중견병원이지만 선도 기술을 도입해 환자 만족도를 높인 곳으로 현지에서도 유명세를 떨친다.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아가플레시온 디아코니 병원 로비 전경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아가플레시온 디아코니 병원 로비 전경

아가플레시온 디아코니 병원이 주목받는 데는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수술 시스템 역할이 컸다. 수술실 모든 장비를 하나의 터치스크린으로 제어하는 올림푸스 수술실 통합 시스템 `엔도알파(Endoalpha)`는 현지 다른 병원과 가장 큰 차별화 요소다. 시스템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수술실을 찾았다. 실제 의료진과 마찬가지로 속옷을 제외한 모든 옷을 벗고 수술복으로 갈아입었다. 모자와 마스크까지 차고 나서야 수술실에서 병원 수간호사에게 설명을 들었다.

“올림푸스 엔도알파는 시스템 호환성과 신뢰성, 효율성은 물론 환자 안전까지 보장하는 최고 솔루션입니다.”

마틴 우터눌렌 아가플레시온 디아코니 병원 수간호사는 현장에서 엔도알파를 활용한 경험을 이렇게 평가했다. 통합 제어가 가능해 수술 시간이 단축됐다.

올림푸스 수술실 통합 시스템 `엔도알파`
올림푸스 수술실 통합 시스템 `엔도알파`

엔도알파는 수술실 내 의료기기, 무영등, 수술대 등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단일 터치패널로 제어한다. 통합 컨트롤 패널뿐만 아니라 감염을 줄이는 유리외벽, 3D 디스플레이, 무영등, 카메라 등 수술실에서 필요한 모든 장비를 패키지로 공급한다. 사전에 의료진이 수행할 수술에 맞는 조건을 입력하면 버튼 하나로 조명, 수술대 등이 자동으로 최적의 위치로 조정된다. 올림푸스는 그동안 장비를 한 곳에 모아두는 통합 개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시스템 통합까지 구현했다.

아가플레시온 디아코니 병원은 개원 당시 400병상에 수술실은 8개였다. 병원 내 모든 수술실을 엔도알파로 구현했다. 병상은 100개, 수술실은 1개가 줄었지만, 수술 건수는 개원 당시보다 늘어 연간 950건이 넘는 수술을 수행한다.

마틴 우터눌렌 아가플레시온 디아코니 수석 간호사 `엔도알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틴 우터눌렌 아가플레시온 디아코니 수석 간호사 `엔도알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터눌렌 수간호사는 “함부르크 내 많은 병원과 경쟁이 심화되면서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필요성이 커졌다”면서 “엔도알파는 의료진 업무를 줄이면서 수술시간을 최대 30%까지 단축해 환자 안전까지 높인다”고 평가했다.

엔도알파의 가장 큰 장점은 편의성이다.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조명부터 수술실 내 공기 정화, 복강 내 압력 조절, 실시간 영상촬영, 환자정보 표시 등 20여 가지 기능을 단 하나의 패널로 조작한다. 의료진이 일일이 움직여 조작해야 했던 번거로움이 없어진다. 수술 전, 수술 중 환경조작을 위한 업무가 줄면서 의료진은 수술에만 집중하거나 다음 수술까지 준비하는 여유가 생겼다.

시스템 연동을 위한 물리적 통합은 기본이다. 모든 수술 장비가 이동형 펜던트(선반) 위에 합쳐졌다. 수술실 바닥에 있던 전선을 모두 없애 동선이 자유롭다.

마틴 우터눌렌 수간호사가 엔도알파 기반 수술실에서 한국 취재진에게 시스템 장점을 소개하고 있다.
마틴 우터눌렌 수간호사가 엔도알파 기반 수술실에서 한국 취재진에게 시스템 장점을 소개하고 있다.

수술실 여건이 개선되면서 효과는 환자에게까지 미친다. 수술 시간이 짧아져 환자 마취시간도 줄어든다. 감염 등 수술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최소화한다. 외부 인원·장비가 들어와야 하는 수술 촬영도 버튼 하나로 곳곳에 장착된 카메라가 실시간 녹화·송출한다. 교육과 의료사고 예방 효과가 크다.

그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스텝이 수작업으로 조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수를 없애고,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줄인다”면서 “실시간 녹화, 스냅샷 촬영도 간단한 조작으로 가능해 런던, 도쿄, 서울 등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독일 전체로 봤을 때 300병상 병원이 규모로는 크지 않지만 기술력은 최고”라며 “경쟁사 대비 시스템 통합 영역을 선도하는 올림푸스가 큰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함부르크(독일)=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